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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사목적 대책 - 한국 가정 문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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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67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사목적 대책 - 한국 가정 문제를 중심으로

 

 

시작하면서

 

2002년 7월부터 한국에도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점차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 한국 가정의 상황과 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정은 한 개인에게 밭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토양을 지닌 밭인가에 따라서 씨앗의 열매 맺음이 다름은 너무나 명백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은 한 개인의 삶에 궁극적 목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궁극적 목적이 되기까지 하는 가정 때문에 한 개인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불행은 한국 가정이 처한 상황과 위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는 이러한 한국 가정의 상황과 그 문제점을 알아보고 주5일 근무제의 도입에 따른 사목적 대책을 살펴 보고자 한다.

 

 

1. 교회 문헌에 나타난 가정의 정체성1)

 

첫째, 삼위일체 신비를 드러내는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가정, 곧 사랑과 문화의 중심이며, 핵심이 가정이다.

 

둘째, 인간성을 기르는 학교로서의 가정, 다시 말해서 가정은 모든 덕행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2)이며, "사회적 미덕의 첫 번째 학교"3)이다.

 

셋째, 교회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초적 세포로서의 가정, 곧 가정은 그 자체로서 교회적 성격을 지니며, "사회를 인간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고 원천적인 장소"4)이다.

 

 

2. 가정의 변화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 나라는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하고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체험하였다. 따라서 가정 역시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그 역할과 기능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사회의 불안은 가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첫째, 가정의 외형적 면에서 소수화, 핵가족화, 고립화5)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 가정의 내적인 면에서 가족 개념이,6) 가족 밖의 사회 관계로 옮겨지면서 개인주의적 이해 관계로 변질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가족 관계가 부부간에 평등한 관계로 변화되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현대의 합리성의 토대 위에서 형성되는 인격 대 인격의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또 기능적 변화7)로 오늘날은 소비의 공동체이다.

 

 

3. 오늘날 한국 가정의 위기8)

 

오늘날 한국 가정은 대화가 단절된 가정, 일종의 여인숙으로 전락한 가정, 식탁 공동체로서의 면모가 퇴색한 가정, 가정 교육과 종교 교육이 도외시되고 있는 가정이며, 소외된 노인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늑한 가정의 분위기를 누리지 못하고, '길에 내던져진 사람들'이 되고 있다. 그래서 외식 산업과 유흥업이 번성하게 되고 사람들은 더욱더 돈을 필요로 하게 된다.

 

1) 원인

 

첫째, 사회적 원인으로 산업화와 핵가족화로 물질 만능주의와 경쟁 위주의 사회가 야기되었고 개인주의와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다.

 

둘째, 가족 내의 원인으로 가족 결속도의 불안정과 우리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가족 내에 뿌리박힌 불평등한 가족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혼이 늘고 가족 해체 현상이 나타났다.

 

셋째, 잘못된 인구 조절 방식으로 여성 인구가 감소(심각한 성비 불균형)하였고, 자식에 대한 과보호를 낳았다. 한편 성의 문란은 오늘날 한국을 낙태 선진국으로 부상시켜 놓았다.

 

넷째, 대중 매체의 영향으로 연예인은 TV가 만들어 놓은 우상이 되었고, 선정성 광고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 폭력을 미화한 드라마 등, 그리고 컴퓨터9) 역시 가정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2) 위기의 현상들(문제점들)

 

첫째,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가정"의 위기로 부양 관계의 와해,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 가정 파괴 현상의 원인은 개인주의, 교육 과정에서의 가정적 가치에 대한 교육의 부족, 사회 활동과 자아 현실을 연계하는 교육의 치중, 또한 여권 운동에 대한 이해 부족, 대중매체의 영향과 성의 문란으로 가정의 가장 원초적 소명을 거부하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둘째, "인간성을 길러 내는 학교로서의 가정"의 위기로 가정은 좀 더 풍요한 인간성을 길러 내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와 부모들의 잘못된 교육열, 기능 위주의 학습 강요 등으로 인성 교육의 최초의 장인 가정 교육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교회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초적 세포로서의 가정"의 위기10)로, 가정은 사회의 뿌리가 되어야 하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탈가족화 현상(새로운 생명 경시 현상, 혼전 동거의 증가, 이혼 증가)으로 이어지고 있다.

