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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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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7 ㅣ No.96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 (7)

 

 

(3) 20세기 꿈에 대한 심리학적 · 의학적 발견

 

꿈의 의미는 20세기에 와서야 정신분석학의 도움으로 처음 학문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프로이드의 꿈 이론은 정신분석학의 시초가 되었고, 그 후의 융과 아들러의 분석심리학의 계통을 통해 계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특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신경증 환자와 성격장애자들에게 꿈을 통한 정신분석학적 치료가 임상적으로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내고 있음이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이런 실제적 치료 효과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물론이요 일반 대중들까지도 꿈이란 것은 거창한 초자연적인 계시나 예언 또는 별 볼일 없는 단순한 환상의 차원으로만 이해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의 내적 에너지의 흐름과 무의식의 역동 그리고 숨겨져 있는 인간 본성과 성격 특성의 구조 등을 밝혀줄 수 있는 심리·정서적 반영의 일부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꿈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가 50여 년 지속되다가 1953년에 아세린스키(Aserinsky)와 클라이트먼(Kleitman)에 이르러 꿈에 대한 이해는 의학적으로 또다시 획기적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들은 수면 중에 관찰되는 이른바 ‘신속한 안구운동-REM(rapid eye movement)’ 현상을 발견하였는데, 이는 생리심리학적인 꿈 연구와 신경생리학적 수면 연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3) 심리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꿈

 

심리학적 측면에서 꿈의 생성과 발전 그리고 결과 해석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두 기둥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파와 융으로 대표되는 분석심리학파였다. 그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꿈의 분석과 활용에 대해 많은 심리학자들의 연구가 있었지만 그러한 각각의 연구들의 근간을 이룬다는 면에서 이 두 학자가 지닌 영향력은 실로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프로이드는 꿈이 개인의 억눌린 욕망들(특히 유아기적 소원들)과 성적 욕구들의 변장된 형태로서 현실에서 억눌린 욕망들이 꿈에서나마 소원 충족을 위해 나타나게 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가 보는 꿈에 나타난 모든 대상과 활동은 모두 성(性)적 상징들로서 의식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숨겨지고 억압된 욕망과 충동들이 무의식 속에 묻혀있다가 꿈을 통해 해소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에 불과했다. 프로이드는 꿈을 발현몽(manifest dream: 꿈꾼 사람이 기억해 내는 꿈)과 잠재몽(latent dream: 발현몽 기저에 깔려있는 의미로서 기억할 수 없는 꿈)으로 구분하였다. 여기서 자유연상을 통해서 발현몽에 나타난 꿈의 의미를 찾아가는, 곧 잠재몽의 해석을 통해 무의식을 탐색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정신 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융은 꿈을 무의식 속에 억압된 성적 욕망의 상징으로만 보는 견해를 부정하고 꿈을 정상적이고 창조적인 무의식의 표현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는 꿈이란 의식상태에서 아직까지 개인이 알아내지 못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어 정신적이며 심리적인 균형을 이루게 해주는 창조적인 무의식의 표현으로 보았다. 융에 따르면 모든 꿈의 상징은 프로이드처럼 단 한 가지의 개념, 곧 성적 욕망의 충족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의 상징들 안에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꿈의 이해는 꿈의 해석에서도 프로이드와 차이를 보이게 된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가가 꿈꾼 사람의 자유연상 결과를 해석해 주는 방법으로 그 사람의 무의식을 통해 정신병리 현상을 알아내어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고 본 반면, 융은 꿈의 해석은 분석가만의 몫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꿈을 꾼 당사자가 그 꿈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더 잘 해석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당시의 전통적 프로이드식 분석가가 내담자의 자유연상을 통해 무의식 속에 억압된 꿈의 숨은 상징들을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전형적인 정신분석 치료자였다면, 융을 따르는 분석가들은 내담자의 자유연상을 통해 현실생활과 꿈 속 상징들의 관계성을 내담자 스스로 파악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진자 또는 안내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융의 생각은 꿈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폭넓게 확장시켰으며, 후대의 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꿈의 상징들 각각이 프로이드가 이야기한 것처럼 성(性)에만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꾼 사람의 일상생활과 (더 나아가서는 문화와 같은 집단 무의식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꿈과 현실생활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더욱 촉진시킬 뿐 아니라(Adler, Erickson) 엄격한 정신분석 훈련을 받은 분석가가 아닌 일반 상담자들도 상담과 정신치료에 꿈을 구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융도 자유연상에 따른 꿈의 분석이라는 점에서 정신분석의 방법론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꿈 안의 똑같은 상징이라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또한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각양각색이라는 생각은 구체적으로 꿈의 해석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꿈의 숨은 의미를 무의식 안에서 찾는 방법이 아닌, 꿈 자체의 구조를 현실생활을 기초하여 탐색해 나가는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펄스(Perls)나 딜래니(Delaney)는 정신분석을 쓰지 않고도 꿈을 정신치료에 응용하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자유연상이 가능한 성인이 아니더라도 말을 잘 못하는 환자들이나 어린이들에게도 이러한 꿈을 통한 심리치료를 활용하게 된 것이다. 

