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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사목] 농촌 공소 활성화를 위한 사목적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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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114

농촌 공소 활성화를 위한 사목적 배려

 

 

I. 서론

 

한국 천주교회가 200주년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신자수가 200만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2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농촌 실태에 대한 조사를 하여 그 연구 보고서를 내기는 하였지만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가 미흡하고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더욱이 공소가 있는 본당의 대다수가 그 신자수에 있어서 공소 신자의 비율이 ½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농촌 공소의 활성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한국 천주교회의 모태는 농촌공소였다. 우리 조상들은 가혹한 박해 속에서도, 정처 없는 피난길에서도 교우촌을 이루고 복음을 살았던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 200년의 반 이상은 현장교회인 농촌 공소, 즉 농촌 신앙생활 공동체의 모습인데 이것은 2,000년전 초대교회의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십 수 년간이래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이농화 등의 물결이 밀어닥쳐, 농촌, 농민의 소외가 심화되면서 농촌 공소 공동체 역시 침체와 소멸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교회마저 도시화, 대형화, 물량화 추세에 편승해 온 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농촌 공소 활성화는 먼저 공소 신자의 의식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 의식을 공소 신자들에게 교육하고 공소 운영에 신자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구와 본당 공동체는 공소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공소 지도자들의 계속적인 양성과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구체적 사목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해야 하며 공소 신자가 유대관계를 갖게 해야 한다. 또한 각종 본당 행사에서는 반드시 공소 신자들을 초청하여 소외됨이 없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농촌 본당에서 여건이 여의치 못하면 타 도시 본당과 결연을 맺어 서로 도울 수 있게 해야 한다.

 

복음화, 인간 구원은 대형화나 물량 주의로 이를 수 없으며 믿음으로 거듭나는 백성들이 현장을 중심으로 작은 생활공동체를 건설, 확대, 연대해 감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본 소고에서는 먼저 농촌 교회의 현실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고 농촌 공소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농촌 공소의 활성화를 위한 해결방안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II. 본론


1. 농촌교회의 현실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에서는 교회는 “현대의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의 슬픔과 번뇌는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들의 슬픔과 번뇌이다”라고 한다.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누구인가? 크게 본다면 농민과 노동자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교회는 이들의 슬픔과 고뇌에 동참할 때 참다운 어머니요 스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농촌 교회의 현실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다.

 

농촌 교회의 문제는 농촌 교회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므로 온 교회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 200년의 반 이상의 세월을 현장 교회인 농촌공소 즉 신앙 생활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점에 반해서 오늘날 농촌 교회는 그 구심점을 잃어가고 있으며 급변하는 사회 추이와 신앙 교육에 대한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국가 정책의 추이와 농촌 교회와의 함수 관계가 매우 역력히 드러나고 있으며 60년대이래 급격한 공업화, 도시화, 이농화 등의 물결이 밀어닥쳐 농민의 소외가 심화되면서 농촌 교회 역시 침체와 소멸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교회마저 도시화, 대형화, 물량화 추세에 편승해 온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농촌의 급격한 변화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종래의 사목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농촌, 농민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농촌 교회의 심각성으로 직결되어서 농촌 교회는 더욱 커다란 여파를 미치게 되는데 농촌의 이런 현상은 농촌 교회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즉 첫째로 대량 이농으로 인한 농촌 인구의 감소는 농촌 교회, 농촌 신자의 감소로 나타나는데 여기에 인재의 부족 현상까지 겹친다. 특히 젊은 사람이 없다. 쓸만한 사람은 도시로 가거나 도시로 갈 꿈을 꾸고 있는 실정에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로 농가 경제의 파탄은 농촌 교회의 재정난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소에 유급 전교사를 파견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돈이 필요한데 그러한 실정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관권에 의한 농촌은 자주성 박탈은 농촌 교회의 지도력 빈곤 및 자율성의 결여로 나타나고 있다. 넷째로 반 생명적인 소비 문화, 지배 문화로 인한 지역주민들과의 유대 결여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섯째는 농촌의 빈 집과 빈 교실이 늘어나듯이 텅빈 농촌 공소가 늘어가고 있으며, 여섯째로는 정부의 정책이 농민, 농촌, 농업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처럼 교회의 사목 정책 역시 무관심한 영역으로 남겨놓고 있어 농민, 농촌은 거의 외면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농촌 신자들의 교리 교육 문제이다. 일년에 한 두번 본당 신부를 만나게 되는 경우의 어린이도 있다. 농촌 청년들은 구전으로 부모에게 배운 교리 지식으로 무섭게 변천해 가는 세상에서 신앙을 지켜 나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 농촌공소의 실태

 

위에서 농촌교회의 현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농촌 공소의 실태를 살펴보아야겠다.

