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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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내가 만난 현대의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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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08 ㅣ No.538

[레지오 영성] 내가 만난 현대의 순교자

 

 

순교자 성월이 다가오면 언제나 기억나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10여 년도 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세계 각국의 평신도들을 바티칸으로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강성 이슬람 국가에서 온 몇몇 평신도들이 있었고, 그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슬람이 강성인 국가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한 박해를 받고 살아가야합니다. 저는 그들이 매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며 만남을 기대하였지만, 그 어려움은 제가 피상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온 첫인상은 매우 강렬하였습니다.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마 한 가운데에 까만 십자가 문신들이 새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왜 저런 문신을 새겼을까?”하는 질문은 그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에서 드러났습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사회 질서에서 소외됨을 의미합니다. 국가적 차원뿐만이 아니라 주민들도 그들을 배척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지다가 적발이 되어 잡히면 신앙인의 이마에 십자가 문신을 새겨버린다고 합니다.

 

이 문신이 새겨진 이들은 사회에서 매장되게 됩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직장을 얻을 수 도 없습니다. 또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에도 승차를 거부당하거나 쫓겨나기도 합니다. 길거리에서 그들에게 침을 뱉는 이들뿐 아니라 돌을 던지는 이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식료품 가게에서도 그들에게 물건을 파는 것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집안의 수치로 여겨져 가족과의 관계도 끊어져버린 이들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상적인 삶과는 너무나 다른 삶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현재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박해를 보았고, 신앙의 삶을 살 수 있는 우리들의 현실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을 자랑스러워할 때 증거의 삶 살아

 

그들과의 담화가 끝날 때 쯤 신앙생활의 어려움에 대하여 위로를 하자 한 사람이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신앙생활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를 위하여 많이 기도해주십시오. 그리고 이 말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신앙생활의 어려움만을 이야기하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어려움보다 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앙을 무엇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가 신앙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마에 새겨진 십자가 문신아래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했던 그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순교자(Martyris)’라는 말은 ‘증거자’라는 말에서 생겨났습니다.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신앙의 소중함을 알고 자부심을 느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자신이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뿐이라고 이야기하였듯이 우리도 신앙을 자랑스러워할 때 증거의 삶을 사는 것이며, 순교자들의 후손으로서 “현대의 순교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순교자 성월을 단지 조상들을 기억하는 성월로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순교자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성월로 바꾸어 사는 것은 어떨까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9월호, 김태현 마태오 신부(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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