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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15: 수덕신학 및 신비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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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18 ㅣ No.711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영성 산책] (15) 수덕신학 및 신비신학


주님 통한 영적 여정의 나침반



영성 생활에서 나타나는 이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체계적인 이론을 갖춰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입니다. 초대 교회 시절에 나타났던 이단 문제도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작은 생각 하나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일으켰던 것입니다. 고대에 이단 사상을 만들었던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처음에는 신앙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던 중에 작은 것 한 가지를 조금 다르게 생각한 것이 정통 가톨릭 신앙에서 멀어지게 만든 것입니다.

영성 생활에서 나타났던 이단 문제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들도 영적 발전을 위한 열정을 불태우면서 열심히 묵상하고 기도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입니다. 다만 영적 여정을 추구하면서 작은 것 한 가지를 잘못 생각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이단 문제를 일으키게 됐던 것입니다.

17세기 신비 생활과 관련한 이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은 18~19세기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가지 방법은 실천적인 관점으로 현장에서 수덕 생활을 더욱 권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신앙인들로 하여금 뜬구름 잡는 듯한 신비 생활에서 현실로 눈을 돌려 실체가 있고 구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수덕 생활에 정진할 것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이론적인 관점으로 영성 생활의 실체와 방향성에 대한 올바른 체계를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필요성을 느낀 신학자들은 영성 생활과 관련된 학문적 연구에 매진하면서 저서들을 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18세기 대표적 영성 저술가인 이탈리아 출신 스카라멜리(G.B. Scaramelli, 1687~1752)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영성신학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먼저 출간된 그의 저서 「수덕적 지침」에서 스카라멜리는 윤리덕과 신학덕을 포함해 그리스도교 완덕에 관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후에 출간된 저서 「신비적 지침」에서 그는 그리스도인 영혼을 이교신에게 인도하는 지도자들을 향하여 올바른 관상의 길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권의 저서에서 나타난 방법론은 매우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접근 방식으로 수덕 생활과 신비 생활을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신비 생활에서 과도하게 감성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게 되면 이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습니다.

19세기 대표적 영성 저술가인 프랑스 출신 풀랭(A. Poulain, 1836~1919)은 신비 생활을 보다 더 연구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그의 저서 「기도의 은총들」 서론에서 풀랭은 신비 생활에 관심이 있는 영혼들과 영적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저술하게 됐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풀랭은 이 저서를 통해 신비 생활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하고자 했는데, 추상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면서 서술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사람들은 신비 생활을 학문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약간의 비판 요소는 있지만 신비신학을 체계화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톨릭 교회 당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1919년 베네딕토 15세 교황께서는 유럽에 소재한 교황청립 대학교에 서한을 보내 대학교에서 수덕신학 및 신비신학과 관련된 강좌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로마 소재 그레고리오 대학교부터 수덕신학 및 신비신학 강좌를 개설하면서 수덕 생활과 신비 생활을 올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1931년 비오 11세 교황께서도 사도 헌장 「주님은 지식의 하느님」을 통해, 비록 보조 학문 및 특별 학문의 지위이기는 했지만 수덕신학과 신비신학을 따로 분류할 것을 언급했습니다.

결국 가톨릭 교회는 수덕 생활과 신비 생활로 분류돼 실천된 영성 생활을 너무 자유롭게 놓아두면 영적 여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쉽게 해결할 수도 없으며 이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성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영성 생활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깨닫고 신학으로서의 영성 생활, 학문으로서의 영성신학을 정립하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평화신문, 2015년 8월 16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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