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가톨릭 교리

여러분이 교회입니다 -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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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2-10 ㅣ No.416

[알기 쉬운 교리상식] “여러분이 교회입니다.” -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교회라는 단어는 그리스도교적인 명칭이라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막상 교회에 대하여 명확하게 설명하라 하면 쉽지 않은 테마이기도 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교회라는 말이 개신교에서 집회를 하는 장소, 즉 예배당을 뜻하는 장소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고, 개신교가 이 단어를 사용하니까 상대적으로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사용하기를 꺼리게 되는 것 같다.

 

성경은 한 번도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밝힌 적이 없지만 간접적으로 여러 가지 표상을 사용하였다. 이스라엘을 포도원에 비유하기도 하고, 목자와 양떼,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개념으로 교회를 묘사하였다. 사도 바울로 역시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혹은 그리스도의 신비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였으며, 교회를 건축물에 비교하기도 하고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여러 가지 표상을 사용하는 것은 교회에 대하여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교회 자체가 신비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한정된 개념으로 교회가 무엇인가를 정의하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1.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표현은 바울로 사도가 많이 사용하였고 베드로 전서에서도 나타난다. 이 표현은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을 잘 드러내 준다. 구약은 신약을 준비하고 신약은 구약을 완성한다. 구약의 백성이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아브라함이 응답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처럼, 교회도 하느님의 부르심과 이에 대한 신앙의 답변으로 성립된다. 구약의 백성이 광야에서 하느님과의 계약으로 맺어진 것처럼, 신약의 백성도 그리스도의 성혈과 성령의 힘으로 새로운 계약을 맺은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표현은 교회의 역사성을 잘 드러내 준다. 하느님의 백성은 하느님나라의 지상적 표현이다. 백성이라는 표현은 다음에 언급하는 몸(신비체)이라는 개념보다 교회의 지상상태를 더 잘 표현한다. 이 백성은 이 지상에 살면서 인간역사의 기복을 경험하면서 점진적인 성장을 하며 더 나은 하느님나라를 건설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백성이다. 비록 이 지상에 살지만 하느님의 백성이므로 세상가치에 연연하지 않는 초월적인 삶을 지향해야 한다. 무엇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지를 가늠하는 능력은 성령께서 주시는 선물이다.

 

 

2. 교회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신비체)이다.

 

사도 바울로의 그리스도의 몸, 혹은 그리스도의 신비체 사상은 아마도 그의 개인적인 체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사도 바울로는 처음부터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고 따른 사람이 아니고, 철저하게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유다인이었다. 스테파노 부제가 순교할 당시에도 사울은 그 자리에 있었고(사도 7,58 참조), 박해로 인해 초대교회 신자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그는 그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다마스커스로 향했던 인물이다. 여기서 그는 일생 최대의 극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것이다.

 

사울은 여전히 주님의 제자들을 향하여 살기를 내뿜으며 대사제에게 가서, 다마스쿠스에 있는 회당들에 보내는 서한을 청하였다. 새로운 길을 따르는 이들을 찾아내기만 하면 남자든 여자든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사울이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는 땅에 엎어졌다. 그리고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울이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이제 일어나 성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을 누가 일러 줄 것이다.”(사도 9,1-6)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초대교회 공동체를 동일시하신다. 사울로부터 박해받던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 추종자들인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바로 예수님 자신이라고 하신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신앙공동체를 통하여 현존하신다! 바울로라는 이름으로 개종한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교회를 설명하였고, 특히 그의 후기 편지에서 이 ‘신비체’ 개념을 즐겨 사용한다. 콜로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콜로1,24) 코린토서간에서도 신자들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임을 강조하면서 교회 안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1코린 12장 참조)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표현은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를 적절하게 드러내 준다. 우리는 세례로써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에 일치할 수가 있고, 성체성사로써 이 일치를 더욱 굳건하게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5)고 하셨듯이 그리스도의 몸에 일치해 있는 사람은 이미 하느님 나라에 살고 있는 하느님의 백성이다.

 

[월간빛, 2011년 2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제5대리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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