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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성모님의 등에 업혀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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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299

[레지오 영성] 성모님의 등에 업혀 사는 삶



온갖 초목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5월, 은혜로운 성모님의 성월을 만나고 있다. 계절의 여왕이며 일 년 중 제일 좋은 계절이라고 사람들은 5월을 들어 높인다. 장미 꽃다발이라는 뜻을 가진 묵주기도(로사리오)를 더 열심히 바치는 계절이기도 하다.  교우님들 가정, 성당이나 피정의 집, 모든 가톨릭 기관 등에는 성모상이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이 좋은 시절에 성모상 앞에 놓인 형형색색의 꽃들도 성모님을 찬송한다. 아름다운 신앙인의 마음을 외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혜화동에 있는 소신학교(성신중고)에 입학하였다. 외형적으로는 일반 중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다. 월요일 오전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배우는 학과도 일반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라틴어를 매일 1시간씩 6일을 배우고, 영어를 1시간씩 3일간 더 배우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모든 학생들은 예외 없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 침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데 크기는 다양하다. 작은 것은 20명이 함께 쓰고, 큰 것은 80명이 들어가는 침실도 있다. 침실 구성원은 중1부터 고3까지 혼합으로 편성된다. 고3 형이 침실장을 맡고, 아침 기상과 저녁 취침을 철저히 통제한다. 이 명령을 어기면 담당 신부님께 보고되어 귀가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아침에는 5시10분에 일어나 5시30분까지 성당에 들어가야 한다. 아침 기도, 묵상, 미사가 이어진다. 아침식사, 청소, 운동장 조회와 체조, 오전 수업 4시간, 점심, 오후 수업, 저녁식사 전 성체조배, 저녁식사, 묵주기도, 저녁기도와 만송, 신부님 성수 강복, 연학시간이 이어지고, 연중 저녁 8시50분에는 무조건 취침해야 한다. 학기 중 운동시간, 휴식시간, 예술제, 소풍, 체육대회 등이 있다. 여름, 겨울 방학에는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들과 지내지만 본당 미사에는 꼭 참여해야 한다. 본당 신부님 방학생활 증명서에 수준 이하의 평가가 나오면 자격상실로 퇴교 조치된다.


묵주기도 올리면 표현할 수 없는 은총의 샘물 만나

지금 소신학교는 1983년 초에 문을 닫았다. 위에 기술한 내용은 나의 중학교 시절 1960년대 중반에 해당한다. 거의 50년 전 일인데도, 눈 감으면 엊그제 일어난 일로 느껴진다. 지나간 시간은 경이로울 만큼 짧게 느껴진다. 기억의 힘은 10년의 세월도 순식간에 통과하며 한 순간으로 축소되기도 한다. 정신과 기억력이 건강하면 지난 과거는 어제 일처럼 꺼내볼 수 있다. 곧 육체는 시간이 가면 늙고 병들지만, 정신은 나이 먹는 일이 없다. 현재의 나이를 계산해 보고 육체의 기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때 비로소 상당한 시간이 흘러갔음을 인지하고 동의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말이 생겨난 듯하다.

소신학교 교정에는 여러 개의 화단이 있었다. 그 많고 넓은 꽃밭에는 봄이면 많은 종류의 꽃들이 가득 넘쳐난다. 그 꽃향기에 취할 정도이다. 그 화단을 관리하는 학생자치회 미화부가 따로 있었다. 5월이면 꽃들이 만개하는 시기이다. 이때에는 묵주기도 후에 성모상이 위치한 계단 아래에 전교생이 모여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시간(오라또리움)을 갖는다. 기도의 핵심은 성모님 찬가(마니피깟)을 라틴어로 바치는 것이다. 기도 시작 전후에 목청 터져라 성모님 노래를 불렀다. 중고생 400명 청춘의 음성이 낙산골을 뒤흔들면서 메아리쳤다. 그 성가소리에 놀라 소신학교 담장에 목을 길게 빼고 일반주택가에 사는 남녀노소가 그 기도 광경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5월 한 달은 그렇게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성당에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연학실로 가 이튿날 수업준비를 한다. 성모성월 중 말일 경 하루를 잡아 성모의 밤 행사를 갖는다. 성모님 상 앞에서 학년별로 꽃다발을 봉헌하고, 헌시 낭송, 성모님께 드리는 글과 새로운 결심 등이 이어진다. 특별 강론으로 초청된 신부님께서 성모님 강론을 감동적으로 들려주셨다.

스승 신부님들은 늘 말씀하셨다. 성모님을 온 마음과 몸으로 공경하며 기도를 열심히 바치고, 성모님께서 몸소 실천하셨던 겸손, 순명, 청빈, 정결, 침묵의 덕행을 따라 걸어야 세상과 교회가 바라는 사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묵주기도를 매일 정성스럽게 바치면 어느 날 사제가 되어 미사를 올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하셨다. 나도 매일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려고 노력하였다. 성모님의 대한 영적 서적들도 적지 않게 읽고 묵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제품을 받았다. 나는 군대생활 3년을 포함하여 소신학교에 입학한지 만 15년이 경과하는 시점이었다. 사제가 되어 첫미사를 봉헌하면서 까까머리 소신학생 시절에 들었던 스승 신부님의 말씀이 선명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성모님이 가신 길을 따라 걸으며, 묵주의 기도를 올리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은총의 샘물을 만나게 된다.


거짓 성모 발현 주장에 현혹 되선 안 돼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성지가 여러 곳이 있다. 교회가 인정한 곳도 있고, 조심하라는 경고를 내린 곳도 있다. 벨기에 바늬, 프랑스 루르드, 포르투갈 파티마 등이 대표적인 성모발현성지이다. 우리나라에는 성모님 발현에 대해 교회가 인정한 곳은 없다. 남양성모 성지는 성모님이 발현하시지 않았지만, 성모성지로 국내외에 알려지고 있다. 남양성지는 수많은 우리 선조 순교자들이 묵주기도를 손에 들고 성모님께 의탁하며 장엄하고 숭고한 죽음을 맞이한 것을 추앙하며 성모님께 봉헌된 곳이다.

개인적인 욕심이나 재물 탐닉에 목적을 두고, 교회 교도권에 저항하며 성모님 발현을 억지로 주장하는 허위 성지도 우리나라에 나타나고 있고, 일부 신자들이 참여한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있다. 교회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허위 교설, 이단, 거짓 성모발현 주장에 신자들은 결코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교우님들, 특히 레지오 마리에 구성원들은 안전하게 성모님 등에 업혀있는 복 받은 사람들이다. 나는 묵주기도를 바치다 보니 사제가 되었다. 계속 묵주기도 안에서 살다 보면 이 세상 순례의 길을 무사히 마치고, 성모님의 손을 잡은 채 예수님 대전에 갈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갖고 있다. 머지않아 세상의 모든 것을 놓고 주님을 만나러 갈 날이 불현듯 나에게 닥칠 것이다.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다 보면 그 아름다운 날이 펼쳐질 것이다. 묵주기도는 세상 어떤 유혹과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최선의 무기요 수단이다.

‘천주의 성모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5월호, 이용훈 마티아(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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