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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교리상식: 성모 마리아 -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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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0-15 ㅣ No.487

[알기 쉬운 교리상식] 성모 마리아 (1)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영국 문화협회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비영어권 국가 102개국 4만 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1위는 Mother(어머니)였다. 2위는 Passion(열정), 3위는 Smile(미소), 예상을 뒤엎고 사랑(Love)이라는 단어는 4위에 그쳤다. 어쨌든 1위 자리를 ‘어머니’, ‘엄마’가 차지한데 대해서는 반대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외국에 처음 나가서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던 유학 시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그래서 가끔 지인들이 보내주던 우편물에 먹을거리라도 들어 있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라면, 깻잎 통조림, 인편에 부쳐오는 잘 익은 김치 등등….  그렇다고 한국에서 원하는 대로 음식물을 보낼 수도 없는 상황. 검역문제도 있고, 금지된 품목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세관으로 출두하라는 노란색 통지서를 받았다. 아마도 한국에서 보낸 소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다. ‘세관원이 물으면 뭐라고 말을 하지? 아직 말도 잘 못하는데….’ 겁을 잔뜩 먹고 세관으로 갔다. 세관원이 창고에서 박스를 하나 들고 나왔는데, 잘 밀봉된 한 말짜리 양철통이었다. 내용을 확인해야겠으니 수취인이 직접 열어보란다. 봉인테이프를 풀기 시작하니 세관원이 말을 건넸다. “잠깐만, 도대체 안에 뭐가 들었지요?”송장을 보니 한글로 ‘고추장, 된장, 장아찌 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일일이 설명하기도 복잡해서 그냥 “어머니께서 나를 위해 만드신 양념(소스)”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세관원이 “어머니? 음, 어머니?”하고 반복하더니, 열지 말고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어머니께서 만드신 거라면 정말 맛있을 거라고, 가서 맛있게 먹으라고. 걱정하면서 갔다가 가슴에 뭉클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 왔다. 어머니, 어머니를 속으로 되뇌면서….

 

 

우리의 어머니이시며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좀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우리 가톨릭교회는 마리아교라고 오해를 받을 만큼 성모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면서 공경하고 있다. 복음서에서 마리아는 평범하게 “예수님의 어머니”(요한 2,1; 19,25)로 불린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 당신이 사랑하던 제자 요한에게 당신 어머니를 맡기시면서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하심으로써 마리아를 우리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다. 성모님 덕분에 우리의 신앙은 더 정감 있고 풍요로워졌다고 할 수 있다. 성모님께 붙는 수식어만 해도 엄청나다. 본당의 쁘레시디움이나 꾸리아의 명칭들을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런데 개신교인들이나 외교인들로부터 오해를 살 만한 호칭이 하나 있다. “천주의 모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면 여신이란 말인가? 그래서 어떤 이들은 천주교를 “마리아교”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물론 그 사람들이 가톨릭을 잘 모르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신자들이 그들에게 오해의 빌미를 제공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리아의 사촌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방문을 받고 “내 주님의 어머니”(루카 1,43)라고 부르긴 했지만,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교리는 431년 에페소공의회에서 확정되었다. “과연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분, 곧 육체적으로 마리아의 참 아드님이 되신 분은 다름 아닌 성부의 영원한 아드님이시며,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의 제2위격이시다. 교회는 마리아를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라고 고백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94항)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은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는 이단에 대처하면서 생겨났다. 4세기에 그리스도교는 종교의 자유를 얻으면서 교세의 확장과 더불어 교리의 발전도 가져오게 된다. 교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이단들도 생겨났는데, 교회는 여러 공의회들을 통하여 이단들에 대처하면서 교리들을 하나하나 체계화시켜 왔다. 어떤 이단들은 예수님의 인성(人性)을 강조하고, 어떤 이단들은 반대로 예수님의 신성(神性)만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또 어떤 이단들은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을 따로 분리시켜서 이해하였다. 예를 들어, 네스토리우스 이단의 추종자들은 마리아는 인간 그리스도의 어머니일 뿐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모친이라는 호칭은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성체강복 때에 “참 하느님이시요 참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찬미 받으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처럼, 그리스도께는 인성과 신성이 온전히 결합되어 있어서 분리시킬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가?’라는 예수님의 신원 문제와 직결된다.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셨는데 이분께서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다.

 

[월간빛, 2011년 10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매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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