 

결국 꿈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크게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의 심리학적 꿈 이론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꿈은 인격의 어떤 국면을 내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때 이러한 인격에 대한 반영은 여러 꿈의 기제들(상징화, 극화, 압축과 팽창, 융합과 변형, 역할 전도 등)을 통해 그 의미가 숨겨진 상태로 꿈속에 나타나게 된다. 한편, 차이점은 앞서 프로이드와 융의 이해에서 알아본 것처럼 이 꿈을 병리적으로 해석하는 자료로 사용하는가 아니면 창조적이고 성장을 위한 자료로 사용하는가 하는 점에 있다. 아직 몇몇 학자들은(프로이드 학파가 중심이 되지만 물론 이들도 꿈을 ‘성’이라고 하는 보편적 상징으로만 보는 견해에는 동조하지 않고 있음.) 꿈을, 억압되어 신경증을 일으키는 병리적 이상 심리의 원인을 찾아내는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꿈이 유아기적인 소원 충족의 현상이라는 프로이드식의 해석을 지양하고, 그 꿈을 꾼 사람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매개체로 보고 있다. 또한 그 상징도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이며, 한 개인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4) 신경생리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꿈 

 

역사적으로 과학이 발전하면서 심리학적 꿈의 의미를 부정하고 꿈은 심리적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생리적 과정으로만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는 일부 학자들(Hobson & McCarley)의 시도가 있었다. 곧 이들은 꿈이 비동기화 상태(desynchronized state: D 수면상태로 알려진 중추신경계의 복잡한 생리적 상태)에서 뇌의 생리적 현상(FTG, 세포의 무작위적 방전)으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어떤 학자들은 꿈이란 우리가 의식의 상태에서 대뇌피질 세포들 속에 저장해 놓았던 불필요한 정보들을 지우기 위한 하나의 생리 과정이라든가, 빠른 안구 운동(REM: rapid eye movement)이 뇌의 기억 시스템을 자극하여 만들어진 뇌의 흥분에 따른 부산물이라든가 아니면 외부의 자극도 없이 대뇌피질이 자동적으로 활성화되어 스스로 일으킨 자신의 자극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 결과물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심리학적인 이해를 도외시한 순수 생리학적 측면에서 위와 같이 꿈을 이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위의 생리학자들의 꿈 이해는 REM 상태, 곧 뇌의 활성화 단계에서의 꿈만을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지 NREM 상태에서의 꿈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수면을 연구하는 신경생리학적 이론과 꿈을 연구하는 심리학적 이론을 통합하여 심리생리학적(또는 생리심리학적) 이해에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곧 이러한 생각은 꿈을 하나의 생리적 현상으로 간주하여 꿈을 무조건 뇌 작용의 결과로만 보는 시각을 포기하고 심리학적 꿈의 기전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이해를 받아들이면서 신경생리학과 심리학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생리적 수면과 심리적 꿈의 역학 관계’에 대한 연구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꿈에 대한 이러한 심리학적 이론과 신경학적 이론의 통합 시도는 현재까지는 아직 초보단계에 불과하며 학자들 각각의 꿈에 대한 주관적 가설들이 과학적 검증을 통해 객관적 이론으로 정착되려면 아마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알려진 신경생리학자들의 수면과 꿈에 대한 기초적 결과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수면의 두 단계: REM 수면과 NREM 수면

