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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가정의 변화와 사목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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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64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가정의 변화와 사목 방안

 

 

2002년은 우리나라는 물론 한국 교회가 새로운 변모기로 기록할 만한 해가 될 듯하다. 그 지각 변동의 근원지는 바로 '주5일 근무제'이다. 이 변화의 바람이 두려움일 수 있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밟아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미지의 세계는 앞으로 들여놓을 우리의 첫 발에 따라 출구가 보이는 환한 미래가 될 수도 있으며, 미혹이 가득한 안개 속일 수도 있다.

 

누구든 '주5일 근무제' 사회 속에서 교회의 미래, 그리고 교회의 가장 기초가 될 가정의 변화를 가늠해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그것이 교회 내적인 문제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1. 가정을 둘러싼 현실

 

'주5일 근무제'의 파고가 덮칠 가장 미시적 공동체는 '가정'이다. 교회는 가정을 '가장 작은 교회'라고 가르치고 있다. 미증유의 '주5일 근무'라는 제도는 직간접적으로 가정을 지금과는 다른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시키리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가족 구성의 모습에서부터 혈연 관계, 가정 생활, 나아가 신앙 생활에 이르기까지 가족 제도를 둘러싼 제도와 삶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하루 7쌍이 혼인할 때 3쌍이 이혼할 만큼 이혼 가정이 급증하고 있는 최근의 현실은 이런 미래가 우리 가까이 부쩍 다가서 있음을 보여 준다. 생각보다 폭 넓게 확산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정 해체 현실은 교회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교회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내는 신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가정의 위기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3월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편모, 편부 가정 등 이른바 '해체 가족'이 100가구 중 6.7가구인 것으로 조사되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정 해체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최근 가족 해체의 실태와 정책 방안'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1,431만 2,000여 가구 중 96만 7,500여 가구에 이르는 해체 가족 가운데 편모 가정은 48만 9,600가구(51%), 미혼이나 노인 단독을 제외한 1인 단독은 31만 3,400가구(32%), 편부 가정 13만 4,400가구(14%), 소년 소녀 가장 가구 등 기타가 3만 가구(3%)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해체 가족의 경우 가족으로서의 역할과 기능도 일반 가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어 공동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 예로 경제·정서적 부양과 신체 부양 등 26개 항목을 점수화한 '가족 수행 기능'을 보면 일반 가구가 61.89점인데 비해 편모 가정은 51점, 편부 가정은 49.33점으로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더구나 이들 해체 가정의 여가·휴식 기능은 5점 만점에 1점대에 머물고 있어 가족 유대를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상 속에 자리한 교회 또한 이런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필자가 돌아본 취재 현장의 경험을 되살려 보면 최근 몇 년 편모 가정과 더불어 편부 가정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가족 해체의 실태에서도 드러났듯이 편모 가정은 아버지의 사망(67.5%)이 주요 원인인데 비해 편부 가정의 경우는 이혼 등 '의도적 결별'(75.6%)이 주원인이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신자 가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 취재 현장에서 만난 편부 가정이나 소년 소녀 가장 가구의 대부분이 생활고 등을 이기지 못한 어머니의 가출이 가정 해체의 주요인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들 가정의 청소년의 경우는 신앙이나 교회와의 끈으로 삶의 희망을 이어 가는 경우가 많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만하다.

 

 

2. 선진 사회의 도전 I 가정 해체에 따른 낮은 출산율

 

전체 국민 가운데 90% 남짓한 인구가 신자인 프랑스에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인구 감소 현상이다. 인구 감소는 현상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인구 감소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힌 사회 문제가 표출되는 하나의 현상일 뿐인 것이다. 실제 이 문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는 하도 복잡해 정책 입안자들이나 사회학자들도 쉽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에서도 가정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본 조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 제도의 변화와 함께 가족에 대한 인식마저 점차 바뀌어 가정이나 결혼에 대한 전통적 의미와 가치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가족' 관념의 약화로 일반화되기 시작한 '동거'의 급증은 결혼율의 저하를 가져왔고 이는 다시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인구 부족이라는 사회 문제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전체 가정의 10% 정도가 동거의 형태를 취하고, 부부가 25세 미만인 가정의 절반이 동거를 하고 있는 현실은 가정의 문제가 곧 사회의 문제임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프랑스 인구는 약 6,000만 명으로 남한보다 약간 많지만 매년 증가하는 인구 수는 우리의 1/3인 2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프랑스 국민의 원활한 세대 교체를 위해서는 연간 85만 명의 신생아가 필요한데 프랑스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하는 뚜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자녀가 직업 활동에 지장을 주고 이혼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 피임 기술의 발달이나 낙태의 합법화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으나 자신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려는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같은 프랑스의 현실은 서유럽 국가들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중대한 고민 중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유럽 연합(EU) 전체를 본다면 임신을 할 수 있는 가임 여성당 평균 아기 수가 1.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대로 간다면 적어도 15년 후부터는 유럽 연합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인구 문제가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의 '가임 여성당 평균 아기 수'가 1.7명인데 비해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우는 더 낮아 1.3명 정도에 머물고 있어 그리스도교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 나라의 모습은 한마디로 노령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 정부는 아이를 낳으라는 권유를 정책적으로 하고 있다. 태아 수당과 분만비 무료 등의 혜택을 비롯해 유아 수당, 탁아 보조금, 아이의 숫자에 따른 가족, 주거 수당은 물론이고 새학기에는 문구류 구매 보조금까지 주고 있다. 대학까지 학비도 없으니 '태아 때부터 공부를 마칠 때까지 제 몫은 타고난다'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도 '체류 허가증'이 있으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되어 제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갖가지 수당을 주면서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는데도 프랑스인들은 아이를 갖지 않는 첫번째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꼽는다. 합법화되어 있는 인공 유산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도 경제적 이유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 보면 '아기에게 빼앗길 시간과 정력이 아깝다.'라는 이기주의적인 모습이 본질이다.

