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금)
(백) 모든 성인 대축일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훌륭한 아내, 좋은 남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07 ㅣ No.592

[허영엽 신부의 ‘나눔’] 훌륭한 아내, 좋은 남편

 

 

언젠가 한 남자 신자분이 찾아와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도 잘 받았습니다. 졸업 후 내 분야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어요. 내 인생은 모든 것이 잘 되어갔는데 지금의 부인과 결혼을 한 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우선 형제들과 사이가 벌어졌는데 그 원인이 제 부인이에요. 욕심 많고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잘해요. 지난번엔 진급도 누락되었는데 사람들 소문에는 제 부인이 너무 수다스럽게 설치고 다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에요. 요즘에는 집안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정숙치 못한 친구들과 어울려 가끔은 술에 취해 들어와서 나와 아이들에게도 행패를 부릴 때도 있어요. 정말 당장 이혼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물론 남편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고 싶지는 않지만 꽤나 심각한 모양이었습니다. 창피해서 어디에다 이야기도 못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모든 책임이 부인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물론 자신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편파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악화되기 마련입니다.

 

한 중년 부인이 피정 중에 나눔을 할 때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을 듣고 깜작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 부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나는 내 남편이 너무 밉고 꼴 보기 싫어 죽이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그럴 수 있죠.” 그러자 그 부인은 핏대를 올리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실제로 죽이고 싶다니까요!” 그때 그 부인의 눈에서 살기를 보았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요.

 

 

부부생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만한 것 아니야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훌륭하고 좋은 배필을 만나서 백년해로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남자들은 누구나 좋은 아내를 얻고자 합니다. 물론 여자들도 좋은 남편을 얻고자 하는 바람은 똑같습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기준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결혼 전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자신의 짝을 고르는데 열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같이 못 살겠다고 서로 아우성입니다. 왜 굳이 상대방을 짝으로 선택했냐고 물으면 당시에는 자신의 눈이 잘못되었다고 자책합니다.

 

처음에는 서로 좋아서 결혼을 하는데 왜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일까요? 떨어져서는 한시도 못 살 것 같던 연인이 왜 서로를 없애버리고 싶은 철천지원수(?)로 변하는 것일까요? 변하는 게 사랑이고, 사람이라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입니다. 통계상으로도 우리 사회는 이혼 건수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부부생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인생에서 늦어도 괜찮은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결혼과 죽음이다”라는 격언이 있을까요.

 

성경에서는 유달리 ‘좋은 아내’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합니다. “좋은 아내를 가진 남편은 행복하다. 그가 사는 날수가 두 배로 늘어나리라. 훌륭한 아내는 제 남편을 즐겁게 하고 그 남편은 평화롭게 수를 다하리라. 좋은 아내는 큰 행운이다.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그런 아내는 행운으로 주어지리라. 그 남편은 부유하든 가난하든 마음이 즐겁고 얼굴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집회서 26,1-4)

 

성경에서도 남편의 가장 큰 기쁨은 무엇보다 훌륭한 아내와 함께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악처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자를 질투하는 아내는 마음의 고통과 슬픔이 되고 험악한 혀로 그것을 모두에게 전한다. 악처는 삐걱거리는 소 멍에와 같고 악처를 가진 자는 전갈을 쥐고 있는 자와 같다. 술 취한 아내는 분노 덩어리다. 그 여자는 제 치부를 감추지 않으리라.”(집회서 26,6-8)

 

특별히 성경 곳곳에서 여자의 말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즉 수다스럽고 험한 말을 하며, 이간질하는 여인은 자신의 남편에게 고통과 피해를 안겨준다고 말합니다. 입이 험하고 수다스런 아내는 진군을 알리는 나팔과 같아서 이런 여자와 사는 남자는 전쟁의 와중을 헤매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집회서 26,27)

 

 

매일 부부가 상대방을 위해 기도해야

 

또한 성경의 가르침에서 중요한 대목이 있습니다. 훌륭한 아내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주님을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이 행운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집회서 26,13.23) 배필을 인간적인 판단과 생각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로 찾으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결혼은 일종의 계약입니다. 계약은 당사자가 충실하게 지키려고 할 때 계약이 성립됩니다. 따라서 부부는 결혼 때의 서약을 매일 매일 새롭게 채워나가야 합니다. 건강한 가정을 유지해나가는 것도 하느님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의지는 턱없이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와 요셉의 혼인 예식>, 샹파뉴(Philippe de Champaigne, 1602-1674), 1645년경, 유채, 영국.

 

 

훌륭한 아내, 좋은 남편을 원하기 전에 내가 훌륭한 남편, 좋은 아내인지를 먼저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우선 자주 나의 남편, 아내를 생각해 봅시다. 그냥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매일 상대를 위해서 기도를 합시다. 기도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하느님의 능력입니다. 부부가 상대방을 위해 기도하는 것만큼 하느님 앞에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요. 처음부터 훌륭한 아내, 좋은 남편은 없습니다. 평생을 통해 훌륭한 아내, 좋은 남편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교회에서 거행되는 혼인성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성당 안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성전 안에서 사제가 성모 마리아와 요셉의 혼인 예식을 주례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며 축하해 주고 있다. 교회의 칠성사 가운데 하나인 혼인 성사를 통하여 부부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소명을 받는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9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1,07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