 

신경생리학적으로 수면에는 REM 수면과 NREM(NON-REM) 수면 두 단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활성수면이라고 불리는 이 REM 수면은 말 그대로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상태로서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대부분의 꿈을 동반하게 된다.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이 단계의 수면상태가 뇌파의 빠른 움직임을 일으키고 자율신경계와 뇌 대사율 등 그 생리적 활동이 깨어있을 때와 비슷하게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면 중에 뇌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들이 있다. 곧 이 REM 수면은 대뇌피질을 발달시키기 위한 자극원으로서 생리적인 기능일 수도 있고, 장기적인 감각박탈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한 회복 기능의 일부일 수도 있으며, 깊은 수면상태의 지속에 따른 생물학적 생존을 위한 보호본능적 차원의 정신적 각성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수면 중에 이러한 뇌의 왕성한 활동은 반대로 육체적인 휴식을 가져다주는 원천으로 작용하게 되어 몸의 근육들의 긴장이 이완되고 몸을 뒤척이는 행동들도 줄어들게 된다. 

 

반면에 우리가 전통적으로 깊은 수면상태로 보는 NREM 수면상태는 정신적 휴식상태로서 뇌파가 느려지고 뇌 대사율도 떨어지게 된다. 이는 다시 4단계로 나뉘며, 마지막 4단계를 가장 깊은 수면상태로 본다. 결국 REM 수면이 육체적인 휴식의 기능을 가진다고 본다면, 이 NREM 수면은 정신적인 휴식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 REM 수면과 NREM 수면이 꿈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통 성인은 REM 수면과 NREM 수면이 약 90분에서 100분 주기로 반복되며, 하룻밤 4-5회 정도의 주기를 갖는다. 특징적인 것은 보통 수면의 초기에는 NREM 수면이 REM 수면보다 길어지는 반면(특히 3-4단계의 깊은 NREM 수면은 이 수면 초기단계에서 발생한다.), 점차로 수면 후기로 오면서 이 NREM 수면은 줄어들고 반면에 REM 수면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NREM 수면의 길이는 점차로 줄어들고 특히 3-4단계의 NREM 수면은 60세 이후로는 거의 사라지게 되지만, REM 수면상태의 비율은 계속해서 유지되어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수면 유지 장애나 조기 각성과 같은 불면증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나이가 들면서 생리적으로 찾아오는 NREM 상태 감소에 따르는 불면증은 인간의 생리적인 순환에 기초를 둔 병리적 결과이기에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심리적이며 인위적인 이유로 NREM과 REM의 균형이 깨져 생겨난 병리현상들이 구체적인 치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러한 병리현상들의 대부분은 REM 수면에 관계된 행동장애들로서 또한 자체로 꿈과 아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곧 정상인은 정상적인 REM 수면을 통해 평범하고 정상적인 일련의 꿈을 꾸게 된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REM 수면 주기가 발생하거나 뇌의 이상이 생길 경우, 꿈도 정상적이 아닌 악몽의 형태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많이 하거나 소리를 심하게 지르며 심지어는 난폭한 행동을 하여 옆 사람이나 자신의 몸에 부상을 입히는 사람은, 일단 REM 수면 때에 꿈을 꾸면서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근육의 이완과 근력의 상실 현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특히 나이가 든 노인에게서 잘 발견되는데, 꿈을 꾸면서 자동적으로 근력을 이완시키는 신경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꿈에서의 행동을 그대로 현실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이때 신기한 것은 이러한 신경계통의 이상이 생길 경우 그 사람은 평범하지 않은 악몽을 자주 꾼다는 사실이다. 왜 이런 경우 악몽이 자주 출현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생리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다만 심리학적으로 접근하여 굳이 설명을 해본다면, 흔히 악몽이란 자신의 신체적 감정적 외상들을 이겨나가려는 정신적 치유 과정인데 이러한 악몽이 자주 반복된다는 것은 아직 이런 치유 과정이 부족하다는 것을 대변해 준다고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곧 자신에게 신체나 감정 어느 부분에 이상이 생겼으므로 이에 대한 치유가 필요하다는 무의식의 메시지가 꿈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 