 

이로 인해 한편에서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동물 애호 현상을,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기주의가 핵가족마저 분열시켜 인간 관계를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메워 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3. 선진 사회의 도전 II 결혼 및 가족 제도의 변화 - 동거의 확산

 

프랑스의 결혼 풍속도는 20년 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2001년 1월 현재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면 결혼 부부가 1,240만 쌍, 동거 커플이 242만 쌍으로 동거 커플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쌍의 90%가 동거하다가 결혼한 경우이고, 그 중 30%는 첫 아이 출산 후, 18%는 두 번째 아이 출산 후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1999년 10월 13일 의회에서 동거를 정식 결혼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면서도 이혼할 때는 수속이 훨씬 더 간편한 '팍스'(PACS)라 불리는 '시민 연대 협약'을 통과시키는 등 혼인 관련 제도를 수정해 가고 있어 동거 형태의 가정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동거 커플이 '팍스'에 등록하면 세금은 물론 상속, 재산 등의 권리를 결혼 가정과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다. 이 법안은 남녀간의 동거와 동성애자간의 동거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형태의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사실상 동성애 부부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90%의 젊은이가 '혼전 자유 결합'에 찬성하고 1-2년의 동거 기간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결과 혼외 출산의 비중이 높아 신생아의 40% 가량이 혼외 아이이고 이혼율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40%를 기록하고 있다.

 

또 프랑스 가정은 입양이 활발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집안에서 흑인과 아시아계 입양아가 형제로 자라는 가정도 볼 수 있다.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혈연에 기초를 둔 가족 제도가 점차 깨지는 한편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풍토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성의 반 이상이 동거 상태에서 첫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는 미혼모의 자녀가 되어 더 많은 복지 혜택이 나오고 있는 프랑스의 현실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면이 있다.

 

또 네덜란드에서는 2000년 12월 19일 상원이 동성연애자들의 결혼과 동성 부부의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기존의 가족 관념이 깨지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신생아의 반 이상이 미혼 부모에게서 태어난다. 임신 중절이 여전히 불법인 아일랜드에서도 일부 도시 지역에서는 혼인을 하고 아기를 낳은 여성보다 미혼모가 더 많다. 이렇게 유럽 전역에서 미혼모들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전체 편모 중 70%가 어떤 종류가 되었든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영국의 현실은 '동거설'조차도 지탄의 대상이 되는 우리로서는 감히 꿈도 못 꿀 일인 것이다. 근래 유럽의 결혼식장에서는 신랑, 신부가 꽃과 반지를 든 자녀들을 앞세우고 입장하기도 한다. 결혼의 의미가 완전히 변한 것이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도 최근 동성연애자의 양육권을 인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양육권이 동성연애자에게 부여된 데 대해 교회나 보수적인 단체까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이같은 현상은 브라질의 가족 구조에서 더 이상 전통적인 모델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또 최근에 인준된 새 민사법에 따르면 안정된 동거 생활은 서류 없이도 인정되고 자녀 양육권은 형편이 더 좋은 쪽이 맡고 입양아는 친자녀와 똑같은 권리를 갖는다. 이같은 유형의 법은 이미 포르투갈, 헝가리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으며 동거자간의 의료 보험, 사회 복지 혜택 부담이 명시되어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사회의 이같은 삶의 방식은 개인주의적인 사고의 확산과 궤를 같이 한다. 이는 곧 개인이 지니는 가치관의 영향이 개인의 삶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인 의미와 파급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곧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와 인식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게 보일지라도 집단화되고 저변화되어 하나의 흐름을 이룰 때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서구 사회에서의 개인주의의 확산에는 어떤 면에서 교회의 책임이 적지 않다. 가깝게는 프랑스 정부가 '동거 가정'을 새로운 가정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다양한 입법을 통해 동거 가정을 부양하는 정책을 내기까지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 해체되는 데 교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는 보기 힘든 면이 있다.