 

넷째, 그리스도인 가정의 현상황11)으로, 그리스도인 가정 역시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의 정체성이 낙태와 이혼의 증가로 심각하게 침체되고 있다. 또한 어린이, 청소년, 부모가 따로따로 미사를 참례하고 있으며,12) 소공동체 모임, 반모임 역시 거의 여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기도 생활 역시 대부분 혼자하고, 가정 교회라는 의식의 결여로 가정 기도를 바치는 경우는 별로 많지가 않다.

 

더불어 교리교육에서도 인성 교육, 삶의 교육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며, 나아가 혼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계적 준비가 부족하다.

 

이러한 현상에서 그리스도교 가정이라 해서 비신자 가정과 그리 다르지 않으며 그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다.

 

3) IMF시대 이후의 한국 가정

 

오늘날 한국이 맞고 있는 경제 위기는 가정의 위기를 더 가속화하고 있고, 이제 경제와 가정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현실이다.

 

첫째,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정은 개인의 모든 삶을 지배한다고 할 수도 있다. 경제적 빈곤이 자녀 세대로 옮겨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둘째, 한국 경제의 위기는 한 나라의 경제 주권을 침탈하는 것일 뿐만 아니 라 국가의 기초적 세포가 되는 가정도 위협하고 있다. 특히 IMF라는 경제 논리는 가장으로서의 남성, 또는 가정 경제를 위해 헌신하던 취업 주부를 실직으로 내몰고 있다. 따라서 현재 경제 위기로 더욱 심각해진 가정의 경제적 자녀 양육과 교육, 가족 관계에서의 문제는 자녀 세대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을 지니게 되었다. 결국 스트레스를 가정 내에서 풀지 못하고 어떤 형태로든지 밖으로 표출하게 만들고 있어서 이는 심각한 가정 해체에까지 이르고 있다.

 

진정한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으로서의 정체성 회복이 절실한 문제이다.

 

4) 바람직한 가정을 위한 제언13)

 

첫째, 종교적 과제로, 교회는 가정에 대한 가르침과 가정 자체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하고 절망을 넘어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정신적인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일과 함께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며 교회의 정신이기도 한 나눔의 정신을 일깨워 실천해 나가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청소년 순결 교육, 선택 프로그램, 가나 혼인 강좌 등의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고, 언론 매체를 통한 가정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데도 비중을 두어야 한다.

 

둘째, 가정 내의 노력으로, 부모들은 의식적으로 자녀에게 바람직한 생활 양식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가정은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적 제도의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극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사목 대안을 제시한다.

 

① 그리스도교 전통을 되찾는 기도로서 Lectio Divina와 Centering Prayer를 들 수 있다.

 

- Lectio Divina는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기도 방법으로써,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가장 오래된 성서 읽기이다. 이 기도의 목적은 하느님과 일치하는 것이며, 효과는 자신을 넘어 죄와 악에서 우리를 지켜 주고, 제한된 세계관을 초월하게 한다. 또한 마음과 정신을 온갖 분심과 잡념에서 떠나 고요하고 평화롭게 한다. 나아가서, 하느님 말씀의 참된 지혜를 얻게 하고, 삼위일체의 현존 인식, 체험은 일상의 활동 안으로 흘러 넘쳐 이웃 안에 열매 맺게 된다.14)

 

- Centering Prayer는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내려오던 관상 기도를 현대에 맞게 보완해서 이루어진 하느님과의 관계이면서 동시에 그 관계를 성장시켜 가는 수련이다. 이 기도의 목적은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촉진시켜 주는 것이다.

