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성모님의 모습과 생각으로(ABC이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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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와 마음읽기] 성모님의 모습과 생각으로(ABC이론)
한 아들은 짚신장수를, 또 한 아들은 나막신장수를 하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있다. 그 어머니는 비가 오면 짚신장수 아들이, 해가 나면 나막신장수 아들이 장사가 안 될까봐 늘 걱정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을 바꾸어, 비가 오면 나막신장수 아들이, 해가 나면 짚신장수 아들이 장사가 잘 될 것을 생각하면서 행복해졌다는 이야기이다. 차라리 두 아들의 사업을 합쳐 맑은 날엔 짚신을, 비오는 날엔 나막신을 파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있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생각에 따라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상황은 얼마든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일상에서 자주 있을 수 있다. 만약 아는 사람이 나를 모른척하고 지나간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저 사람이 나에 대하여 기분 나쁜 일이 있나?’라고 생각되면 초조해지고 걱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저 사람이 오늘은 평상시 끼던 렌즈를 끼지 않았나?’라고 생각되면 그냥 아무런 감정 없이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런 심리과정을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는 ABC이론으로 정리하였다. 이는 각자에게 일어난 의미 있는 “사건(Activating events)”을 A, 개인이 지니고 있는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어떤 믿음들인 “신념체계(Belief system)”를 B, 일어난 사건에 대한 개인의 감정과 행동의 “결과(Consequences)”를 C라고 하여, 사건인 A와 반응인 C사이에는 생각인 B가 있다고 보았다.
즉 상황이 일어났을 때 느끼는 감정이나 하게 되는 행위는, 그 상황 때문이 아니라 각자가 지니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말을 듣고도,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다른 사람은 매우 화를 내게 된다. 그러니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해서 내가 화가 났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 말에 대한 나의 어떤 생각으로 내가 화나는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우리는 자신의 신념체계를 매개로 사건을 지각하여, 그 사건을 자신의 가치관이나 태도에 비추어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찍이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자인 에픽테투스의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이러한 사건을 보는 우리의 관점이다.”라는 말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한 사건을 보는 관점에 따라 사건이 달리 느껴져
40대 초반의 B자매는 우울성향이 짙었고 불안과 두려움도 높았으며 매사에 비관적이어서 삶이 힘들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면 순전히 운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자신이 능력이 없어서나 혹은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다 주위의 권유로 입교를 하여 레지오에 들게 되면서 달라졌다.
선배단원과 입교권면 활동을 여러 번 하던 중 결과가 나지 않자 그녀는 매번 그러듯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자책을 하였다. 그런데 선배단원이 그건 대상자의 문제이며 또한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자신과는 다른 관점을 듣고 자신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그 일 이후로 제게 어떤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저의 생각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활동을 하면서 제가 과도하게 제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그 선배단원으로부터 배우고 알게 되었거든요. 꾸준한 레지오 기도 또한 저에게 도움이 되었어요. 기도를 하면 뭔지 모르게 희망이 생기면서 저의 우울이 줄어드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 뜻에서 레지오는 제 삶을 바꾸어준 아주 고마운 단체입니다.”
나를 인정해 주지 않거나 거절하는 듯한 발언이나 행위가 나를 매우 화나게 하는가? 그렇다면 내 안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는 비합리적 신념이 있을 수 있다고 앨리스는 말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진정으로 자신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남의 언행으로 자신의 가치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쓸모 있는 존재로 여기신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최고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교본 356쪽)처럼 나의 가치는 인간의 평가가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믿음은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큰 도움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단원이 칭찬받고 비윤리적인 사람들이 더 잘되는 것을 보면 화가 나는가? 그렇다면 내 안에 “어떤 사람들은 나쁘고 사악하며 반드시 비난받고 벌을 받아야 한다”는 비합리적 신념이 있을 수 있다. 이때는 ‘사람들은 비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흔하며 그들에게는 처벌보다는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합리적이다. “아무리 버림받고 가망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라 해도 레지오 단원이 용기와 믿음으로 끈질기게 노력한다면 반드시 결실을 맺는다.”(교본 441쪽)는 말도 있으니 레지오 단원은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어야 한다.
간부인 내가 지시한대로 단원이 따르지 않아 화가 나거나,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과도하게 불안하거나 힘이 드는가? 그렇다면 나의 신념 중에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는 파멸이다”라는 비합리적 신념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사람이나 일이 내 뜻대로 되면 좋겠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것이 끔찍할 이유는 없다. 그때는 교본에 “한정된 인간의 시각으로 볼 때, 주위의 환경이 결코 이상적인 조건이라 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성공 가능성마저 없어져 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악조건들은 성공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공의 전제 조건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454쪽)” 말도 있음을 명심할 것이다.
“인간적인 생각에서 실패로 판단되거나 가망이 없어 보이는 때라도, 어머니이신 레지오의 모후께 확실한 신뢰심을 갖고 도움을 청하면 승리로 이끌어 주신다.”(교본 318쪽)라는 믿음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성모님이 우리를 차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이따금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이나 화살기도 등으로 새롭게 떠올리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교본 65쪽)를 기억하고 행하면 된다. 결국 레지오 단원은 “모든 행실은 성모님의 ‘피앗(Fiat : 뜻대로 이루어지소서)’의 정신으로 해야 한다.” (교본 417쪽)는 말을 잊지 말고 주어지는 상황을 보아야 한다.
“자신과 자신의 힘은 잊은 채 성모님께 의탁하는 레지오 단원의 영혼은 성모님의 모습과 생각으로 가득히 채워져 두 영혼은 하나의 영혼이 된다.”(교본 48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4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총무이사)] 0 2,41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