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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이야기21: 성 베르나르도가 시토회 시대를 열다 - 퐁트네 수도원 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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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이야기] (21) 성 베르나르도가 시토회 시대를 열다 퐁트네 수도원 성당
클뤼니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는 다시 자기 성찰을 필요로 했고, 그때 그 소명에 응답한 곳이 시토회입니다. 로마네스크를 주도하였던 부르고뉴 지방 디종 근처의 시토(Citeaux)라는 마을에, 베네딕토회 몰렘 수도원장 성 로베르토는 엄격한 수도생활을 강조하며 1098년 시토회를 설립하였습니다. 이후 시토회는 1112년에 입회한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에 의해서 영성적으로나 규모면에서나 훌륭한 발전을 이루어, 12세기의 유럽을 자신들의 무대로 만들었습니다. 이때 일드프랑스의 생드니에 쉬제라는 수도원장이 있었는데, 그는 시토회 수도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양식을 소개하며 성 베르나르도와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것이 ‘고딕’의 시작인데, 쉬제와 베르나르도의 이야기는 뒤에 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시토회는 수도원을 개혁하면서 클뤼니의 대형화와 화려함에 반해서 석재의 물성이 강조된 검소한 건축을 지향했습니다. 그중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르토로네 수도원과 퐁트네 수도원 등입니다.
수도원의 외관 역시 내부의 연장입니다. 벽돌로 쌓은 외벽은 장식 없이 소박하면서도 매우 정교하게 축조되었고, 삼각형과 사각형의 기하학적으로 안정된 구도는 기도하는 수도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웨스트워크에도 종탑 등의 복합적 요소가 배제되어 절제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평이 강조된 편안한 모습을 가진 성 베르나르도의 수도원들은 다가올 시대에 맞서 그리스도교 정신을 지켜낼 것입니다.
[2020년 2월 23일 연중 제7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0 2,206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