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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32: 초자연적 신학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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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21 ㅣ No.747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32) 초자연적 신학덕

믿음 · 희망 · 사랑, 그리스도인 최고의 덕행

 

 

사추덕이 아무리 주입된 초자연적 윤리덕이라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인간 영혼을 하느님께로 직접 이끌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이끌어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윤리덕은 인간 영혼이 하느님께 잘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켜주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윤리덕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기능을 잘 제어해 타당하게 사용함으로써 개인의 성덕을 발전시켜 완덕에 다다르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주입하신 신학덕

이에 반해 인간이 실천하는 덕 중에서 인간을 하느님께로 바로 인도해 하느님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도와주는 덕이 있는데, 이를 ‘신학덕’(神學德)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신학덕이야말로 본연의 의미에서 주입된 초자연적인 덕입니다. 왜냐하면 신학덕은 자연 질서에서 일반적으로 찾아 깨달을 수 있는 덕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직접 계시를 통해 알려주시고 은총으로 주입해 주셔야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신학덕은 진정한 의미에서 주입덕이고, 자연 질서를 넘어서는 초자연적 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입된 초자연적 신학덕은 인간 영혼이 하느님의 신적 생명에 참여하도록 영혼을 변화시켜 줌으로써 인간 영혼은 최종적으로 하느님과 합일하는 체험에 도달하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서간에서 인간이 구원에 다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세 가지 덕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1코린 13,13).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2.5). “그러나 우리는 낮에 속한 사람이니, 맑은 정신으로 믿음과 사랑의 갑옷을 입고 구원의 희망을 투구로 씁시다”(1테살 5,8). “그 믿음과 사랑은 여러분을 위하여 하늘에 마련되어 있는 것에 대한 희망에 근거합니다”(콜로 1,5).

즉, 그리스도인은 믿음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는 이 세상을 넘어서서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참된 진리를 모두 받아들이고 굳게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희망을 통해 이 세상이 보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오히려 저 세상에서 누릴 영광의 삶을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거부하지 않고 응하기만 한다면 하느님께선 당신 약속을 지키실 것이라는 점을 굳게 신뢰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사랑을 통해 완전한 선이요, 인간의 궁극 목적이신 하느님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사랑하고, 하느님 안에서 인간을 포함해 이 세상의 다른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오로 사도의 이야기처럼 그중에서도 사랑의 역할이 나머지 믿음과 희망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사랑이 초자연적인 덕으로 온전히 승화돼야만 믿음과 희망도 완성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세 가지 덕은 아직까지 인간적인 기준의 범주에 머물러 있는 초자연적 윤리덕보다 훨씬 월등한 능력으로써 인간을 하느님 구원으로 직접 이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자연적인 신학덕인 이 세 가지 덕을 또 다른 이름으로 ‘향주덕’(向主德) 혹은 ‘향주삼덕’(向主三德)이라고 부릅니다. “향주덕은, 그리스도인들이 거룩하신 삼위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향주덕의 근원과 동기와 대상은 한 분이시고 세 위이신 하느님이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1812항).

그리스도인은 초자연적 신학덕을 통하여 자신을 송두리째 하느님께로 향하게 할 수 있으며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참된 행복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초자연적 신학덕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그리스도교적 덕행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12월 20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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