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11: 대성당 천장을 돌로 올리다 - 제2 클뤼니 수도원 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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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이야기] (11) 대성당 천장을 돌로 올리다 제2 클뤼니 수도원 성당
수도원은 세상이 어둠의 긴 터널에 빠져들 때면, 교회의 얼굴에서 그리스도의 빛이 되살아나도록 자신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카롤링거왕조 이전까지의 5~7세기 서유럽의 침체기에 교회의 신앙과 영성에 숨을 불어넣었던 것도 누르시아의 성 베네딕토가 세운 베네딕토 수도회였습니다(529년). 이후 베네딕토회 규칙서를 따르는 수도원들이 서유럽 전역에 생겨났고, 카롤링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발전하게 되는데, 앞에서 다룬 생리퀴에 수도원과 아래 그림의 성 갈로 수도원이 대표적입니다.
성 갈로 수도원은 서양 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상적인 수도원의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남아 있지 않지만 820년으로 추정되는 양피지에 그려진 배치도는, 성 갈로 수도원이 단순히 기도하고 노동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도시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수도원 안에는 대성당은 물론이고, 학교, 농업과 목축업의 농장, 양조장과 목공소, 병원과 제약소, 그리고 묘지에 이르기까지 삶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수도원은 수도 공동체의 순박한 공간이 아니라 도시와도 같은 종합적 공간이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자급자족의 이상적 공동체는 결국 “기도하며 일하라”라는 베네딕토회 정신과 조금씩 멀어져 가면서, 세속 군주와 결탁하는 이상한 공동체로 전락하였고, 결국 또 다른 수도원의 등장을 예고한 것입니다.
[2019년 9월 29일 연중 제26주일(이민의 날)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0 2,26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