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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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사회복지위원회: 카리타스,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의 사랑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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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9 ㅣ No.441

[20+4] 사회복지위원회 - 카리타스,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의 사랑 실천

 

 

‘진흙 과자’와 ‘웰빙’ - 우리 시대의 두 얼굴

 

작년에 텔레비전에서 중남미의 어떤 섬나라에서 굶주림 때문에 진흙으로 빚어 만든 쿠키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방영한 적이 있다. 우리 시대 지구촌의 빈곤 실태와 식량 위기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구의 다른 한편에서는 웰빙을 구가하며 몸에 좋다는 것을 골라 먹고, 그래도 몸이 비대해져 돈과 시간을 들여 살을 빼고 미용과 건강을 지키려 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1년간 버리는 음식 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5조 원으로 가구당 100만 원어치의 음식을 쓰레기로 남겨 버리는 셈이다. 이러한 양극단의 모습을 대하며 성경에 나오는‘부자와 라자로’ 이야기(루카 16,19-31)를 떠올린다면, 그것을 과장이나 비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수님은 구유에 내려오신 강생에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사랑의 삶으로 일관하셨다. 특별히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들은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물론 죄인, 세리, 창녀, 이방인, 나병환자, 앞 못 보는 소경 등 공동체로부터 배척받고 소외된 이들이었다. 예수님은 이처럼 ‘가장 작은 이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셨다. 교회와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백히 보여주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초대교회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2.34.). 2000년이 지난 오늘의 세상은 초대교회 공동체의 철저한 친교와 나눔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경쟁적, 이기적, 비도덕적 가치가 팽배한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경제상황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 인구의 약 6%에 달하는 사람들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적 빈곤 속에서 생활하고, 약 14%에 달하는 사람들이 전체 평균 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상대적 빈곤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다.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주는 GINI 계수는 해가 갈수록 커져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뿐만이 아니라 노동, 의료, 주거에서 소외 현상은 더욱 다차원적으로 발생되어 비정규직과 해고 노동자,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 노숙자를 비롯한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놓인 사람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족해체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아동과 청소년들이 늘어가고, 가족의 돌봄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장애인, 급격한 고령화와 맞물려 장기적인 보호가 필요한 노인 역시 이 시대의 스스로 살아가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에 포함되게 되었다. 나아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생긴 결혼 이민자, 이주 노동자들 또한 이 사회에서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우리 교회로 하여금 초대교회의 사랑의 공동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한국 천주교회는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해 왔던 가난하고 고통 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 왔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한국 카리타스)의 발자취

 

한국 최초의 근대적 사회복지사업은 1854년 프랑스 선교사 매스트르 신부가 ‘영해회’라는 이름으로 고아원을 설립 운영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1886년 한불 수호조약으로 선교의 자유가 허용된 이후 선교사와 수도회를 중심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사회복지 활동이 지속되어 왔다. 그리고 1975년 주교회의 ‘인성회(仁成會, Human Development Committee, 현 사회복지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외국교회의 원조와 관련된 협의와 조정, 분배가 이루어졌다. 인성회는 이러한 외국원조를 수용하는 창구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국내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의 다양한 사회사목 활동을 하는 기구였다. 같은 해에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Cor Unum) 산하 기구인 국제 카리타스의 준회원으로 가입하게 되면서(1979년에 정회원으로 승인) 인성회는 ‘한국 카리타스(Caritas Corea)’라는 이름을 대외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1991년 10월에 인성회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1992년 10월 주교회의는 국내의 사회복지 활동뿐 아니라, 가난한 나라를 원조할 수 있는 기능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에 공식적으로 부여함으로써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공식적인 해외원조 사업이 시작되었다. 또한 2006년도 11월부터는 1995년부터 지속되어 온 국제 카리타스의 대북지원 사업 추진 기구의 역할을 홍콩 카리타스로부터 넘겨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라는 명칭은 주로 교회 내에서 그리고 대사회적으로 국내복지에 대한 주교회의 전국위원회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할 때 사용하고, ‘한국 카리타스’라는 명칭은 주로 대외적으로 대북지원 사업과 해외원조나 국제 개발협력과 관련한 영역에서 사용하고 있다.

 

 

카리타스, 국경을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한국 교회가 도움을 받는 교회에서 이제 나눔을 실천하는 교회로 변화하고 성장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제는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국제적인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2010년에는 OECD의 DAC(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을 하고자 준비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지원법안과 관련한 입법안을 검토하는 등의 개발도상국지원에 대한 청사진도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나눔 실천은 아직 미약하다. 우리 신자들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1년에 한 번 해외원조주일에 실시하는 2차 헌금액은 2008년도 기준으로 약 12억 2천만 원인데, 이 금액은 신자 1인당 250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해 시작된 경제위기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전 세계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힘이 닿는 대로 덜어주는 일은 하느님 백성 전체의 의무이며, 그러려면 자기가 쓰고 남는 것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전통에 따라 자기에게 필요한 몫에서 나누어주어야 한다.”(사목헌장, 88항 참조)라고 가르친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은 역시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임을 상기할 때 이때야말로 우리의 나눔 실천이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카리타스,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교회의 사랑의 실천(Caritas)은 하느님 말씀의 선포, 성사 거행과 함께 교회 본질의 한 부분이며, 교회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데에 필수적인 표현이다. 그리스도인의 사랑 실천은 무엇보다도 긴급한 요구와 특수한 상황에 무조건 응답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랑의 활동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보고 거기에 따라 알맞은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보는 마음’을 항상 가져야 한다. 이것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원칙이며 예수님의 원칙인 그리스도인의 원칙인 것이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31항 참조).

 

우리 신앙인들부터 이 사랑의 원칙을 생활화할 때 이 세상은 더 이상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괴상한 세상이 아니라, 태초에 창조주께서 지어내시고 보시기에 좋았던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세상은 남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초대교회가 실제로 삶으로써 보여주었던 사랑의 공동체이고, 사랑과 정의가 흘러넘치는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와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 이창준 미카엘 - 서울대교구 신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09년 6월호, 이창준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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