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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림 기획: 희망을 꿈꾸다 - 성 요한의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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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림 기획 ‘희망’ (2) 희망을 꿈꾸다 - 성 요한의 집 “상처 입은 아이들 사랑으로 보듬고 기다려줍니다”
가톨릭신문은 올해 대림 시기를 보내며 어두운 곳을 비추는 별이 되어 오신 아기 예수님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회 곳곳을 비추며 희망을 ‘심고’ ‘꿈꾸고’ ‘전하고’ ‘펼치는’ 이들을 만나고 있다. 그 두 번째로 파리외방전교회 허보록 신부가 설립, 운영 중인 성 요한의 집을 찾았다.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성 요한의 집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자 아동, 청소년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는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이다.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이 새로운 사랑 안에서 자라며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성 요한의 집 희망 이야기를 나눈다.
“신부님! 학교 다녀왔어요~!” “삼촌, 이모~ 오늘 친구랑 집에서 놀려고 같이 왔어요~!”
평일 오후 3시, 성 요한의 집이 순식간에 시끌시끌해지는 시간이다. 학교수업을 마친 아이들 예닐곱 명이 한꺼번에 들어와 집안을 헤집느라 정신이 없다. 친구와 같이 온 아이는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을 내던지고 친구와 근처 놀이터로 뛰어나간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도 있고, 오자마자 그림 그리기에 정신없는 아이도 있고. 아무래도 남자아이들이다보니 기운이 넘쳐요. 다들 밝고 하느님 보시기에 소중한 존재입니다.”
만 6~19세 7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모두 허보록 신부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한 아들들이다. 게다가 각자 가슴에 상처 하나씩 안고 이곳으로 왔기에 더욱더 큰 사랑으로 품어주고픈 아이들이기도 하다.
성 요한의 집에서는 갈 곳이 없거나 가정 해체로 맡겨진 아이들을 위해 상주교사와 수사들이 허 신부를 도우며 아이들에게 새 보금자리를 꾸려주고 있다. 허 신부는 “지금까지 이어온 것은 하느님의 기적”이라며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많은 도움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
1999년, 허 신부는 보호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 한 신자 할머니께서 선종하시며 남겨주신 2층짜리 단독주택을 보금자리로 삼았다. 집 이름은 ‘사랑의 사도’로 불렸던 요한 사도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처음에는 3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시설이 아동복지법상 공동생활가정으로 분류되면서 7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개정된 관련 규정에 따라, 집을 더 지어야 했다. 2004년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4층 건물을 마련, 3층과 4층을 각각 성 야고보의 집과 성 요한의 집으로 명명했다. 그렇게 두 집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14명이다. 하지만 공부방 이용 등을 위해 매일 오가는 아이들을 포함하면 성 요한의 집을 이용하는 이들은 꽤 많다. 2009년에는 수원교구 과천본당의 도움으로 경기도 과천에 성 베드로의 집도 열었다.
이곳에 온 아이들은 무엇보다 ‘사랑’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 부모 학대나 가정 내 다툼, 돌봄이 어려운 상황 등으로 인해 이곳에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 요한의 집에서는 일반 가정에서와 같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물론, 그들의 내적 치유에 최선을 다한다. 개개인에게 심리상담과 검사, 필요한 경우 병원 치료까지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다.
성 요한의 집에는 십계명도 있다. ▲ 서로 다투지 말기 ▲ 함께 모여 식사하기 ▲ 양보하기 등 지극히 당연한 행동으로 여기는 것들이지만 일상에서 무심코 놓치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서로를 사랑하며 사회 적응도 잘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허 신부가 만든 규칙이다. 또한 허 신부는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나무라기보단,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돕고 기다려준다.
성 요한의 집 김소나(안나) 시설장은 “이곳의 아이들에게 가장 결여돼 있고 필요한 것은 ‘사랑’과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라며 “상처 입은 아이들이 치유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스스로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랑은 새로운 희망을 낳아
“아이들이 무엇보다 건강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는 허 신부의 말처럼 성 요한의 집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사회에 나갈 희망을 꿈꾸는 터전이 됐다. 23년 동안 이곳에서 자립해 사회로 나간 이들은 400여 명이다. 그중 일부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일구고 살면서, 종종 이곳 아이들을 위해 간식거리를 사 들고 찾는다.
병약한 몸으로 올해 6월 성 요한의 집에 입소한 유다현(가명·6)군은 이제 건강한 모습으로 형들과 함께 뛰어논다. 유군은 몸과 마음 모두 안 아프도록 도와주는 사람(간호사)이 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한다.
성 요한의 집에서는 아이들이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꿈과 희망을 구체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큰 특징이다. 허 신부는 “꿈이 없는 사람에겐 미래가 없다”면서 “아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가정생활을 하며 좋은 습관을 익히고,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특별히 계획한 일이 있다는 것을 믿으며, 자신만의 꿈을 갖고 구체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그 꿈이 경제적 부담이 큰 음악, 미술 등 예체능이라 할지라도 학원비를 아끼지 않는다. 집 주변 학원에서도 여러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허 신부의 사정을 잘 알고 특별할인을 해주기도 해 아이들은 더욱더 구김살 없이 자유롭게 학원을 다니고 있다.
부모의 잦은 다툼 때문에 가정에서 돌봄이 어렵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이곳으로 온 박경주(가명·16)군은 “취미로 배웠던 태권도를 이곳에서도 계속 배울 수 있어서 관련 학과 진학까지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성 야고보의 집 상주교사 김진봉(요셉)씨는 “이곳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복습’과 같다”며 “계속 희망을 꿈꾸고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간 진짜로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 신부는 만 19세가 되면 시설에서 퇴소해 사회나 가정에 복귀해야 하는 이들이 다시 무너지지 않고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설에서 퇴소해 혼자 어렵게 자립해야 하는 이들이 자신을 믿어 주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이를 바탕으로 희망을 꿈꾸고, 건강한 어른이 되어 더 큰 사랑을 펼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관심 갖고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12월 5일, 이재훈 기자] 0 1,19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