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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레지오 마리애, 성모님, 그리고 주교 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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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0 ㅣ No.266

[레지오의 영성] 레지오 마리애, 성모님, 그리고 주교 직무



"레지오 마리애" 원고 청탁을 받고 “언젠가 써야 할 원고라면 곧바로 쓰지요” 라고 당당히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가 되었습니다. 원고 날짜가 다가오고 교구 사제단에 보낼 성탄카드는 책상에 쌓여 있고……. 성탄카드에 한마디씩 다 써서 보내고 나니, 이제 여유가 생깁니다.


오래된 인연

레지오 마리애가 벌써 59주년이군요. 목포 산정동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이제는 중년을 넘어 회갑을 눈앞에 둔 시점이 되었네요. 어찌 보면 저와 레지오는 인연이 깊습니다. 소년 레지오 출신으로 부단장의 책임을 맡기도 했습니다. 신학생 시절에 청년들과 어울려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밤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오면, 오랫동안 레지오를 하셨고 단장생활도 하셨던 어머님께서 항상 집 앞을 오가며 묵주기도를 드리고 계셨지요. 또한 아버님도 꾸리아 단장과 꼬미시움 부단장 등을 통해 오랫동안 레지오 마리애를 사랑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성모님께 드리는 전구기도 덕분으로 사제가 되었고, 지금 이렇게 주교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제가 된 후에, 보좌신부 때는 빠지지 않고 훈화하러 쁘레시디움을 돌아다녔고, 본당신부 때는 연차총친목회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나중에 교수신부로서는 레지오 기사교육이나 레지오 단원교육 때 피정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네요. 이렇게 제 인생에 있어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마리애는 항상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묵주기도

성모님의 군대는 세상의 악을 이기기 위해 기도로 항상 무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냐시오 영신수련 한 달 피정을 로마에서 할 때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고 기도했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삶을 반성하며 성모님께 도우심을 청했었지요. 신학생 때는 매일 묵주기도 5단은 의무적으로 바치고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묵주기도를 바치곤 했는데 사제가 된 뒤로 게을러졌습니다. 그래서 영신수련에 들어가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했던 기도 약속을 그때 거의 한 달 동안 갚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장거리 여행 때는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합니다. 기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 중심의 삶보다는 기도 중심의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기에 늘 노력합니다.

묵주기도는 우리를 지켜주는 좋은 도구입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은 죄가 있으면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고 미사에 자주 참여하여 성체성사의 은총을 받아야 합니다. 사실 신앙인으로서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충실히 지키며 묵주기도를 잘 드린다면 하느님 뜻 안에 살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순명

성모님은 가브리엘 천사가 성령의 잉태소식을 전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을 구원할 구원자가 성모님을 통해 이 세상에 오신다는 소식에 성모님은 “예.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길 빕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답변으로 성모님은 개인적인 바람이나 평범한 가정의 꿈을 포기하시고 온전히 하느님 뜻에 의탁하십니다. 우리 신앙인의 참된 모범이신 성모님의 답변이 우리 모두의 희망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우리도 성모님처럼 우리의 욕망이나 욕심들을 모두 내려놓고 하느님의 뜻만을 바라보며 살 수 있을까요?

사실 저도 얼마 전 주교임명을 받는 자리에서 순간, 망설였습니다. 그 망설임은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 아니라, 왜 하느님은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저를 잘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서 부족함이 많은 저에게 주교 직무를 맡기고자 하시는데 제가 뭐라고 답변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저는 부족하지만 하느님이 도와주실 것이라는 믿음만이 저에겐 필요했지요. 지금까지 살아온 사제로서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동안 하느님께서 이끌어 오셨듯이 앞으로의 삶도 이끌어 주실 거라는 믿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성모님처럼 모든 것을 주님 뜻에 맡기고 주님의 종으로서 제 자신이 지닌 욕망이나 욕구들을 내려놓고 하느님이 이끌어 가시도록 맡겨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주교직무

주교직무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영성면담 중에 영성지도 신부님이 착한 목자와 현명한 의사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착한 목자처럼 길 잃은 양을 찾아나서야 하고 자신의 양들을 잘 돌봐야 합니다. 양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알아채고 양들을 책임져야 하며 또한 현명한 의사로서 고통 중에 있는 양들을 치료해주어야 합니다. 상태가 심한데 그냥 놔두는 것도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지요. 상처가 심해 썩어 들어가고 있다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절단해야 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신학교에 들어오는 신학생 대다수가 타인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사제가 되고자 한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사제로 살면서 그 고백은 희미해지고 사제로서 대접만 받고 누리는 자리가 되곤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말이 요즘은 단순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가난한 이들은 주교를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사목을 해야 합니다. 저도 주교직무에 익숙해지면 이 시대의 가난한 이들을 좀 더 찾아 나설 계획입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새해에 하느님 은총 받는 복된 일 많이 행하시길 빕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2월호, 글 옥현진 시몬(광주대교구 보좌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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