 

농촌 본당의 대부분의 신자들이 본당에 위치한 지역보다는 본당에서 멀리 떨러진 공소 신자들이 많으며 본당 내의 신자들과 재정적 측면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신앙 생활의 중심도 공소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농촌 공소의 실정은 농촌 교회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다.

 

1) 농촌 공소의 환경 조건 및 공소 신자 현황

 

우리나라 공소의 대분분은 농촌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농촌 지역이라 하면 농가율이 40% 이상인 지역을 말하는데, 순 농촌 지역이 82%, 비 농촌지역이 12%로서 공소 소재 부락민은 거의 다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저소득과 그에 따른 부채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공소 신자의 현황은 1981년 말에 전체신자의 10.3%에 해당하는 1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예비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냉담자의 증가와 체증도 심해지고 있다.

 

2) 공소 지도자

 

공소 지도자의 사명 및 역할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공소가 지도자의 절대빈곤을 겪고 있으며 현재의 지도자들마저도 노령화-공소 회장의 평균연령이 50에서 60세이며 10년 이상 장기 재임이 36%나 차지하고 있다-의 경향을 보이며 특히 실무적인 일을 담당하는 공소 총무의 연령이 평균 40세인데, 이러한 비교적 높은 연령층의 수치는 농촌 공소의 젊은 층의 빈곤 실태를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공소 소재 부락민의 노령화 현상과 젊은 일꾼 부족 현상 또한 공소 회장의 선출 방식과 공소 일의 운영 방식에서 볼 수 있는 비민주적 성향은 공소 신자들의 가치 역량의 육성 및 전 신자의 일꾼화에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3) 공소 재정

 

공소 재정은 한 마디로 말해서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공소 자체 예산을 세우는 공소는 전체의 30%에 불과하며 70% 정도는 자체 예산을 세우지 않을 뿐 아니라 공소 재정에 대한 기록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전체 공소의 ⅓정도는 공소 건물조차 없이 교우의 집에서 공소 예절 등을 하며 건물이 있어도 거의가 보수를 해야할 실정이다. 그리고 공소 비품의 구비도 매우 빈약하다.

 

한편 공소 재정에 대한 공소 신자들의 희망은 비교적 강한 편이나 공소 재정 운영에 대한 참여의지는 대체로 빈약한 편이다. 심각한 공소 재정 문제는 오늘날 농촌 경제의 어려움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공소와 본당 및 교구와의 관계

 

전체 공소 신자의 ¼ 정도가 생활 현장에서 본당 신부를 만나는 것은 부활 및 성탄 판공 때뿐이고 대다수의 공소는 월 1회의 본당 신부 사목방문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수도자 및 선교사의 공소 방문 회수는 본당신부의 방문 회수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교구 및 본당으로부터 받고 있는 사목 자료 실태를 보면 교구 및 본당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받는 공소가 전체 공소의 72%, 가끔 받는 공소가 11%인 반면에 13%가 전혀 받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전체의 ¼정도가 못받고 소외되어 있는 실정이다.

 

5) 사도직 활동

 

공소의 거의 전반에 걸쳐서 공식 단체가 없으며 기존 단체의 ⅔가 침체 및 보통의 상태에 있다. 공소 공동체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소 사목회가 구성되어 있는 공소는 15%에 불과하며 그 중 활발한 사목회는 30%에 불과한 실정에 이르고 있다. 농촌 공소의 66%가 신자들끼리의 생활을 나누고 협동생활을 하지 않고 있으며 60%가 신자들끼리의 친목도모를 위한 활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생활에 있어서 협동으로 하는 활동이 미약한 것이다. 성직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심으로 신부가 없이는 교회 활동을 할 수가 없다는 신자가 전체의 ½을 차지하는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농촌 공소가 신자들끼리도 삶을 나누는 공동체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으며 농촌 공소를 단지 절름발이 교회로 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6) 공소 신자들의 신앙 내용 및 개인적 신앙생활

