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강론자료

연중 21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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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8-24 ㅣ No.342

연중 제 21 주일 (다해)

 

        이사야 66,18-21        히브리 12,5-7.11-13       루가 13,22-30

    2001. 8. 26.

 

주제 : 사람이 궁금하게 여기는 것?

 

아직도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당연한 일처럼 치루는 휴가도 끝났는데, 하늘의 기운은 이제 한창 팔팔합니다. 이런 날씨에 성당에 온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저 집에 앉아서 쉬고만 싶은 게 간절한 입장일 것입니다. 하지만, 몸이 원하는 대로하지 않고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한 인사가 사치스럽게 들리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겪을 상황이 내가 누리는 기쁨이나 안식과는 차원이 다른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마음이 불편한 분들을 힘들게 하는 인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많은 목적을 갖고 삽니다.  목표는 잘 살고 행복하고 싶다는 몇 마디 말로 대신할 수 있겠지만, 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학생들은 공부할 것이고, 어르신들은 직장에 나가는 일을, 또 다른 분들은 가정을 꾸미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 일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 다양한 일들의 목표는 큰 차이 없을 일입니다.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들은 인생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사는지,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 다가가는 생활을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신앙인들에게도 민감한 문제,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선생님, 구원받을 사람은 얼마 안되겠지요?'  구원은 내가 얻고 싶은 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는 법입니다. 하느님이 주시는 일이고, 우리는 구원을 선물로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헌데, 그 구원을 받는 일에는 조건이 붙는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구원을 선물로 얻는데 관련되는 조건이 나옵니다.

 

우리는 모두 신앙인들입니다.  신앙인이란 신앙을 중심으로 사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신앙은 우리 삶에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복음에서 제시하는 삶의 조건은 그저 이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저 함께 먹고 마셨다는 일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하기 힘든 말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흔히 술을 먹는 자리에서나 혹은 술을 어느 정도 걸치고 난 다음에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평가중의 한가지는 '술을 먹고 하는 소리는 진심이다'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보편성을 갖지 못하는 말입니다.  술을 먹고 진심을 드러내야 하는 자리라면, 그 사람은 항상 그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소리와도 비슷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먹는 일로 가까워질 수도 있지만, 그 먹는 일로써 또한 사람의 사이가 아주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음에도 예수님은 '먹고 마시는 일로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악행을 일삼는 자들의 행동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준비하시는 잔치상에 참여할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고 살아가는 '신앙인'입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자격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해야 합니다.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하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 가운데서 하느님을 공경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선언은 현재 신앙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제로 살아가는 일의 슬픔 하나는 신자들을 향하여 얼굴을 붉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저도 그것이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는 느낍니다만, 가끔씩 신자들은 사제에게 '신자들을 향하여 큰 소리 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필요한 때에 사제가 큰소리라도 치게 되면 오히려 등을 돌릴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별 무게 없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의 삶에서 화를 내고 분노하여 얻게 될 득(得)보다는 잃게되는 실(失)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희랍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몸으로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신이라고 합니다. 그가 그렇게 된 이유는 인간들을 위하여 신들의 세계에서만 있어야 할 '불[火]'을 인간에게도 선물로 주었다는 죄였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벌은 행복한 질책일지도 모릅니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내 뜻이 잘 이루어지는 일과 더불어 하느님의 뜻이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을 실현해야 할 내 몸이 올바로 설 수 있도록 무릎을 꼿꼿이 세울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한 것입니다.

 

아직 무더운 여름, 옳고 좋은 마음으로 잘 살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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