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강론자료

연중 13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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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6-30 ㅣ No.334

연중 제 13 주일 (다해)

( 교황주일의 내용을 겸해서.  연중주일의 독서와 복음 )

 

        1열왕기 19,16ㄴ.19-21       갈라디아 5,1.13-18       루가  9,51-62

    2001. 7. 1.

 

주제 : 하느님은 우리를 얼마나 기다려 주실까?-인간의 생각, 하느님의 생각

 

이제는 장마철에 들어섰습니다. 한참 가물 때는 그저 비만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엊그제는 지겨운 비가 온다고 푸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늘이 그 환경을 조금 바꾼다고 마음도 쉽게 바뀔 수 있는 계절이 됐는가 싶은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이제 습기는 많아지고, 몸도 많이 끈적끈적해지는 7월의 첫날입니다.  하지만 같은 환경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자세가 모두 같은 모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도 세상을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같은 현실을 대하는 내 삶의 태도이고, 똑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좋은 마음 갖고 시작하는 2001년 하반기의 첫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이 선호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미사 시간에 이곳 성당에 함께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과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고, 이 곳에 함께 있다고 하더라도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같아야 한다는 원칙이나 당위성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라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생각이나 행동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과 독서를 통해서도 그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다른 생각을 합니다만, 그것이 만들어낼 결과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하시던 일이 끝에 가까워지자 예수님은 출발지가 어딘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고자 했습니다. 그 길은 사마리아를 가로질러 가야 했던가봅니다. 헌데, 사마리아 사람들은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던 예수가 자기 동네에 좋은 일을 할 생각은 않고 그저 마을을 가로질러 간다고 한 일에 마음이 상해서 그런지 거부'합니다.  그 일이 두 명의 제자를 흥분하게 했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의 흥분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세상일은 짧은 생각, 성급한 판단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판단이 앞섰을 것입니다. 이런 일은 편가르기 좋아하는 우리 세상에서도 수없이 반복됩니다.  만일 예수님이 몸을 드러내셔서 우리 세상을 향해 말씀하실 수 있다면 그 판단은 똑같이 적용할 것입니다.

 

복음에 나타난 이러한 모습을 보면, 과연 하느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제자들의 섣부른 행동을 중지시킨 예수님이셨지만 당신을 따르겠다고 말했던 사람들에게는 급하게 해야할 것과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구별하신 분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실천하는 일에 나설 사람이라면 잠잘 곳이 있는지 먹을 것은 준비돼있는지 걱정하지 말아야 하고, 사람의 관계에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할 장례마저도 당연히 해야 할 일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입니다.

 

내가 인생을 통해서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 그렇게 애써 한 일들이 다른 사람의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내가 일생을 통해서 이룬 일의 결과로 과연 하느님께서 준비하실 천국(天國)에 가는 것은 충분하겠는지를 묻는 것은 쓸데없는 힘의 낭비인 것입니다. 그것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산다면 우리는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할 것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도 목숨을 거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겨할 일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일들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람의 생각과 성령께서 원하시는 뜻을 일치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지낼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세상의 모든 일들을 내가 다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은 하느님이 계획하시고 그 안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은 어떤 것이겠는지, 나는 과연 하느님의 뜻을 어떻게 알아듣고 실천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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