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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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신리와 갈매못: 성인들의 체포와 순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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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0-30 ㅣ No.204

신리와 갈매못 - 성인들의 체포와 순교지

 

 

여사울이 초기 교회의 못자리였다면, '신리'(당진군 합덕읍 新里) 일대는 박해 후기의 사적지였다. 내포 공동체는 거듭되는 박해로 수많은 순교자가 나왔지만 끈질기게 복음의 생명력을 이어가면서 언제나 새로운 지도자들을 탄생시켰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거더리(예산군 고덕면 상궁리) 출신의 성인 손자선(孫 토마스)을 기억하고 있다. 1866년에 공주 관아에서 자신의 살점을 물어뜯어 신앙을 증거한 분으로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 거더리와 붙어 있는 마을이 바로 신리이다. 현재의 행정 구역상으로는 두 마을이 구분되어 있지만 교회사의 기록에 나타나는 거더리와 신리는 결국 같은 지역으로, 성 다블뤼(Daveluy, 安敦伊) 주교가 체포되었던 박해 시대의 교우촌이었다.

 

다블뤼 주교는 1845년 10월, 한국에 입국한 이래 주로 내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순교사와 교회사 자료 수집에 열중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저 유명한 다블뤼 주교의 "비망기"(備忘記)가 이 곳 신리에서 작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1863년 주교의 거처에 화재가 발생하여 오랫동안 수집해 놓았던 귀중한 자료들이 타 버리고 말았다. 다행한 것은 다블뤼 주교가 그 전에 이미 순교사와 교회사를 정리하여 프랑스로 보낸 점이었다.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났을 때, 다블뤼 주교는 신리(거더리)에 있는 손치호(니콜라오) 회장 집에 머물고 있었다. 손 회장은 바로 손자선 성인의 숙부이다. 주교는 그 때 이웃에 있던 오매트르(Aumaitre, 吳) 신부와 위앵(Huin, 閔) 신부를 불러오게 하여 피신할 방도를 의논하고 헤어졌는데, 3월 11일 포졸들이 거더리로 몰려와 주교와 복사인 성 황석두(黃錫斗, 루가)를 체포하고 말았다. 이어 위앵 신부가 멀지 않은 소재(예산군 봉산명 금치리)에서 체포되었고, 오매트르 신부가 거더리에 들렀다가 체포되고 말았다.

 

다블뤼 주교 일행은 서울로 압송된 후 몇 차례의 신문에 이어 군문효수형의 판결을 받게 되었다. 이 때 제천 배론에서 체포된 성 장주기(張周基, 요셉) 회장이 그들 일행에 포함되었다. 그런 다음 이들 5명은 새 처형 장소로 결정된 '갈매못'(보령군 오천면 영보리의 고마 수영)으로 이송되어 3월 30일에 순교하였다. 굳이 이 곳까지 순교자들을 끌고 와서 처형한 이유는 궁중에서 고종비(高宗妃)의 간택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여사울의 이존창 생가 터와 신리의 주교 댁은 오랫동안 잊혀져 오게 되었다. 그러나 신리의주교 댁만은 인근 교우들 때문에 성 손자선이 태어난 곳이며, 다블뤼 주교의 거처라고 알려져 왔다. 이에 합덕 본당의 페랭(Perrin, 白) 신부는 1927년에 교우들의 협조를 얻어 이를 매입한 뒤 순교 기념비를 건립하고 축성식을 갖게 되었다. 당시가지도 신리 공소는 초가집이었으나, 훗날 지금과 같이 함석 지붕을 새로 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여사울은 내포 교회가 시작된 곳이며 신리는 내포 교회가 박해를 극복해 나가던 교우촌이었고, 갈매못은 성인들의 순교 터였다. 이들은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보이지 않는 역사의 끈으로 이어져 왔으며, 그 끈은 오늘의 교회를 지탱해 주고 있는 생명선과 같은 것이 되었다. 체포되기 직전에 다블뤼 주교가 동료인 만주 교구장에게 쓴 1866년 3월 10일자 서한에서 순교자의 마지막 행로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교구장 베르뇌 주교와 선교사들이 체포되었습니다. 피할 길이 없습니다. 내 차례도 올 것이니, 제가 싸움터에서 견디어 낼 수 있기를 하느님께 청합니다([교회사 연구] 제2집, 1979년, 199면).

 

[사목, 1999년 9월호, pp.116-117, 차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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