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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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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교리위원회: 주님 안에 머물면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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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9 ㅣ No.276

[20+4] 신앙교리위원회 - 주님 안에 머물면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무엇을 위해 있는가?

 

사도행전은 초대교회 공동체의 생활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곤 하였다”(사도 2,42-46). 후대 교회에 모범이 되는 첫 신자 공동체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가운데 함께 미사를 지내고 기도하면서 서로 돕고 나누는 삶을 살았다. 이런 삶은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47).

 

그런데 교회의 삶은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잘못된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교회 공동체가 혼란과 분열의 위기를 자주 겪었다. 그래서 교회의 지도자는 올바른 가르침을 전파하는 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에게 이렇게 경고하면서 당부한다. “사람들이 건전한 가르침을 더 이상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때가 올 것입니다. 호기심에 가득 찬 그들은 자기들의 욕망에 따라 교사들을 모아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진리에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고 신화 쪽으로 돌아설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신을 차리고 고난을 견디어내며, 복음 선포자의 일을 하고 그대의 직무를 완수하십시오”(2티모 4,3-5).

 

장구한 교회 역사에서 이런 경고와 당부가 필요 없을 정도로 평온한 시절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오류의 위협에서 계시된 진리를 올바로 설명하고 신앙을 수호하는 교도(敎導)직무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직무는 주교님들의 주요 임무다. ‘교회헌장’ 25항은 주교님들이 계시를 “성령의 빛으로 밝혀주며, 그 신앙이 열매를 맺게 하고, 자기 양 떼를 위협하는 오류를 경계하여” 막아야 할 사명이 있다고 천명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는 이런 교도직무를 돕고자 설립되었다. 곧 신앙교리위원회는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리를 수호하고 신앙의 이해를 도우며, 과학이나 문화의 발전에서 생기는 새로운 물음들에 관하여 신앙의 빛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무엇을 하는가?

 

신앙교리위원회는 1968년 10월 16일에 설립되었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1991년부터 시작하였다. 1991년 10월 23일 첫 모임을 시작한 이래로 2009년 4월 17-18일까지 제60차 모임을 가졌다. 현재 이 위원회는 두 분의 주교님과 6명의 신부, 3명의 수녀, 3명의 평신도로 구성되어 있고, 1년에 네 번씩 1박 2일 또는 2박 3일에 걸친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위원회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연구와 자문 작업이다. 현재까지 위원들은 정기 모임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계시헌장’,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신앙과 이성”, 국제신학위원회 문서 “세례 받지 않고 죽은 유아의 구원에 대한 희망” 등을 읽고 논의하였다. 그리고 주교회의 타 위원회가 번역하거나 집필한 문건을 검토하여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다른 하나는 집필 작업으로서, 신자들이 건전한 신앙생활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자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현재까지 신앙교리위원회는 여러 권의 소책자를 편찬하여 주교회의의 승인을 얻어서 발간하였다. 신흥종교와 유사영성운동을 포함해서 우리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위협하는 다양한 세력들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경고하고자 1997년 9월에는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Ⅰ”을, 2003년 4월에는 그 두 번째 권을 펴냈다. 2005년 1월에는 신자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자 “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을 출간하였다. 또한 같은 시기에 환경문제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려는 목적으로 “환경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발간하였다.

 

이어서 두 가지 소책자를 더 펴냈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2003년 5월 19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성령쇄신운동’과 성모신심을 전반적으로 평가하여 미래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신앙교리위원회에 이를 검토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 요청에 부응하여 신앙교리위원회는 약 3년간의 연구 끝에 “올바른 성모신심”을 편찬하여 2006년 5월 25일에 발간하였다. 이 책은 잘못된 성모 공경과 신심, 이에 대한 신학적 비판과 교도권의 결정 내용, 올바른 성모 이해와 공경에 초점을 두고 저술되었다.

 

현재 이 책자는 각 교구의 레지오 교육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고, 영어로 번역이 되어 교황청 신앙교리성에도 제출되었다. “올바른 성모신심”이 출판된 뒤에 2년 반가량의 연구를 거쳐서 2008년 12월에는 “올바른 성령 이해”가 출판되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성령쇄신운동’이 좀 더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돕고자 쓰였고, 성경에 근거한 성령 이해, 성령 이해의 역사, ‘성령쇄신운동’의 빛과 그늘, 은사의 식별을 주제로 삼았다.

 


무엇을 바라는가?

 

예수님은 당신을 포도나무에, 우리를 가지에 비유하신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5). 그리스도교 신앙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면서 그분의 뜻을 따르는 것이고, 그분 안에 머물러서 많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그러나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지 못하도록 유혹하고 방해하는 세력들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신앙교리위원회가 이런 그릇된 세력들을 경고하여 가지가 나무에서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돕고, 나무에 머물면서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열매를 풍성하게 맺도록 돕는 데에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지 스스로 나무줄기에 붙어 있으려는 의지다. 병자가 병에서 나으려면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가 필수적이다. 투병의지가 없다면 의사의 도움도 별 효력을 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신자가 신자답게 살려면 주위의 도움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신앙의지, 곧 예수님 안에 머물러 있으려는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자 성경을 읽으려 할 것이고,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자 기도하려 할 것이며, 그분의 은총을 체험하고자 성사, 특히 성체성사(미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그분을 본받아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모습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 하였던 초대교회 신자들의 모습을 닮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신자들이 성경과 기도, 성사와 친교의 삶을 통해서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진정한 기쁨과 희망을 누리면 좋겠다. 아울러 이 기쁨과 희망을 세파에 지쳐 방황하고 허덕이는 이들에게 전해주기를 기원한다.

 

* 손희송 베네딕토 - 서울대교구 신부. 가톨릭 대학교 교수이며,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09년 5월호, 손희송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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