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강론자료

부활 5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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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5-12 ㅣ No.325

부 활  제 5 주 일 ( 다 해 )

 

        사도 14,21-27    묵시 21,1-5    요한 13,31-33ㄱ.34-35

    2001. 5. 13. 성인세례식 겸한 날

 

주제 :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안녕하십니까?

예전에 우리 어르신들은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혹은 '진지 드셨습니까?'하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곤 하셨습니다.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여러 가지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 인사를 잘 쓰지는 않습니다만, 그 인사말은 묘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 말이 통용된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만큼 편치 않다는 이야기도 될 것입니다. 오죽이나 불안했으면, 밤새 별일 없었느냐고 물었을 것이며, 얼마나 굶는 사람이 많았으면 '밥 먹었느냐?'고 인사를 건넸겠습니까?

 

오늘 부활 5 주일에 듣는 하느님의 말씀은 어려웠던 시대의 인사법을 생각나게 하는 말씀이고, 우리가 겪는 어려운 세상에서 어떤 정신으로 사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오늘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바꿔 생각하면, 우리가 평안하기 위해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정성으로 내게 맡겨진 일을 하고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 모아 제대로 하려고 애씁니다.  그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고, 그것이 인생에서 성공하는 방법이며,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방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룬 삶의 결실을 판단하는 것은 나 자신이나 부모형제가 아니라, 하느님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판단기준은 하느님이 정하신다는 것입니다.

 

오늘 미사 중에는 세례식이 있습니다.  하느님에 대해서 배우고 그분을 삶의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려고 다짐한 열 아홉명의 성인 세례가 있습니다.  미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분들도 기도하겠지만, 미사에 함께 하신 신자들도 마음을 모아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분들에게 꼭 맞는 말씀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선언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수 차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말이 사랑이지만, 그래도 우리 삶에는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사랑이라는 말만큼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홀대받는 말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제자의 배반이라는 마음 아픈 순간에도 정말로 필요한 것은 사랑이기에 그 말씀을 반복하시는 것입니다. 사랑이 우리 삶에 절실하게 필요한 때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때가 아니라, 하는 일마다 이리저리 꼬여서 지치고 좀처럼 그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사랑이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그때 도와주는 말 한마디는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그 간단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때에 더 많이 실망하고 더 많이 다툽니다.

 

사랑하면서 사는 일은 어려우면서도 도전해볼 만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면 자신의 생각을 한번쯤 늦춰서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자신이 세운 계획을 실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항상 그것을 앞세운다면 다른 사람과 융합해서 살아가기는 힘든 일입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소아시아 지방의 이곳저곳을 움직였던 바오로 사도는 복음 전파의 사명을 마치고 자신들을 파견했던 최초의 공동체 안티오키아로 돌아갑니다. 사람은 성공했을 때는 물론이고, 어렵고 힘들 때에도 자신의 고향(故鄕)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힘을 얻으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신앙인의 고향은 하느님의 품이고, 우리가 그 하느님의 힘을 발견하는 곳은 미사 전례와 성서이며, 그 하느님께 감사의 제사를 바치는 곳은 바로 이곳 우리가 모인 공동체, 성당입니다.

 

오늘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날 분들과 이미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살아가는 우리는 하느님이 준비하시는 새로운 땅과 새로운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세상에 들어갈 수 있는 일을 이미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그 일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끝내려면, 사랑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인류 구원 사업의 길을 알려주셨던 예수님이 그 일을 잘 끝낼 수 있었던 일도 사랑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바오로 사도가 여러 가지 난관에도 첫 번째 선교여행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도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도 사랑의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오늘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날 예비자들이 살아갈 힘도 사랑의 힘이 가능하게 해 줄 것입니다.  사랑의 힘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며, 사랑의 힘은 슬픔과 고통이 우리에게 다가와도 그것을 이겨내게 도와 줄 것입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의 약속이기에 믿을 만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는 것을 느낄 사람은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삶을 살피는 사람들입니다. 잠시 우리도 하느님의 약속에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왔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돌이켰으면 합니다.

 

잠시 우리를 돌이켜 본 후에는,  오래 동안 준비하신 예비자들의 세례식을 거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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