 

REM 수면에 들면서 곧바로 근력을 상쇄시키는 신경계가 고장이 나는 가장 큰 이유는 뇌교 부분의 손상에 있다(예외적으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의 투여나 지나친 카페인 섭취로도 발생할 수 있음). 따라서 뇌의 조직이 퇴화되거나 파괴되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성 치매, 다발성 경색증 등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보통의 꿈이 아닌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암시하는 악몽을 자주 꾸게 되는 것이다. 또한 꿈을 꿀 때 말과 행동을 쉬게 하는 중추신경계통의 이상이 이러한 악몽과 작용하면서 꿈속에서의 말과 행동을 현실로 끌고 나와 심한 잠꼬대나 발광적인 잠버릇을 가지게 만든다. 이를 이른바 ‘REM 수면 행동 장애’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이러한 환자를 자기 전에 손과 발을 침대에 묶어두는 방식으로 통제하였으나 지금은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을 써서 예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면 행동 장애 증상은 REM 상태에서 꿈(악몽)을 동반하며 나타나지만 몽유병이나 야간 간질, 섬망,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야간 공포증 등과 같은 질환들은 꿈과 연결이 없는 수면상태에서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아예 REM 수면이 박탈당하여 꿈을 꿀 수 없게 되면 정신분열 증상이 생기고, 주요 불안장애가 발생하며, 그 밖에 기억 장애, 운동 장애, 집중력 장애, 파자극성과 적개심, 시간 감각 장애는 물론 낮에 환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되었다(Demend의 정상인의 꿈 박탈 실험). 또한 다시 꿈을 꾸게 되면 이러한 심리적 장애들은 곧바로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인간은 최소량의 꿈을 반드시 필요로 하며, 꿈은 심리적 적응 기능과 낮 동안에 경험하는 환각을 방지하는 기능, 그리고 정신병 같은 행동을 막아주는 기능 등이 있음이 밝혀졌다. 반면에 심각한 환각 증상을 보이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REM 수면상태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깨어난 상태에서도 꿈의 보충을 위한 REM 반동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Zarcone, Gulevich, Pivik, Demend의 정신분열환자의 꿈 박탈 실험). 

 

다시 말하면 정상인일 경우 REM 수면 부족은 곧바로 기면병(활동 중에 갑자기 근육의 힘을 잃고 쓰러져 REM 상태로 잠을 자는 병)과 같은 과도한 수면 욕구 현상을 일으키는 데 반해 심각한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이러한 수면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꿈이 정신병리적 증상들을 확실히 예방해 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꿈의 이해에 대한 역사적 발전 과정과 꿈의 심리학적 측면과 신경생리학적 측면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이 내용을 종합해 보면 꿈은 분명 미신적 행위의 대상으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주고 있는 무의식의 메시지이며, 인간의 심리적인 안정과 적응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분명 치료적인 상담 상황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제이다. 

 

이와 같이 꿈에 대해 살펴본 이유는 혹시 사목 상담자로서 만일 꿈을 전혀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꿈의 상징에 내포된 메시지들을 완전히 부정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좀 더 내담자의 내면을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임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가 결코 사목 상담자들이 꿈을 실제적인 상담 상황에서 응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독자들이 먼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신분석을 사용하지 않는 심리치료사들이나 상담자들이 꿈을 치료 상황에 직접적으로 응용하는 예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대화적 상담 상황에서 만일 꿈을 드러나지 않은 인격에 대한 반영 또는 내담자 자신이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거나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신의 내적인 상태에 대해 효과적으로 직면하도록 하는 방법의 하나로 적절히 이용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상담에 긍정적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음 호에서는 정신분석가가 아닌 사목 상담자로서 꿈을 상담 상황에 이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벌거벗은 남자가 계속해서 꿈에 나타났다던 40대 초반 여성의 예로 돌아가 그러한 방법론을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사목, 2005년 6월호, 박현민(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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