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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30: 초자연적 윤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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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06 ㅣ No.744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30) 초자연적 윤리덕


그리스도교 윤리덕의 으뜸은 지덕(知德)



수덕 생활에서 핵심은 선으로 이끄는 덕을 최선을 다해 반복해 실천함으로써, 그 덕이 자신의 몸에 확고하게 배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기원전 중국이나 그리스의 현자 및 철학자들이 선을 추구하기 위해 인간이 실천하는 윤리적인 덕에 대한 다양한 목록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자연적 윤리덕’을 실천하며 올바른 선을 추구함으로써 성인군자로 존경받기도 했습니다.


자연적 윤리덕

자연적 윤리덕은 자주 반복해 실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습득적 윤리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 아니더라도 자연적 윤리덕을 습득한다면 추구하고자 하는 선을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습니다. 이렇게 세상 사람들이 자연적 윤리덕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세상 창조 때에 이미 세상에 새겨 놓으신 창조 질서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구약 성경뿐 아니라 신약 성경에서도 다양한 덕행 목록을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혜의 노고에 덕이 따른다. 정녕 지혜는 절제와 예지를, 정의와 용기를 가르쳐 준다”(지혜 4,7).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필리 4,8).

“여러분은 열성을 다하여 믿음에 덕을 더하고 덕에 앎을 더하며, 앎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신심을, 신심에 형제애를, 형제애에 사랑을 더하십시오”(2베드 1,5-7).


기원전 현자들과 그리스도교 윤리덕의 차이

하지만 그리스도교가 기원전 현자들과 거의 비슷한 이름의 덕행 목록을 언급했다고 하더라도, 그 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기원전 현자들이 언급한 자연적 윤리덕은 창조 질서를 통해 깨닫게 된 덕이기에 사람들이 올바른 선을 추구하며 막연하게 창조주를 향해 나아가기만 합니다. 또한 자연적 윤리덕은 특성상 끊임없는 반복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천을 게을리하면 덕이 쇠퇴해 버립니다.

반대로 그리스도교가 언급한 윤리덕은 하느님께서 인간 영혼 안에 행동 원리를 직접 넣어주시어 작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초자연적 윤리덕’이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초자연적 특성 때문에 인간 영혼은 하느님께 공로를 쌓을 수 있습니다. 초자연적 윤리덕은 하느님께서 인간 영혼 안에 직접 넣어주셨다고 해서 ‘주입적 윤리덕’이라고도 일컫습니다.

그런데 초자연적 윤리덕은 주입됐다고 하더라도 자연적 윤리덕의 습득적인 특성을 일부 공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은총으로 주입된 초자연적 덕이라 하더라도 덕을 보다 쉽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같은 행위를 반복해서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차이도 있어서 주입적 윤리덕은 신앙인이 초자연적 선을 추구하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로 직접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주입적 윤리덕은 은총에 기반을 두기에 신앙인이 죄에 떨어지게 되면 덕의 능력이 축소되고 덕의 실천에 방해를 받음으로써 결국 초자연적 윤리덕은 쇠퇴해 버립니다.


‘사추덕’(四樞德)

그리스도교는 다양한 초자연적 윤리덕 중에서 중추적인 구실을 하는 ‘현명’, ‘정의’, ‘용기’, ‘절제’의 네 가지 덕을 선택하여 ‘사추덕’(四樞德)이라고 불렀습니다. ‘지덕’(智德)이라고도 하는 “현명은 모든 상황에서 우리의 참된 선을 식별하고 그것을 실행할 올바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실천 이성을 준비시키는 덕”(「가톨릭 교회 교리서」 1806항)입니다. 따라서 지덕(현명)은 사추덕의 나머지 덕들뿐 아니라 다른 모든 덕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첫 번째 덕입니다. 즉, 지덕을 통해 성화를 위해 해야 할 일과 피해야 할 일을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죄의 원인과 기회를 잘 간파해 죄에 물들지 않고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덕 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지덕은 윤리덕보다 상위에 있는 신학덕의 영역까지 관여해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합니다.

[평화신문, 2015년 12월 6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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