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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마리아는 공경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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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02 ㅣ No.263

[전례 상식] 마리아는 공경받아 마땅하다

 

 

수련이 끝나고 허원을 앞둔 어떤 수녀가 무사히 허원할 수 있도록 매일 성모께 기도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허원하기에 부당하지만 성모님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믿으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땐 그 절실한 기도의 응답을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세월이 지난 요즘은 그 겸손한 기도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기에 그런 믿음의 기도가 부럽게 다가온다. 성모 신심은 어머니의 겸손과 완전한 의탁, 순결한 사랑을 배우는 신앙의 학교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본받아 성부께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다. 즉 그리스도인은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뵙고 일치하는 예수님 중심적인 사람들이다.

 

종말론, 휴거, 사적 계시의 태풍이 지나간 요즈음은 성모 신심에 대해 왠지 조심스러운 때이다. 성모 신심의 근거는 그리스도와 그분이 세우신 교회로부터 유래한 것이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성모 발현, 우리 나라 사람의 무분별한 신심 행위와 감성적인 종교적 심성 때문에 자칫 정도를 벗어난 성모께 대한 신심과 기도 행위로 적지 않은 오해를 빚고 있다. 올바른 성모 신심을 위해 교회 안에서 비롯된 성모 신심의 근거를 살펴본다.

 

교회가 인정한 성모 발현을 살펴보면 1928년부터 1971년까지 세계 210곳에서 성모 발현이 있었고, 1830년부터 1984년까지 총 379회에 걸친 발현 기록이 있다. 그러나 뤼 뒤 박(1830년), 라 살렛트(1846년), 루르드(1858년), 녹크(1879년), 보랭(1932~1933년), 바늬(1933년), 파티마(1917년) 등 몇 곳올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교회가 발현 사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성모 발현이나 사적 계시가 많은 불신자들을 신앙에로 이끌어 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신심 생활에 자극제가 되고 활력과 회개의 계기가 되는 반면, 이러한 신비 현상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신자들의 무분별한 호기심으로 인해 일어나는 오해, 미신, 오류나 기만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성모 신심의 근거

 

성모 신심은 마리아께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모친으로서 하느님의 구원 신비에 특이하고 탁월하게 참여함으로써 하느님과 온전히 결합함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마리아 공경은 모든 성인들 위에 높임을 받아야 할 독보적인 것이긴 하나 성부와 성자 성신께서 받으시는 흠숭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므로 마리아 신심이 하느님의 모친께 대한 참되고 합당한 공경의 표현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① 마리아께서 지닌 존엄성이 그분의 구원사적 위치와 직능에서 나옴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여야 하고 ② 마리아의 모성적이고 모후적인 전구를 청하는 기원이어야 하며 ③ 마리아께 우리 자신을 바치는 봉헌 및 마리아의 덕행을 본받는 모방이어야 한다.

 

신심은 신앙의 한 표현이다. 따라서 성모 신심 역시 그 근거를 성서와 교회 전통 안에서 찾아야 한다. 구약의 이스라엘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함께 하느님의 구원 활동에 참여했다. 사라, 미리암, 유딧 등과 ‘야훼의 신부’ ‘시온의 딸’ 등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이스라엘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때가 갔을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보내시어 여자의 몸에서 나게 하셨는데”(갈라 4,4) 그 여인이 바로 악마의 권세를 짓밟고 승리할 구원자 그리스도의 모친이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한 천상 유산을 이어받을 공동 상속자들로서 성부를 영원한 아버지로, 성자의 모친 마리아를 영적 모친으로 삼는다. 따라서 교회는 마리아께 대한 전례적 공경과 교도권이 권장해 온 신심 행위를 높이 평가하고 중히 여긴다. 그러나 마리아 공경은 그 본질상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며 은총과 덕행의 근원인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로 향하는 것이므로 어디까지나 그리스도 중심적 의미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즉 성모께서 합당하게 공경받으심으로써 성자가 옳게 이해되고, 사랑과 영광을 받으시며 성자의 계명이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

 

 

성모 호칭 기도

 

마리아의 탁월한 구세사적 위치와 특전, 기능 및 성덕은 한마디로 마리아가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의 모친이라는 점에 근거한다. 16세기 중엽 서방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해온 연도(連禱 : litany)는 성모 호칭 기도로서 48가지의 호칭이 있다. 그중 12는 어머니, 또 12는 여왕, 7은 동정녀, 나머지 17은 구원의 신비와 관련된 상징 및 기타의 개념들이다. 이 호칭 중 가장 위대하고 놀라운 이름은 ‘천주의 모친’으로서 이미 3세기에 교회 안에서 사용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마리아에 대한 공적 신앙 교리로 선포되었고, 마리아 공경이 널리 보급되는 근거가 되었다.

 

3~4세기의 오리게네스(185~254년)와 성 암브로시오(339~397년) 등 교부들은 마리아를 동정자의 모범으로 제시했고, 4세기에 이미 여러 성당이 성모께 봉헌되었다. 또한 5세기에 교황 식스토 3세(432~440년)는 로마의 대성전, 성모 설지전 성당을 재건하고 성모 공경에 박차를 가했으며, 4세기말과 5세기초에는 성모의 이름을 사도들과 순교자들 앞에 놓고 매일 찬미를 바쳤다.

