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강론자료

성체성혈 대축일-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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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6-16 ㅣ No.330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  (다해)

 

        창세기 14,18-20     1고린토 11,23-26    루가 9,11-17

    2001. 6. 17.

 

주제 : 우리가 선택하는 삶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못할 말이긴 합니다만, 장맛비라도 퍼부었으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진정될텐데, 하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다보면, 과학을 앞세워 생명까지도 마음대로 하겠다고 덤비는 사람의 힘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약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 합니다. 간혹 바람이 불고 구름이 지나가도 비가 오는 것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날씨입니다.  90년만의 '봄 가뭄'이 3개월 째 지속되는 때라고 합니다. 지난 화요일과 수요일에 비가 조금 왔고, 어제도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는데, 아직 부족한 것은 여전합니다.  이런 때에 우리의 작은 행동이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물을 조금씩이라도 절약해서 사용하는 아량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오늘 성체와 성혈 대축일입니다.  성체와 성혈은 인류가 하느님께 다가설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셨던 예수님의 몸과 피를 귀중하게 높여 부르는 말이고, 우리가 미사 때마다 가까운데서 맞이하는 하느님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그 선물을 대하는 마음 자세가 똑같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일정하지 않은 마음이 아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려는 신앙인들에게 음식으로 다가오는 하느님인 '성체와 성혈'은 놀라운 신비입니다. 성체와 성혈은 몸과 피를 가리킵니다.  지금부터 2000년 전에 사람으로 오셨고, 가르침을 통해서 삶의 모습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변화시켰고, 결국에는 먹고 마실 음식으로 살과 피를 남겨주신 예수님 바로 그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볼 수 있고 받아 모시는 성체와 성혈은 '미사에 참례하는 우리가 봉헌하는 빵과 포도주를  하느님께서 받아들이고 완성하는 기적'입니다.  그래서 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8-900년 전 신학에서는 '겉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없지만, 하느님의 힘으로 그 본질이 변화된다고 Trans-substantia, 실체변화(實體變化)라는 말을 사용하여 설명'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피부에 와 닿는 설명이나 말은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천국(天國)과 지옥(地獄) 가운데서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천국'을 택하겠다고 말할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목표가 거기에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국은 하느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고, 지옥은 그런 가능성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삭막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C.S 루이스라는 사람이 쓴 소설에는 천국과 지옥 가운데서, 자기 의지로 지옥을 택한 사람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세상의 삶에서 '이름을 날리며 살았던 사람'이었고, 자신이 한없이 높고 다른 사람과는 특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음인지, 우리 신앙인들이 기대하는 천국을 저버리고 지옥을 택한 사람으로 나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지상에서 유명한 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사람이 지옥에서 잘 지내다가 천국을 구경하기 위해서 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그가 도착한 천국은 밝고 명랑한 곳으로 보였습니다. 그가 탄 버스가 도착하자 조카가 나와서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교수였던 이 사람은 조카를 보자 실망했습니다.  ①'천국은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어리석고 저렇게 멍청하고 별 볼일 없는 자들도 갈 수 있는 곳인가?'하면서 말이죠. / 이 다음에 대화가 시작됩니다. '난 세상에서 유명한 대학교의 교수였으므로 이곳에서도 교수생활하고 싶은데, 이곳에 대학교는 있니?'  그러자 조카가 말했습니다. '물론이죠. 아저씨. 천국에도 대학교는 있는데요, 거기서는 누구나 교수가 될 수 있어요. 아저씨도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그러자, ②'야! 어떻게 천국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과 무능력한 사람을 구별하지도 않느냐?'...고 흥분했어요.  / 그건 그렇고 난 옛날 세상에서처럼 '주임교수'를 해야겠다.  그러자 조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천국 대학교에는 주임교수가 따로 없어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책임을 지고 있고, 합의에 따라 일하기에 더 이상 큰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필요 없는 곳이 천국인데요....  그러자, 이 삼촌뻘이 되는 아저씨는 흥분했습니다. ③'능력자와 인간 쓰레기도 구별하지 않는 그런 멍청한 조직인 이곳에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그리고 그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지옥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축복은 항상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스스로 그 축복에서 멀어지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축복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미사에 참여한 사람이 성체(聖體)를 받아먹는다는 것은 하느님이 정하시는 조건에 충실한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살렘왕 멜키세덱은 하느님을 알고 공경하던 사람으로서 아브람에게 축복을 빕니다. 그러자 아브람은 멜키세덱에게 전리품의 1/10을 줍니다. 아브람이 보여준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전해주는 성찬례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거룩한 본보기를 주님을 만날 때까지 반복하여 행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미사에 참여한 우리 마음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고집을 앞세우고 살기 쉽습니다. 그런 일에 대해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예수님의 몸과 피인 성체와 성혈을 받아먹고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순전히 우리의 선택입니다. 미사에 참여하여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생명을 나누는 신앙인으로서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잠시 마음을 모아 진정한 자세로 기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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