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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24: 외적 감각의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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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25 ㅣ No.733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24) 외적 감각의 정화


오감 만족만 탐하면 성덕의 길에서 멀어진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성화 은총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거룩함에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여전히 자신 안에서 부족한 점을 느끼며 스스로 영적 발전을 크게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적 여정은 영성 생활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먼저 악습부터 완전히 끊어버리고 난 다음에 성덕을 완성하는 식으로 전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악습이 자신의 영적 발전을 여전히 방해한다고 느낀다는 것은 이미 하느님 은총이 자신 안에서 작용해 성덕이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언젠가는 그 악습을 자신 안에서 완전하게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성덕을 완성하고자 하는 노력도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 안에 있는 악습을 제거하기 위해 고행의 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고행의 길은 단순히 육신에 고통만 가져다주는 길이 돼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인간 영혼과 육신이 성덕을 실천할 기능과 능력을 잘 발휘하기 위해 인간의 이성과 의지를 정화해야 할 필요가 나타납니다.

정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정화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외적 감각입니다. 외적 감각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다섯 가지 감각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감각 기관이 감지하는 감각을 믿음으로 조명된 이성의 법칙으로 잘 조절하지 않고 비이성적이거나 과도한 감성에 맡겨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성덕의 증가는 당연히 불가능할 뿐 아니라 죄에 떨어질 수 있는 악습에 물들게 됩니다. 따라서 외적 감각의 정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외적 감각의 정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감각 기관 자체가 문제가 된다거나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대상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 인간의 감각 기관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닌 가치 중립적인 인간 신체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또한 인간의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대상도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기 전까지는 그 자체로 가치 중립적입니다.

그렇기에 외적 감각을 정화해야 하는 시점은 인간이 감각 기관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감각 기관이 느끼는 과도한 쾌락에 떨어져 육신이 죄에 기울게 되는 순간부터입니다. 인간이 감각 기관을 통해 느끼는 쾌락에 깊이 빠져버리면 인간은 오롯이 하느님을 바라보지 못하고 피조물인 자극 대상에 마음을 빼앗겨 버립니다. 따라서 인간은 외적 감각 기관이 믿음으로 조명된 이성의 통제 아래 놓여 죄에 물들지 않도록 외적 감각을 정화해야 합니다.

외적 감각 중에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미각과 촉각입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탐식은 악습 중에 으뜸이며 다른 악습이 발생하는 출발점으로 여겼습니다. 또한 고행의 길을 걷는 그리스도인은 거친 천으로 만든 옷을 입으며 쾌락에 떨어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더욱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불타는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한 눈으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마태 18,9). 바오로 사도가 언급한 육의 행실도 결국 인간이 외적 감각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적 감각을 정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행의 길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육체적인 금욕을 통한 극기를 실천할 때 외적 감각이 더욱 잘 정화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육신의 단련을 통해 성화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육신을 가지고 죄를 짓기도 합니다. 따라서 육신을 죄로 이끄는 악습을 제거하기 위해 먼저 스스로 외적 감각을 정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다만 능동적으로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모든 것을 제어하고 극복할 수 없습니다. 이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노력을 어여삐 보시고 은총을 베푸십니다. 그러면 외적 감각의 수동적 정화가 이뤄지면서 정화가 완성됩니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무절제한 감성에 휘둘리지 말고 신앙의 이성으로 모든 쾌락을 잘 제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10월 25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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