 

 

4. 선진국의 또 다른 흐름 '가정이 최고'로 유턴

 

가정 와해 위기에 놓인 서구 사회는 90년대에 가정이라는 개념이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미혼모, 미혼부가 동거하는 일이 흔해 이런 경우를 통계청이 아예 결혼으로 간주하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 미래 연구소의 최근 연구 결과, 15-16세의 젊은이들까지도 가정이 인생의 최우선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10여 년 후에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30만 쌍이 결혼식을 올렸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사회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수치는 17년 만에 최고치인데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가장 저조한 결혼율을 기록한 1993년에서 불과 7년 만에 결혼 열풍이 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최근 1, 2년 사이에 눈에 띄는 현상은 독신을 고집해 온 50대 노인들의 결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결혼 열풍에 20대 젊은이들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6일 미국 뉴욕 맨해튼 힐튼 호텔에서 '국가와 세계에 대한 공헌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회복을 통한 평화의 정착'을 주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은 '가정의 가치 회복'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 장이었다.

 

세계 120개국에서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서 세계 각국의 참석자들은 '가정의 회복이 세계 평화에 봉사한다'라는 취지에 공감대를 이루었다. 특히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인종과 종교 갈등의 바탕에 바로 가정의 붕괴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은 우리 사회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았다.

 

또한 이 심포지엄은 '가정 회복 운동이야말로 각 종교가 가진 비전을 하나로 통합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합시키는 원천'이라는 점, 특히 '가정의 붕괴가 인권 말살을 부른다'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5. 새 천년기에 선 가정의 위치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이 가정은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틀이다. 교회는 참된 복음화에 있어서 가정 사목의 중요성을 이미 오래 전부터 강조해 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 권고 [가정 공동체]를 통해 현대 사회와 교회가 가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 이미 20년 전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권고에서 "가정은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부부 생활과 부부애로 깊이 맺어진 공동체로서 설립되었기 때문에 본연의 됨됨이에 더욱 가까운 것, 곧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가 될 사명이 있으며 창조되고 구원된 모든 것이 그러하듯, 하느님의 나라 안에서 완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17항)라고 밝힌 바 있다.

 

교회는 새 천년기의 미래가 가정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교회의 입장일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인 요청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매우 현실적인 소명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정이 처한 현실은 반세기 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가정의 가치를 지켜 내고자 했던 것에 비추어볼 때 그야말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우리 사회도 가정의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이 가운데 가족 구성 역시 핵가족화를 지나 미혼 독신자들의 단독 가구가 급증하고 혼인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젊은이와 단독으로 살면서 아이를 입양하거나 이혼 후 재결합을 하지 않는 편부모 가정 등 전통적인 가족 제도가 붕괴되는 조짐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6. 주5일 근무제 사회 속의 가정 사목

 

무너지고 있는 가정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정 사목이 교회의 중심 사목으로 자리잡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사목을 전개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정이 처한 위기의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혼인과 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재확인하면서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가정 사목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선진 교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정 사목이 사목의 한 분야가 아니라 교회의 모든 사목 활동의 방향을 일러 주는 바로미터가 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 교구와 본당 사목 프로그램을 수립할 때 최우선적으로 가정의 가치를 지키고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런 방안들을 일선 사목 현장에 제시하고 보다 전문적인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 연구 기관' 설립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와 문화가 조장하는 가정 해체의 흐름에 적절히 대처하고 생명과 인간 존엄성의 보루인 가정을 지키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수 있는 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성인 중심의 교회 내 각종 교육도 이제 연령의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 서구 사회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청소년이나 아동들도 당대 문화의 수용층으로서 무시 못할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가 가르칠 수 있는 가족, 성(性), 혼인 등의 기본 개념부터 제대로 전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라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실화되고 있는 이혼 등 가정 해체 현상과 이로 인한 가정의 고통에 눈과 귀를 더 열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당 차원에서부터 가정 사목이 더욱 확대되어 자리를 잡아 나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염려되는 부분은 기성의 부모 세대와 자녀 간의 '세대 차이'의 확대 또는 심화 현상이다. 우리 교회에서 청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로 인한 부모-자식 세대간 대화의 부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세대 차이'의 심화는 더 많은 청소년들을 교회 밖으로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존에 '세대 차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왔던 사회 현상은 실상 세대간 '정보 단절'로 인한 세대간 '가치관 단절'이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화의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예견이 우세한 가운데 이 정보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교회 내에서나 가정에서의 '세대 단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다른 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교회의 특성상 이런 변화의 속도에 둔감해지면 둔감해질수록 세대간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란 세대와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교회와 가정 내에 다양한 의사 소통 구조를 만들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앞으로 이런 의사 소통 구조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만드느냐에 그 가정, 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지않아 닥칠 변화, 특히 신세대를 통해 수용될 사회 변화의 모습은 가정과 교회의 대처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 '신세대가 기성 세대와 똑같다면 그 사회는 정체되고 만다.'라는 가치관에 따라 가정과 교회 안에서 아랫 세대의 위치를 적절히 찾아 주고 역할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늘 새롭게 교회를 채우는 새로운 세대가 바로 변화와 발전의 주역임을 인정하고 그들의 행동 양식을 존중하고 적극 수용하는 자세도 한국 교회가 놓쳐서는 안 될 발전의 원동력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아픔에 먼저 부딪치려는 순교자적 용기와 세대간, 계층간 관용의 마음이다. 이것만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사목, 2002년 5월호, 서상덕(가톨릭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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