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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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자료

2012-0610...주일...성체와 성혈을 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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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2-06-09 ㅣ No.1244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 (나해)

탈출기 24,3-8     히브리 9,11-15       마르코 14,12-16.22-26

2012. 6. 10. 등촌3

주제 : 성체와 성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오늘은 우리 신앙인들이 하느님께 다가서는 방법과 구원의 길을 알려주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몸과 피인, 성체와 성혈을 특별히 공경하는 마음자세를 가질 것을 권고하는 축제일입니다.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피와 몸을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서양의 어느 희극에 나오는 구두쇠(=샤일록)는 마치도 피와 살을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돈을 갚지 못할 때 살을 떼어내겠다는 약속을 받고 돈을 빌려주었다는 작품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오늘 성체와 성혈대축일전례를 통해서 몸과 피를 나눌 수 있는 것처럼, 특별한 자세로 공경하는 축일을 지냅니다. 물론 오늘의 축제일이 우리 사람의 입장에서 먼저 시작된 기념일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몸과 피를 음식과 음료로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해주신 일은, 2000년 전쯤,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순간에 예루살렘에 있던 한 다락방에서 이루신 사건이었습니다. 그 일이 이루어진 순간을 우리는 사순절의 절정인 성목요일 최후만찬 미사때에 기억했습니다만, 그 순간은 사순절의 마지막인 슬픔의 시간이라서 특별한 의미를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약 700년 전쯤, 벨기에에서 성체와 성혈을 공경하는 특별한 축제일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자기생애의 마감 순간에 다다르게 된 것을 느끼면, 진실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적용하여, 예수님께서 우리더러 몸과 피를 먹으라고 허락하신 순간이 돼서야 진실을 말씀하셨다고 말해서는 곤란합니다. 같은 말이라고 해도 세상 인간의 삶에 적용되는 이야기가 있고, 신앙의 진리에 적용되는 말도 있기에, 인간의 입장에서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방법을 평가할 수는 없기에 우리가 함부로 할 말은 아닙니다.

 

오늘 성체와 성혈대축일에 읽은 복음말씀은 최후만찬의 자리에서 성체성사가 제정된 상황을 전하는 마르코복음사가의 기록입니다. 세상에서 하셔야 할 일을 작정하셨던 예수님은 두 명의 제자에게 마치도 당연히 일어나야할 일을 눈앞에서 보시듯, 파스카음식을 먹을 장소와 그에 대한 준비를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삶에서 이러한 자신감을 갖고 사는 일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우리가 예수님께서 삶의 마지막 순간 전날에 하신 일을 전하는 마르코복음사가의 말씀을 들으면서, 몸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분부하시는 말씀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정상이겠습니까? 이 순간의 느낌을 묻는 질문은,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미사에 참여하면서, 매번 어떤 생각과 자세로,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성체를 대하는 것이 옳은지 그 자세를 묻는 것과도 같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자세라고 말은 합니다만, ‘남들이 다 나가는 때에 나 혼자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창피해서 성체를 받아먹으러 나온다는 사람은 없을까요? 미사에 참여했으니 성체를 받아먹으러 나가는 일은 누구도 막을 수도 없고, 대신할 수 없는 권리라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까요?

요즘 시대에는 잘 쓰지 않는 명칭입니다만, ‘모령성체(冒領聖體)’라는죄의 명칭이 있습니다. 남들의 시선과 눈치가 무서워서(?) 내가 올바른 준비를 하지 않고 성체를 대하는 자세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말을 할 때, 우리가 관심을 가질 사항은 어떤 사람이 모령성체라는 죄를 범하는지 구별하고 가려내자는데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 교회공동체에 그런 표현을 써서 성체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를 강조하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된 사람이라면, 그에 알맞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성체와 성혈로 당신 자신을 받아먹고 마시고, 우리가 힘을 내게 하시는 힘든 결정을 하셨습니다만, 그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제자들은, 그 엄청난 말을 듣고 난 다음에도 찬미가를 부르면 올리브 산으로 갑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 산다고 하면서, 제자들처럼 순수한 마음, 철없는 듯 느껴지면서도 깨끗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따로 실천할 수 있는 첨단의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대에 우리와 함께 사는 분도 아니고, 오늘의 우리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다시 반복해주시는 분도 아니지만, 모세가 선언했던 삶의 정신을 받아들여, 하느님의 계명에 대하여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니, 모든 것을 실행하고 따르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가 그렇게 순수한 마음자세로 살도록 세상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피는 하느님의 힘을 간직하는 생명의 본질입니다. 적어도 구약시대에는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신앙의 힘과 역할을 등한시하면서 그 피와 의미를 달리 대합니다. 예수님의 피로써 우리가 세상에서 깨끗해질 수 있다고 믿고, 그분의 몸을 받아먹는 일로서 우리가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서고 일치할 수 있는 힘을 주신다는 것을 믿는 올바른 신앙인이라면, 우리 삶에 이루어질 하느님의 업적은 다를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오늘 성체와 성혈대축일에, 예수님께서 주신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옳은 자세이겠는지 잠시 묵상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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