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여신이 될 뻔한 성모님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1 ㅣ No.270

여신이 될 뻔한 성모님

 

 

어느새 5월 성모성월이다. 가톨릭 교회는 성모님과 관련된 대축일과 축일, 기념일과 성월, 첫 토요일 신심을 통해 성모 신심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 신자들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수호자로 모시고 있어서인지 성모 신심이 각별하다.

 

현대를 성모님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 도처에서 성모님이 발현하고 성모님을 통해 기이한 현상들과 기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신자들 가운데는 성모 발현과 초자연적 현상을 보고 기복적인 신심을 갖게 되어 하느님보다도 성모님께 더 관심을 쏟고 매달리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9일 기도를 할 때도 성모님이 직접 은총을 내려주시는 것으로 여긴다. 무의식 중에 천주교가 마리아교이며 성모님이 여신(女神)인 것처럼 기도한다.

 

 

성모님의 지위와 특전

 

동정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에 중추적이고 필수적인 인물로 선택되었다. 마리아는 천주 성자의 강생과 함께 구세주의 모친, 새 하와로 예정되었다.

 

마리아는 초대 교회 때부터 ‘주님의 어머니’(루가 1,43)로 공경받았다. 에페소 공의회(431년)는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포하였다. 그래서 새해 첫날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낸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이므로 다른 어떤 피조물보다도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성모님은 원죄 없으신 잉태, 동정 잉태, 평생 동정, 몽소 승천, 은총의 중개자, 인류의 어머니 등 여러 특전을 입었다. 우리가 특별한 지위와 특전을 입은 성모님께 대한 신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성모님도 한낱 피조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성모님의 역할

 

성모님은 인류의 어머니로 사람들을 예수께로 인도하고 은총의 중개자 역할을 하신다. 성모님이 결정적으로 인류의 어머니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유언으로써 성모님과 사랑하는 제자를 모자관계로 맺어주셨기 때문이다(요한 19,26-27 참조).

 

성모님은 예수께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도 하는 분이다. 구세주 탄생에서 성모님은 먼저 목자들과 동방 박사들의 인사를 받은 다음, 주인공인 아기 예수께 경배드리도록 안내하셨다(루가 2,16; 마태 2,11 참조). 이처럼 성모님은 아드님께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려고 사시사철 성당 마당에 나와 계신다. 따라서 천주교는 마리아교가 아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의 중개자, 은총의 수로 역할을 하신다. 가나 혼인잔치에서의 첫 기적(요한 2,1-11 참조)도 성모님의 중개 덕분이었다. 그런데 하느님과 인간의 중개자는 예수님 한 분뿐이므로(1디모 2,5-6 참조) 성모님의 중개는 예수님의 유일 중개성에 적극 협력하여 능력을 나타나게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교회헌장 60항 참조).

 

 

성모 발현과 사적계시

 

인류에 대한 성모님의 모성적 역할은 성모님의 발현으로써 수행되고 있다. 성모님은 1830년 프랑스 파리에서의 발현 이래로 줄곧 발현하고 계신다. 1830년이 출발점이 된 것은 그 당시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물질 위주의 사조로 변하는 시대적인 상황 때문으로 여겨진다. 성모님의 발현은 수없이 많지만 교회로부터 공인된 것은 열 군데도 되지 않고 그나마 1933년 벨기에 바뇌에서의 발현 이후에는 하나도 공인되지 않았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메주고리아의 발현도 공인받지 못하고 있다.

 

성모 발현과 메시지는 사적계시에 속한다. 공적계시는 인류 전체에 주시는 하느님의 계시로서 그 내용이 신 · 구약 성서에 나타나 있고 사도시대로 이미 끝났다. 사적계시는 특정한 시대에 신자들의 믿음을 북돋아 공적계시의 정신대로 살도록 도와주려고 개인이나 몇몇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황은 성모 발현이나 초자연적 현상 따위의 사적계시에 대한 판단과 분별을 지방 교구장에게 일임하여 신중하게 처리하도록 한다. 신자들은 사적계시에 대한 교구장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성모님은 발현하여 신자들에게 회개, 기도, 단식, 성사생활, 속죄, 평화 등을 호소하면서 복음정신을 일깨우신다. 현대에 발현하시는 “성모님은 하느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시로서 빛나고 계신다”(교회헌장 68항).

 

 

잘못된 성모 신심과 올바른 성모 신심

 

성모 신심이란 “하느님의 구원 경륜에서 탁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어머니 역할을 하시는 성모님께 자녀다운 애정과 공경을 드림으로써 예수님과 하느님 아버지께 더 가까이 가려는 인간의 자세”이다. 성모 신심에는 잘못된 신심과 올바른 신심이 있다. 잘못된 신심에는 소심한 신심, 표면적 신심, 주제넘은 신심, 변덕스런 신심, 위선적 신심, 이기적인 신심 등이 있고, 올바른 신심에는 내적인 신심, 애정 어린 신심, 거룩한 신심, 항구한 신심, 사심 없는 신심 등이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참된 신심은 일시적인 감정이나 허황한 믿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참된 신앙에 있음”(교회헌장 67항)을 상기시키고 있다. 참된 신앙이 없어도 성모님께 호소하기만 하면 만사형통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신심이다.

 

성모님은 성부, 성자, 성령 다음의 위치에 있는 여신이 아니다. 바오로 사도가 “때가 찼을 때 하느님이 당신 아들을 보내시어 여자의 몸에서 나게 하시고”(갈라 4,4)라고 하면서 여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그 당시 다신교적 배경 하에 여신 숭배가 있었으므로(사도 19,23-41 참조) 성모 마리아도 여신으로 숭배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바오로 사도 자신도 헤르메스 신으로 숭배될 뻔하였다(사도 14,11-13 참조).

 

성모님은 공경의 대상이지 결코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성모님도 자신을 ‘주님의 종’(루가 1,38)이라고 불렀다. 은총은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고 성모님은 천주의 어머니로서 하느님께 전구할 따름이다. 그래서 성모송에서 우리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하고 기도한다.

 

성모님의 일생은 인류 구원을 위한 기도와 사도직 활동의 생애였다. 참된 성모 신심은 이웃의 구원을 위한 기도와 사도적 봉사활동을 요구한다. 또한 그리스도 중심, 삼위일체 하느님 중심의 신심이다. 따라서 하느님께 대한 참된 믿음이 없이 신비스런 발현이나 기이한 현상에 집착하여 성모님께만 매달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오히려 성모님의 순교자적인 믿음, 순명, 겸손, 봉사 정신을 본받아 인류 구원을 위한 성모님의 기도와 사도직 활동에 동참해야 비로소 올바른 성모 신심을 갖는 것이다. 이런 올바른 신심으로 이 성모성월을 지낸다면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리게 될 것이다.

 

[경향잡지, 2001년 5월호, 최경용 베드로(부산 신선성당 주임신부)]



1,15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