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삼위일체 대축일(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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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999-05-29 ㅣ No.110

삼위일체 대축일(가해)

1999년 5월 30일

 

제 1 독서 : 출애 34,4b-6. 8-9.

제 2 독서 : 2고린 13,11-13

복     음 : 요한 3,16-18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전례적으로 지난 주일까지 부활시기를 보내고 다시 연중시기를 맞이해서 그 첫 주일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세 위격께서 셋이 아니라 하나이심을 믿고 고백하는 축일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가장 중요한 교리중에 하나가 바로 삼위일체의 신비입니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해서 유일신 하느님과의 계약을 맺었고, 오늘까지도 유일신앙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구약성서 안에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에 대해 찾아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유대인의 유일신앙이 예수님 시대에 와서 새로운 모습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서 여러 곳에서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라는 말씀을 서슴지 않고 하셨고, 당신의 죽음을 앞두고는 모든 신앙의 진리를 일깨워주실 협조자 성령, 진리의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승천하시기에 앞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에게 복음전파의 막중한 사명을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마태 28,19-20)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직접 당신의 입을 통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신비를 말씀해 주셨고,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구원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삼위일체의 진리 앞에서 인간들은 머뭇거리게 됩니다.  특히 합리적으로 과학적이라고 하면 가장 보편타당한 진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훨씬 강한 현대인에게 하느님은 세 위격이시지만 세 하느님이 아니고 한 분 하느님이시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삼위일체 교리 뒤에는 항상 자연스럽게 신비라는 말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비의 영역을 은연중에 실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며 살고 있습니다.  세계의 8대 불가사의 또는 신비라는 표현을 아무 꺼리낌없이 사용하고, 이성적으로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신비라는 영역속에 의문들을 남겨두곤 합니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과 유한한 인간 사이에는 근원적으로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한한 인간의 지성으로 무한하신 하느님에 대해 다 설명할 수 있다면 이는 논리적으로도 우선 모순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유한한 것은 무한한 것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특징은 계시종교라는데 있습니다.  계시종교라는 뜻은 먼저 하느님께서 당신에 대해 인간에게 말씀해 주심으로써 믿음이 가능해졌다는 뜻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역사 안에서 인간과 함께 하시며 당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때로는 인간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때로는 미처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언어로, 또 어떤 때는 인간의 지성으로는 깨닫지 못할지라도 당신에 대해 말씀하기를 멈추시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하느님께서 몸소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육화사건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무한하신 하느님이 유한한 인간이 되어 오셨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계시와 구세사 앞에서 인간의 지성과 논리는 많은 경우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삼위일체의 신비, 강생의 신비하면서 신비의 영역을 인정하고 믿음에로 나아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삼위일체의 신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뿌연 안개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고, 우리 모습 안에서 비록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나마 하느님의 신비를 체험하고 직관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별히 예수님께서 자주 말씀하셨듯이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은 삼위이신 하느님께서 일체의 신비를 이루는 가장 큰 고리입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성부 하느님을 체험했고, 또 직접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면서까지 인간을 사랑하신 성자 하느님을 만나뵈었고, 또 이 세상 끝날까지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 안에서 사랑의 불길을 일으켜 주시고 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믿음에로 이끌어 주시는 성령 하느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체험적으로 삼위이신 하느님을 현생활 속에서 - 예를들면 가족의 사랑 - 체험하고 있고, 가장 분명하게 세례의 순간에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체험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가 체험한 사랑의 신비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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