 

한편 중세기를 거치는 동안 마리아 신심은 영성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났는데 마리아를 아름다운 동정녀, 자애로운 어머니, 능하신 여왕(모후)이라는 칭호와 결부시켰다. 이러한 마리아의 호칭과 공경 행위는 중세 서방 교회에서 종교 생활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7세기 이후 마리아의 생애와 관련된 여러 축일의 제정으로 구원사에 있어서 마리아의 특수한 역할이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다. 특히 성미술에서 마리아의 무릎에 안긴 아기 예수 - 그리스도왕을 묘사함으로써 성모의 모후적 역할이 부각되었다. 따라서 신자들은 피조물 중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존재요, 자애로운 어머니를 그분 자신 때문에 사랑하고, 그 능하신 전구에 전적으로 의탁하기에 이르렀다.

 

중세기 말 성모 공경은 성모의 직능을 천상 여왕, 세상의 모후, 교회의 여왕 및 여주인으로 인정했고, 만민을 성모의 보호 아래 두게 되었다. 13세기에는 마리아 신심이 교리와 밀접히 결부되었고, 11세기 이후 종교 개혁 이전까지는 그리스도교 백성들 사이에서 마리아 신심이 교리적 테두리를 벗어나 미신적 경향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15세기에 이르러 인쇄술의 발명과 함께 마리아에 관한 많은 강론집이 출판되어 마리아 신심이 급격히 보급되었다. 한편 로사리오 기도 때 연송된 성모송 역시 이때 오늘날의 성모송으로 틀을 갖추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와 교황 비오 12세는 1942년 세계를 마리아의 성심께 봉헌하고, 더욱이 1954년 성모 무염 시태 교리 선포 100주년을 기념하여 회칙 “찬란한 화관”을 반포하고 역사상 처음으로 성모 성년(1953. 12. 8~1954. 12. 8)을 선포하였다. 따라서 성모께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으며 성서 및 교부학 연구의 부흥과 함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마리아론과 마리아 신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적 신심

 

교회의 전례적, 공적 공경 외에도 성모께 대한 사적 공경과 신섬 행위를 교회는 승인할 뿐 아니라 권장해 왔다. 교회사를 통해 볼 때 사적 신심은 지역적으로나 시대적으로 매우 다양하고 또한 많은 변천을 가져왔다. 다음은 온 교회에 널리 행해지고 있는 신심들이다.

 

1) 로사리오 기도 - 마리아 신심을 가장 잘 나타내는 기도로 전례 축일은 10월 7일이다. 이 신심의 기원은 15세기 레판토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비오 5세 교황께서 로사리오 기념일을 제정한 데에 있다. 2) 가르멜의 성의 - 가르멜의 스카풀라는 인정된 가르멜산 및 성모 무염 시태 신심을 나타낸다. 이 가르멜산 성모의 스카풀라와 기적의 메달은 준성사이다. 3) 기적의 메달 - 1830년 성녀 카타리나 라부레에게 발현하셨고 1832년 교회의 인가를 받아 보급되었다. 4) 성모 칠고 - 성모 칠고의 로사리오이다. 칠고는 ① 시메온의 예언 ② 에집트 피난 ③ 성전에서 소년 예수를 잃음 ④ 그리스도의 매맞으심과 가시관 쓰심 ⑤ 십자가에 못박히심 ⑥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심 ⑦ 무덤에 묻히심 등이다. 이 신심은 각 슬픔을 묵상하면서 주의 기도 한 번, 성모송 일곱 번을 바친다. 5) 하자 없으신 마리아 성심 -파티마 발현이 계기가 되어 20세기에 온 교회에 널리 보급된 신심이다.

 

 

참된 신심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참된 신심을 성 루이 몽포르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 내부적 신심 - 마리아께 대한 참된 신심은 마음과 정신의 밑바탕에서부터 우러나와야 하고, 성모의 위대함과 모든 덕행을 긍정하고 올바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2) 애정이 넘치는 신심 -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신뢰하는 것처럼 마리아께 완전히 또 순박하게 의지해야 한다. 만사에 있어 마리아를 능하고 인자한 어머니로 알고 의탁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 3) 거룩한 신심 - 죄를 피하고 더욱더 큰 성덕에 나아갈 수 있도록 성모의 덕행을 본받는 것이다. 4) 항구한 신심 - 변덕 없고 불변한 신심이다. 5) 사심이 없는 신심 -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오직 마리아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바라는 순수하고 자아 초탈적인 신심이다.

 

합당한 마리아 공경은 과연 어떤 것인가? 그리스도인은 만사에 있어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여야 한다. 마리아는 누구보다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순종하고 철저하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만 사셨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와 하느님께 일치함은 바람직한 것이다.

 

[경향잡지, 1993년 5월호, 이홍근 바오로(대구 가톨릭 대학교 교수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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