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재의 수요일-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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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3-03-09 ㅣ No.394

재의 수요일

  

                요엘 2,12-18  2고린토 5,20-6,2  마태오 6,1-6.16-18

 

       2003. 3. 5.

주제 : 사순절에 가져야 할 마음

 

오늘은 사순절 첫날이며, 우리 삶을 돌이켜보는 날입니다. 우리가 삶을 돌이키는 일은 오늘 하루만 하고 끝낼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시기를 맞아 특별한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잠시 후에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으며, ‘사람의 기원’에 대한 말씀이나 현실 삶을 제대로 이루기 위하여 꼭 필요한 조건에 대한 말씀을 듣습니다.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라는 소리가 그 두 가지인데, 우리는 이 말씀들의 하나를 듣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들을 때 무엇을 생각하시겠습니까?  이 말을 들을 때 내 자신의 삶은 어떤 길로 가야 옳은 것이겠는지 번개처럼 스쳐가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례의 정신에 따라 그 시간을 사용하려는 여러분에게 어떤 방법이 최선의 길인지 말씀드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드러낼 것 많고 자랑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이 세상의 삶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자선을 행할 때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기도할 때는 골방에 들어가서 아무도 모르게, 단식할 때는 겉모습에 단장을 해서 단식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실천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어찌하여 예수님은 실천하기 힘든 이런 소리를 태연하게 하셔서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정말 모르다가도 또 모를 말이며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진리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치부한다든가, ‘내가 가까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일도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첫 독서 요엘 예언자는 삶의 변화를 위한 조건들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조건은 신앙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하느님의 뜻을 조금이라도 알아들으려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하느님을 향하여 돌아서고 간절한 마음으로 그분께 호소하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주실 거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은 요엘 예언자의 이 말을 믿으십니까?  사람의 생각만을 중요시하고 사람의 능력만을 존중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그런 마음을 갖는 일은 어리석음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현명함이나 명석함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의 주변을 조금만 뒤돌아보면 아는 일입니다. 문명의 발명품들이 더 많은 사람을 순식간에 효과적으로 죽게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과 삶을 중요시하는 일들이 때로는 다른 사람의 생명과 목숨을 하찮게 보게 만드는 것이 세상에서 통하는 논리입니다. 이런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그분에게로 돌아서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사순절첫날에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단순히 재를 우리의 이마에 얹고 1년에 한번 들어보는 소리를 듣고 조금 더 머물다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고 평상시의 마음과 자세로 살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화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가장 큰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 마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요엘 예언자가 말하는 현실분석은 ‘우리가 잘못 사는 것이 그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을 욕먹게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 현상을 바꾸는 것이 하느님과 화해하는 일입니다.  사람끼리의 화해에는 복잡한 일들이 있습니다. 한번 화해했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해지지는 않습니다.  몇몇 가지 일들은 우리 기억에 남아 계속해서 내가 하는 행동에 제약을 가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과 화해하는 일에 같은 복잡함은 없습니다. 한번 화해하고 나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뒤탈은 없습니다.  하느님은 먼저 당신의 아들을 통하여 구원으로 향해 나갈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하느님의 뜻에 올바로 다가서는 방법은 올바른 자선을 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뜻을 알아내려면 올바른 기도를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단식의 방법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을 평가해주실 하느님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삶의 폭이 넓으신 분이십니다.

 

잠시 후, 삶을 돌이키자는 짧은 말씀을 들으면서 재를 머리에 얹는 예절을 거행하겠습니다.  기꺼운 마음으로 우리가 하느님을 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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