 

얻어지는 열매는 일상 생활 안에서 침묵과 고독과 단순한 삶의 맛을 느끼게 되며,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신앙 생활의 완숙된 경지를 체험하게 된다.15)

 

② 가족 중심의 성가 합창단을 조직하고 경연 대회의 기회를 마련한다.

 

③ 본당 내에 전문 가족 상담소를 설치하여, 자녀 문제와 부모 문제, 그리고 고부간의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도와준다.

 

④ 주말 농장을 찾아서 자연 친화적인 면을 통해서 가정의 화합을 가져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리고 생명 정화 운동과 자연 보호 운동을 실천하는 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다.

 

⑤ 환자 방문을 종합 병원의 사회 복지과나 원목실을 통하여 월 1회 조직적으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여건이 되면 호스피스 교육을 받거나 간병인 교육을 받음으로써 환자를 만나는 데 서로가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의 영안실과 연락하여 연도나 장례 미사를 함께 하는 기회도 마련한다.

 

⑥ 주일 미사 시간을 저녁 늦게 배정하여 주일 미사를 궐하지 않게 도와주고, 또 일주일에 한 번은 저녁에 가족 미사를 권장하고 가족이 함께 전례를 맡고 가족 중심적인 전례 생활에 적극 참여하도록 한다.

 

⑦ 산간 학교를 친환경적이면서도 가족 중심으로 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가족이 함께 참여하도록 하고 가족간의 대화의 기회를 마련한다.

 

⑧ 가족 중심의 노래방을 운영하거나, 본당 내에 초중고생을 위한 건전한 PC방을 마련하도록 한다.

 

⑨ 입양 시설, 사회 복지, 정신 지체 부자유자를 위한 시설, 양로원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한다.

 

⑩ 본당 안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여 성지 순례 비디오를 가족과 함께 보면서 삶과 신앙이 일치하는 지속적인 영성 생활에 도움을 주고 공동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가정의 화목과 평화를 가져오는 장소가 되게 한다.

 

⑪ 수도원의 공동 전례에 참여하고, 기도하고 일하는 수도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면서

 

오늘날 한국 가정은 정체성을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이제 주5일 근무제에 따르는 여러 가지 여파를 감당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특히 경제적 위기를 맞는 지금 한국의 실정에서 가정 문제는 가정 안에만 머무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정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개인주의를 넘어서 공동체적 정신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곧 가정 공동체 중심으로 우리 모두가 자신의 위치를 찾아갈 때 가정의 정체성은 발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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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열섭, "21세기 가정, 그 조망과 가정 사도직", [사목] 215호(1996.12.),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78면 참조. 

2) [가정교서], 6항 참조. 

3) [가정 공동체], 42항. 

4) 위의 책, 43항. 

5) 이광규, "한국 가정의 변천상", [사목] 208호(1996.5.),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9면. 

6) 유재천,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 위의 책, 17-18면. 

7) 이광규, 앞의 글, 10-11면 참조. 

8) 진교훈, "가정의 해에 즈음하여," [사목] 182호(1994.5.),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9-30면 참조. 

9) 가정 사역 연구소, [가정 문제 자료집] 5집, 기독교 가정 사역 연구소, 1995년, 428면 참조. 

10) 송열섭, 앞의 글, 82면. 

11) 위의 글, 70-73면 참조. 

12) 가톨릭 신앙 생활 연구소, [한국 천주교의 신앙 생활 실태 기초 조사] Ⅲ-1, 1993년, 22면 참조. 

13) 송열섭, "1994년 '국제 가정의 해'의 의미와 과제", [사목] 180호(1994.1.), 24-29면 참조; 이옥, "가족 문제의 극복 방향", [사목] 172호(1993.5.), 31-33면 참조. 

14) 느헤 8장; 출애 19-24장; 요한 가시아노, [담화집] 제1, 14권; [제도서], 제5권; 에바그리오, "Praktikos". 

15) 토마스 키딩,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 엄무광 옮김, 제10장.

 

[사목, 2002년 7월호, 이세영(포교 성 베네딕도 수도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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