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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29: 모든 성인의 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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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29 ㅣ No.741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29) 모든 성인의 통공


성인 공경하고 죽은 이 위해 기도하는 이유



지난번 필자는 그리스도교 영성이 공동체성을 지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 역사 안에서 교회 공동체와의 결속을 통해 영적 여정을 발전시킨 사례들을 언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리스도교 영성의 공동체성 의미를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신학적 관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도 신경에 나오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라는 대목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보편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 communio sanctorum)’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곧 ‘거룩한 것들(sancta)의 공유’와 ‘거룩한 사람들(sancti) 사이의 친교’가 그것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948항).


공동체 연대 안에 영적 자산의 공유

먼저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거룩한 것들의 공유라고 할 수 있는 ‘영적 자산에 대한 공유’에 대해서 설명합니다(949-953항 참조). 그것들은 바로 ‘신앙의 공유’ ‘성사의 공유’ ‘은사의 공유’ ‘공동 소유’, 그리고 ‘사랑의 공유’ 등입니다. 즉, 그리스도인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이 고백하듯이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가 전해 주는 신앙을 함께 고백하고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나누어 먹고 마시면서 함께 친교를 완성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하느님께서 공동선을 위해 각 사람에게 같은 성령을 통하여 은사를 주십니다(1코린 12,4-7 참조). 특히 초대 교회 그리스도인은 공동 소유의 공동체를 형성하고(사도 2,44; 4,32 참조), 산 사람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산 사람과 죽은 사람과의 연대 안에서도 사랑을 실천하며 거룩한 것들을 공유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리스도인은 공동체와의 연대 안에서 영적 자산을 공유하며 영적 발전의 여정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천상 교회와 지상 교회의 친교

다음으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거룩한 사람들 사이의 친교라 할 수 있는 ‘천상 교회와 지상 교회의 친교’에 대해서 설명합니다(954-959항 참조). 그런데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에서 이미 ‘순례하는 교회와 천상 교회의 친교’에 대해서 언급된 바 있습니다(49-50항 참조).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나그넷길을 걷고 있는 지상 교회, 연옥에서 단련 받는 정화 교회,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는 천상 교회에 속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친교를 이룰 때 영적인 선익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에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헌장」의 가르침을 계승하여 반복하면서 그리스도인이 영적 발전의 여정을 무사히 걷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와 더 친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성인들의 전구’도 필요하고, 성인들을 본받을 뿐만 아니라 성인들과 함께 공동으로 공로를 이루기 위하여 ‘성인들과 이루는 친교’도 필요하며, 죽은 이들이 하루빨리 죄에서 벗어나도록 기도를 통하여 ‘죽은 이들과 이루는 친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영적 발전의 여정을 위해 그리스도인이 연대해야 할 교회 공동체는 눈에 보이는 교회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에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던 것입니다.

바오로 6세 교황께서도 자의 교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곧, 지상에서 순례자로 있는 사람들, 남은 정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죽은 이들, 하늘에 있는 복된 분들이 모두 오직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고 믿습니다”(「하느님 백성의 신앙 고백」30항). 이러한 전통 때문인지 가톨릭 교회는 일찍부터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성인들을 공경하는 신심을 실천해 왔습니다. 특히 순교자 공경은 이 두 신심을 하나로 묶는 중심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과도하게 지나친 성인 공경 신심은 신앙에 해를 끼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때로는 한계를 정해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기도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이들과 일치하고 성모님을 비롯해 성인들을 공경하는 신심은 그리스도교 영성의 공동체성을 드러내는 표지로 인식됐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신심의 실천은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도모하는 완덕으로 나아가는 훌륭한 수덕 생활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11월 29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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