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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3년 제11차 세계 병자의 날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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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1-31 ㅣ No.22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제11차 병자의 날 담화

(2003년 2월 11일)

 

 

1. “우리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아들을 구세주로 보내신 것을 보았고 또 증언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알고 또 믿습니다”(1요한 4,14.16).

 

요한 사도의 이 말씀은 교회가 의료 분야의 사목 활동을 통하여 추구하는 목적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고통받는 우리 형제 자매들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교회는 그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해 주고, 참된 사랑의 징표를 보여 주고자 노력합니다.

 

제11차 세계 병자의 날은 이러한 맥락에서 2003년 2월 11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있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성전에서 거행될 것입니다. 이 날과 이 장소를 선택한 것은 신자들이 주님의 어머니께 온 마음과 정성을 모으도록 하려는 뜻에서입니다. 교회는 성모님께 의탁하여 새롭게 사랑을 증언함으로써 오늘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겨 주는 현대 세계의 갖가지 상황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표상이 되도록 촉구받고 있습니다.

 

고통과 죽음에 대한 끈질긴 의문들은, 세속적인 사고 방식으로 끊임없이 그 의문들을 없애거나 무시하려고 노력하여도,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불안스럽게 존재하면서 만족스러운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인류의 비극적인 경험들 앞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위안을 주는 진리, 곧 부활하신 주님께서 죽음을 비롯하여 인류의 모든 고통과 병고를 당신 어깨 위에 짊어지시고 그것들을 은총과 생명의 기회로 바꾸어 놓으신다는 진리를 증언하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곳곳의 모든 사람에게 이를 선포하고 증언하여야 합니다.

 

2. 이번 세계 병자의 날 거행을 통해서 생명과 사랑의 복음이 특히 전세계 가톨릭 신자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에 크게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세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대륙에도 “힘없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거나 심지어는 몰아낸 채 강자들이 지배하는 사회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저는 낙태로 희생된 힘없는 태아들, 노인들, 안락사의 위협을 받기도 하는 불치병 환자들, 또한 소비주의와 물질주의 때문에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다른 많은 이들을 생각합니다. 또한 불필요하게 사형에 의존하는 문제도 언급하여야 하겠습니다. …… 이러한 사회 형태는 죽음의 문화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으며, 복음의 메시지에 반대됩니다”(교황권고, "아메리카 교회", 63항). 이러한 걱정스러운 현상에 직면하여 어찌 우리가 생명 문화의 수호를 사목의 우선 과제의 하나로 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보건 분야에서 일하는 가톨릭 신자들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생명을 수호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올바르게 형성된 양심으로 행동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할 절실한 임무가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믿음과 사랑과 바람을 참되게 증언하도록 해 주는 수많은 의료 시설들은 이미 이러한 고귀한 목적에 힘을 실어 주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시설들은 높은 수준의 전문적이고 사목적인 봉사를 보장하는 수많은 남녀 수도자들에게 의지해 왔습니다. 저는 성소가 새롭게 꽃피어나 수도회들이 그들의 훌륭한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많은 평신도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고통받는 아메리카인들의 선익을 위하여 그들의 활동을 더욱 넓혀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모든 지역 교회가 이러한 특별한 사도직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주교회의는 적절한 기구를 통하여 보건 사목을 증진하고 인도하고 조정함으로써 하느님의 모든 백성이 고통받는 이들의 갖가지 어려움을 깨닫고 관심을 가지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사랑의 증거를 실천하려면 보건 사목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서로간에 그리고 그들 주교와 완전한 일치를 이루어 행동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일치는 가톨릭 병원들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그것은 이들 병원들이, 교도권의 사회적 도덕적 지침들에서 강조하듯이, 오늘날의 요구에 부응하여 복음의 가치들을 병원 정책에 더욱 명확히 반영하도록 요청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재정과 운영을 포함하여 모든 영역에서 가톨릭 병원들의 일치된 참여가 필요합니다. 

 

가톨릭 병원들은 원목 사제와 함께, 윤리위원회, 평신도 의료인 양성 프로그램, 인격적 병자 간호, 병자 가족들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 등을 증진시키는 생명과 희망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인간은 단지 생명의 관리자이자 수호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참된 사랑의 증거를 통하여 의료 활동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4. 이러한 사실은 인간 생명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과학의 발전과 의술의 진보와 관련하여 끊임없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사실, 생명은 임신[受精]에서 자연사까지 보호받고 옹호받아야 한다는 것이 근본 계명입니다. 

 

제가 교황 교서 "새천년기"(Novo Millennio Ineunte)에서 언급하였듯이, “인류에게 봉사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적절한 시기이든 아니든 다음과 같이 강조하여야 합니다. 곧 최첨단 과학 지식, 특히 생명 공학 분야의 최첨단 과학 지식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근본적인 윤리적 요구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여, 미심쩍은 연대에 의지하여 생명을 차별하고 모든 인간에게 속한 존엄성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51항).

 

참된 과학 기술의 진보를 환영하는 교회는,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병자들에 대한 의료 봉사의 질을 높이고 그들의 침해할 수 없는 존엄을 존중하는 이들의 노력과 희생을 높이 평가합니다. 모든 치료 과정과 임상 실험, 이식 수술에서는 이러한 근본 진리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한 생명을 구하려고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은 결코 합법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치료한다.’는 사고 방식을 거부하는 말기 단계의 통증 완화 치료는 권장될 수 있지만, 본질상 또는 행위자의 의도가 죽음을 초래하도록 계획된 행위나 부작위에 의지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5. 저는 이번 제11차 세계 병자의 날이 모든 교구와 본당에 보건 사목에 대한 새로운 투지를 불어넣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실상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주로 집에 있는 환자들과 흔히 가족들의 간호에 맡겨진 환자들에게 적절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충분한 의료 시설이 없는 나라들에서는 말기 환자라도 집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본당 사제들과 모든 사목 종사자는 경각심을 가지고 병자들이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들을 통하여 주님의 위로의 현존을 끊임없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사제와 수도자 양성에서도 의료 활동의 사목적 측면에 적절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병자들에 대한 간호는 그 무엇보다도 사랑을 실천하고 부활의 희망을 증언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6.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의사, 간호사, 약사, 의료 기사, 행정 직원,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여러분, 세계 병자의 날은 착한 사마리아인이신 그리스도의 더욱 헌신적인 제자가 되려고 노력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여러분의 신원을 의식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서 슬픔과 영광으로 빛나는 주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십시오. 특히 에이즈와 같은 새로운 질병과 결핵, 말라리아, 나병과 같은 오래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도움과 희망을 주도록 하십시오.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의 얼굴을 신뢰와 사랑으로 바라보고("새 천년기", 16항 참조) 여러분의 고통을 그분의 고통에 결합시킴으로써 고통의 복음을 증언하는 증인이 되라고 여러분을 부르시는 주님을 알아보고 맞아들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녀이시며 아메리카의 수호자이시고 병자들의 나음이신 과달루페의 성모님께 여러분을 맡겨 드립니다. 성모님께서 고통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기도를 들으시고,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며, 홀로 병마와 싸우는 이들 곁에 계셔 주시고, 가톨릭 의료인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언하는 믿음직스러운 증인이 되도록 당신의 자애로운 전구로 도와 주시기를 빕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랑으로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2003년 2월 2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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