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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24: 이기적인 나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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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01 ㅣ No.678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24) 이기적인 나태는 안 된다


이기적 나태, 하느님 주신 사명 거절하는 행위

 

 

그리스도교는 ‘기쁨의 종교’이다. 늘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행복하다고 외치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이다. 가난하게 살아도, 굶주림 속에서도, 지금 울고 있을지라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그들을 미워하고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더라도, 하늘에서 받을 큰 상을 생각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들에게 기뻐하고 즐거워하라고 말씀하셨기에 그렇게 산다. 그분께서는 그들이 세상 속에서 모진 핍박과 고통 중에 있을지라도, 하느님 아버지를 믿고,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면, 영원한 생명과 상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해 주셨다. 그리스도인은 이를 철석같이 믿고 기쁨 가운데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기쁨은 선교 활력이 되어 선교 일꾼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들은 땅끝까지 나아가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도록 부름 받았다. 그들의 발걸음을 지치지 않도록 만드는 힘의 원천은 바로 ‘기쁨’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 어떤 조건 속에서도 기쁨과 평화를 잃지 않도록 제자들에게 당부하셨다. 성경 곳곳에서 발견된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행복하여라!”

 

 

기쁘지 않은 선교 일꾼 

 

교황은 예수님께서 남겨주신 이 기쁨을 잃지 않도록 당부하셨다. 만일 이 기쁨이 사라져 버리면, 선교 일꾼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되어 길 한가운데에 힘없이 주저앉아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서구 교회의 신앙인들의 모습 속에서 발견되는 무기력증은 바로 이와 같은 기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기쁘지 아니한 사람은 희생과 봉사를 달가워하지 않고 교회를 위한 선교에도 뛰어들지 않는다. 시간과 능력이 있음에도 책임 맡기를 거부한다. 오로지 개인의 즐거움만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고자 한다. 교황은 이와 같은 상태를 ‘이기적인 나태’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기적인 나태는 안 된다”(80항). 

 

‘나태’란 자신의 일을 싫어하고 게으름에 빠진 상태를 말한다. 피로나 역부족 상태에 있어서 일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무기력에 빠져 기피하고 혐오하고 실망하며 변덕을 초래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거절하는 것이기에 칠죄종(七罪宗) 가운데 하나이다. 교황은 이와 같은 나태(懶怠)에 ‘이기주의자’(利己主義者) 란 말까지 붙였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선교 일꾼이 이기주의자이고 나태에 빠진 생활을 한다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교황은 강하게 이런 삶을 거부한다.

 

 

사목적 나태에 빠지는 이유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쁨이 증발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기적 나태’의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교황은 이렇게 설명한다. “언제나 문제는 과도한 활동이 아니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활동, 곧 적절한 동기가 없고 영성이 스며들지 못하여 즐겁게 수행하지 못하는 활동입니다. 그 결과 활동은 필요한 것이라기보다 우리를 지치게 만들고 심지어 때로는 병들게 합니다. 이 활동은 만족스럽고 행복한 피로와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우리를 긴장시키고 힘겹게 만드는 것이고, 불만스럽게 느끼게 하고 마침내는 참을 수 없이 피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82항).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활동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지금 하는 일은 외부에서 부과된 노동에 불과하여 시간과 더불어 추진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어야 하고 필요한 영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와 같은 활동을 하는 궁극적 이유와 목적을 온전히 파악한 사람은 자신의 임무(mission)를 기쁘게 수용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교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목적 나태’에 빠질 수 있음도 지적했다. 몇 가지 원인을 열거했다. 과도한 계획, 실현 불가능한 계획, 특정 계획에 대한 집착, 즉각적인 성과 기대, 비판과 십자가의 불수용, 인내심의 부족 등이 그것이다(82항).

 

 

무기력증에 빠진 미라가 될 것인가 

 

사목 일꾼들의 근본적 회개가 요청된다. 그렇지 않고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그리고 일상과 타협하여 안주하다 보면, 아주 큰 위험이 자리하게 된다. 교황은 이 위험을 ‘회색의 실용주의’라고 했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앙이 약해지고 편협해집니다”(83항). 

 

교황은 무기력증에 빠져 열정이 서서히 소진되어가는 그리스도인들을 박물관의 미라로 비유하며 이는 환멸과 슬픔을 불러온다고 했다. 교황은 문학 작품의 표현을 이용하여 당신의 생각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환멸과 슬픔은 “악마의 가장 귀중한 영약”(「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교황은 힘주어 이렇게 강조했다. “복음화의 기쁨을 빼앗기지 않도록 합시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31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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