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강론자료

연중 15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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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7-14 ㅣ No.336

연중 제 15 주일 (다해)

 

  신명 30,10-14     골로사이 1,15-20     루가 10,25-37

 2001. 7. 15. (주일).

 

주제 : 타협하고 싶은 삶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연중 15주일입니다. 장마철이라고 말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비 오는 것보다는 무덥고 습기가 많은 날씨가 며칠 계속되더니, 어제 오후부터는 비가 왔고, 물난리가 난 곳이 여러 곳입니다. 서로 도울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런 때,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올바로 다스리고, 행동을 바르게 하는 일'이며,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그대로 실천하며 사는 일'입니다.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 후회합니다. 하지만, 후회하는 경우는 '버스가 정류장을 이미 떠나서 세울 수 없는 때'가 더 많습니다.

 

우리는 지난주일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복음을 전하겠다고 약속하고 행동하는 사람 앞에 준비된 어려움과 곤경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과 그 싸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곤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답을 모르는 바는 아니기에, 예수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해도 과연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예수님이 보장하는 선물에 가까이 갈 있겠느냐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 대신 친절하게 예수님께 질문하는 한 사람의 율법교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율법교사란 말 그대로 '모세를 통하여 내려주셨던 하느님의 뜻을 담은 법을 해석하고 그 정신을 어떻게 실천하는 일이 옳은지 해석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예수님께, "당신이 말하는 '사랑해야 한다'는 하느님의 법칙은 이해하겠는데, 도대체 나는 누구를 사랑해야 올바른 칭찬을 받겠습니까?"라고 질문합니다.  오늘의 복음을 듣고 피상적으로 관찰하는 사람들은 율법교사는 '참 어리석은 사람' 혹은 '아주 영악한 사람'이라는 두 가지 판단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삶에서 그 어리석거나 영악한 모습을 적잖이 반복합니다.

 

율법교사의 질문에 예수님은 비유로 응답하십니다. 비유의 가르침은 듣는 사람이 그 실천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이고, 듣는 사람이 깨달아야 하는 내용입니다.

하느님께 제사를 봉헌하는 특별한 장소였던 예루살렘에서 자기 할 일을 마치고 예리고로 내려가던 사제와 레위 사람은 참으로 현명한 선택을 합니다. 제사와 관련되지 않는 일을 피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는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확하게 구별하고 그대로 실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사마리아 사람은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강도에게 당하고 다친 사람을 치료해 줘 봐야 생기는 것 아무 것도 없고 돈을 돌려 받을 가능성'은 더더구나 없는데 그를 위해서 돈을 쓰고 그를 치료하는 어리석음을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마리아 사람'과 같은 정말 어리석은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것의 첫 번째 기준으로 돈을 꼽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자기 이익만 챙기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하느님의 선택을 받을 세상의 어리석은 사마리아 사람들은 그만큼 설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끔씩 내 생각과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이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내 사정을 하느님은 이해하시겠지'하며 하느님과 타협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의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이런 판단을 '하느님은 과연 어떻게 받아주실 지' 신명기 말씀을 새겨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 삶과는 떨어진 곳에 멀리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법은 내 입에 있고 내 마음에 있어서 내가 언제든지 가까이 할 수 있다고 했으니, 현실에서 내가 하는 일이 하느님의 법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으로서 어떠한 판단을 받겠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말을 앞세우기는 쉽습니다. 여러분 앞에서 사제로서 움직이는 제 생활은 행동보다는 말을 먼저 하는 일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이고, 그것이 혼란스럽고 가슴 철렁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질문의 하나는 나는 과연 하느님 앞에 어떤 사람으로 서게될까 하는 것입니다. 움직여야 할 바를 모르지는 않습니다만, 어렵고 힘든 삶에서 올바로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신 예수님이 이루어주신 평화는 참으로 큰 선물일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부족한 도움을 하느님께 청하며, 예수님께서 피를 흘림으로써 이룩해주신 평화를 이웃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삶이 되도록 잠시 마음을 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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