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2013-1117...평신도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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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3-11-16 ㅣ No.1418

연중 33 주일 - 다해

말라키 3,19-20ᄀ      2테살로니카 3.7-12     루카 21,5-19

2013. 11. 17. 등촌3

주제 : 삶의 올바른 방법

세상에는 당연한 소리가 참 많습니다. 물론 누구나 당연하게 여긴다고 해도 그런 소리들을 들은 사람들이 전부 당연한 행동을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자동차는 도로의 오른쪽 편으로 다녀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가끔씩 고속도로에서 왼쪽으로 다니려고 하는 차들 때문에 아주 큰 일이 생기곤 합니다.

 

사람에게 습관이란 무서운 것입니다. 세상의 목숨을 유지하고 보존하는데 이 습관이 드러내는 좋은 역할도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이 습관을 바꾸지 않아서, 내게 어려움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는데도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사람들을 가끔씩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향해서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본보기를 보이면 그들이 올바른 길로 가겠습니까?

 

오늘은 연중33주일입니다.

연중33주일은 1968년부터 정해져서 기념하기 시작한 평신도주일입니다. 평신도라는 말의 발음을 정확하게 해야, 이상한 소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평신도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겠습니까? ‘평신도(平信徒)’라는 낱말의 뜻을 사전은 신자들의 삶을 지도하는 일도 맡지 않고 교회의 관리를 책임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신앙생활에 참여하는 사람들 가운데 아주 많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일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성직자가 아닌 사람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표현이라는 얘기인데,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세상에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겠습니까?

 

오늘 교회공동체의 입장에서, 평신도의 사명과 권리를 강조하고, 그들이 공동체 안에서 해야 할 일을 강조하는 날에,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쉽게 듣거나 듣고서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넘길 수 있는 소리는 아닙니다. 우리 귀에 들린 소리들 가운데, 우리 마음을 흔들고 지나갔을 법한 소리를 요약한다면, 세상의 끝 날에 들을 법한 소리로 심각한 표현이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독서와 복음의 말씀을 들으면서 혹시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신 분 있나요?

 

예수님시대에 눈으로 보았을 성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지 알려주는 사진이나 그림은 없습니다. 어쩌면 그 내용을 전하는 오늘 복음이 글로 기록되기 전, 이미 예루살렘 성전은 파괴되고 난 다음이었다는 역사적인 시간을 고려한다면, 성전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소리를 들으신 예수님께서, ‘긍정적인 표현대신에, 그 성전이 무너질 때를 얘기하신 말씀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특별한 의도가 있고 시대적인 상황이 그 말씀에 담겨있겠지만, 그렇게 비극적이고 놀라운 말을 들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얼마나 좋게 보았겠습니까?

 

물론 신앙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세상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신앙인의 길은 극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앙은 세상과 타협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타협한다(!)’는 말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올바른 길을 가야한다고 신앙이 알려주는 사명을 맡았다고 한다면, 신앙이 세상과 타협한다는 것은 사망이고 멸망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신앙이 세상과 타협하는 말을 하는 것이라면, 그때 신앙은 자신이 가야할 올바른 길을 잊었다는 것이며, 세상을 올바른 삶으로 이끌어야 하는 사명을 내던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신앙을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신앙인이라는 사람들이 일부러 세상과 등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원수를 맺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올바른 신앙인, 세상에 살면서 신앙을 먼저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삶의 모양새가 세상과 부딪히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상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신앙인이라면,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앙인들에게 약속된 하느님나라를 강조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느님나라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세상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사람이 결정해줄 수 있는 사항도 아니기에 더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위협하는 위기의 순간에 반대자들과 적대자들에게 맞설 수 언변과 지혜를 주겠다는 약속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그 모든 것은 우리가 드러내는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살이가 쉽다고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포기해도 좋다는 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세상의 끝, 세상완성의 순간을 말하는, 말라키예언자도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에게는 불붙은 화덕처럼 다가올 그 날도,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자들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을 볼 수 있는 날이라는 희망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맞이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인간적인 대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현실의 삶뿐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가올 삶에 대해서도 묵묵히 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1968년부터 기념하기 시작한 평신도주일은 대부분의 신앙인들에게도 굳세고 든든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권고합니다. 성체성사에 참여하고, 하느님 앞에서 신앙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사람들로서 하느님의 업적을 알아듣고 전하고 내 몸으로 드러내는 봉사의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하도록 권고합니다. 우리가 올바른 삶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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