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금)
(백) 모든 성인 대축일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저를 찾아주시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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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11 ㅣ No.466

[레지오 영성]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저를 찾아주시다니요?”

 

 

올해로 부산교구는 레지오 도입 60주년을 맞이합니다. 60년 전에 부산을 찾아오신 성모님을 기억하고 언제나 곁에서 함께 하시는 성모님을 더 잘 모시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데요. 새삼 성모님과의 만남에 가슴 설레며 성모님의 기쁨을 위해서 애쓰고 계신 모든 단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헤아릴 수 없는 성모님의 사랑으로 부산 바다의 별 레지아 담당사제를 맡게 된 저 역시도 열심히 도움이 될 궁리를 하고 있는데요. 알차고 어여쁜 레지오 훈화집(제목 ‘성모님 가슴에 달린 어여쁜 노리개’)을 준비하면서 느낀 소회를 감추고 싶지 않습니다. 작업 내내, 성모님의 손길이 함께하셨기에 레지오의 정신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그 덕에 레지오를 훨씬 더 사랑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성모님은 엘리사벳을 찾았듯이 오늘 우리에게도 항시 방문하셔

 

지난 오월 마지막 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에 선포된 복음에 제 마음이 요동쳤습니다. 예사로이 읽으며 평범하게 지나쳤던 구절이 새롭게 다가왔을 때의 느낌을 짐작하시리라 싶은데요.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루카 1,44)라는 복음 구절이 제 귀에 들렸을 때, 마음이 뒤흔들린 겁니다. 태중의 세례자 요한의 기쁨이 고스란히 전이된 느낌은 미사가 봉헌되는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그날 마리아는 언니 엘리사벳의 집에 들어서면서 과연 어떤 ‘인사말’을 건넸을까요? 살며시 “언니이~~”라며 조심히 문을 두드렸을까요? 아니, 오랜만에 만나는 언니의 안부가 궁금해서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라며 “건강은 좋으시지요?”라는 말로 언니의 안색을 살폈을까요?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모님께서는 그날 엘리사벳을 찾았듯이 오늘 우리에게도 항시 방문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날처럼 우리에게도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시면서 우리의 응답을 기다리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잘 지냈니?”라며 당신의 방문을 알리고 “오늘은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이네”라며 기쁨을 나누고 싶어 하실 어머니. 때론 “힘들지?”라며 위로의 눈빛을 건네시는 어머니. 마음이 꺾여 주눅이 들어 있을 때에도 다가와 다독다독 어깨를 토닥여 주시는 어머니. “좀 더 힘을 내자”고 “너무 슬퍼하지 말자”고 당신의 뜨거운 모성으로 품어 안아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그날 저는 그동안 얼마나 숱하게 어머니의 ‘인사말 소리’를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지냈었는지, 그럼으로써 내 안에서 어머니의 음성을 듣고 기뻐 뛰놀고 싶은 예수님의 마음을 묵살해 버렸는지 되짚어 보았습니다. 다정하게, 사랑스럽게 때론 간곡하게 인사를 건네시는 어머니를 외면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너무나 송구했습니다.

 

 

성모님의 인사말에 가슴 뛰는 찬미 노래로 화답해야

 

성모님께서는 사촌 엘리사벳의 출산일이 가까웠다는 것을 아시고 그녀를 돕기 위해서 ‘급히 서둘러’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갓 임신한 여인의 걸음으로는 꼬박 며칠을 걸어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틀림없이 언니 엘리사벳의 기쁨을 떠올리며 힘을 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요한을 잉태한 엘리사벳으로부터 환희에 젖은 환영 인사를 들었을 때, 성모님은 온 몸의 피로가 씻은 듯 날아가지 않았을까요?

 

성모님께서 당신 자녀들과 믿음과 희망의 대화를 나눌 때 아, 우리 안에 계신 예수님은 진정으로 기뻐 뛰놀며 즐거워할 것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루카 1,46-48)라며 믿음과 희망으로 참 행복을 선물해주고 싶을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와의 만남에서도 그날처럼 깊고 심오한 신비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것입니다. 우리 영혼이 엘리사벳처럼 하느님의 신비에 활짝 열릴 때 성모님께서는 기쁘게 당신의 속내를 들려주실 것이란 귀띔이라 헤아려집니다.

 

하느님의 어머니, 그 엄청난 분께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이 황송한 일은 늘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상입니다. 결코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를 찾아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라고 놀라워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성모님의 인사말에 귀가 밝아지면 좋겠습니다. 깨어있는 영혼이 되어 성모님의 인사말에 가슴 뛰는 찬미의 노래로 화답해 드리게 되면 더 좋겠습니다. 우리를 찾아오신 어머니를 외면하지 않을 때, 항상 깨어 기도하며 겸손한 봉사의 삶을 살아가라는 어머니의 ‘채근’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 안에 계신 주님을 기뻐 뛰놀게 해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모두 끊을 수 없는 하느님과의 인연에 단단히 묶여 있는 존재입니다. 늘 기쁘고 항상 감사하는 복음의 대헌장을 살아내야 하는 레지오 단원입니다. 사랑으로 다가오는 어머니의 음성에 귀 밝은 효자효녀로 거듭나시길…… 손 모아 기도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8월호, 장재봉 스테파노 신부(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 부산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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