 

기도를 바치는 주대상은 예수님이지만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바치는 신자(특히 여자)도 상당수 있으며 신앙 고백문인 사도신경을 외울 때 막연하거나 아무 생각도 없다는 신자가 전체의 ¼에 가까운 것은 신앙 고백문에 대한 교육 및 신앙 고백문 자체의 문제점을 말하는 것이며 또한 공소 신자들의 예수님에 대한 인식과 예수님의 행적에 대한 인식과 가장 기쁜 축일 사이에는 깊은 연관이 없는 듯하다. 이것은 공소 신자들의 신앙에 있어서 예수와 예수의 삶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공소 신자들이 죄에 대한 인식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이웃, 세상 외면이었으나 실천적 인식이라기 보다는 교의적 인식이라 보여진다. 또한 죄에 대한 인식에서 주목되는 점은 공소 신자들의 순종적 경향이 둘째로 많다.

 

반 이상의 농촌 공소 신자들은 육신과 세상을 멀리해야 구원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53%), 현재보다 내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자들이 의외로 많았다.(72%) 이것은 인간과 현실 속에서 인간과 현실을 변혁하고자 온 삶을 바치신 예수님의 믿음이라기 보다 육신과 영혼, 현세와 내세를 대립적으로 보는 이원론적인, 현실 도피적인 믿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신들이 주체가 되지 못한 예속적인 믿음을 뜻한다고 본다.

 

결국 농촌 공소 신자들의 신앙은 의존적이고 예속적이며 이원론적이고 현실 도피적이며 개인주의적이고 길들여져 있는 병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신자의 ⅓정도가 주일 전례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주일 전례에 참여하는 주된 이유는 의무감(39%), 죄책감(11%), 내세 구원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신자의 ⅔에 가까운 신자들이 주일전례에 불참하는 이유는 바쁜 생계일 이라고 한다. 이처럼 신앙생활을 저해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지적된 내용 역시 바뿐 생계일, 경제적 곤란등 농촌 문제인 것이다.

 

공소 전례의 가장 큰 문제점을 농민의 삶과 유리된 전례라는 것이다. 농민들의 생활과 관계가 없는 전례형태는 점점 농민들에게 멀어져가고 있다. 주일 전례를 빠짐없이 실시하는 공소가 전체의 절반 정도이며 신자들의 공소전례의 참여율은 참여 가능한 수의 절반 정도이다. 전체 ¼의 신자가 현행 공소 예절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갖고 있으며 절반의 공소에서는 주일 강론이 없고 강론을 한다고 응답한 공소의 ⅔가 교구 및 본당의 강론지를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신자들이 성서를 지참하는 공소는 전체 공소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 신자의 4/5정도가 성서를 거의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거의 ⅓의 공소에서도 전례 때 성가를 거의 외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거의 ⅓의 공소에서도 전례 때 성가를 부르지 않고 있으며 성가에 대한 신자들의 반응 역시 약 절반의 신자들은 부정적이었다. 또한 신자들의 기도를 자유로이 하는 공소가 전체의 ⅓에 불과하였다.

 

7) 공소 신자들의 사회의식

 

전통상례를 지켜야 한다는 쪽의 반응을 보인 신자가 전체의 절반이 반면에 교회 신앙에 어긋난다고 응답한 신자들이 10%이상이었다. 또한 이혼을 찬성한다고 응답한 신자들이 전체의 ⅓정도이며 불임 수술을 찬성한다고 응답한 신자들이 전체의 ½이상이었다. 그리고 이혼과 불임 수술에 관한 전통교리에 충실하다고 보이는 신자는 35%에 불과하였다.

 

성공의 요건 및 가난의 원인으로 부지런함, 게으름을 말한 신자가 전체의 거의 절반 정도이며, 팔자(22%), 못배움(12%)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역사상 지배층(교회포함)이 민중을 길들여 온 허위의식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다.

 

8) 농촌문제에 대한 의식

 

도?농간의 차이가 심해질 것이라고 보는 신자가 70%에 이르고 있으며, 농민의 사회적 천대를 말하는 신자가 76%였다. 또한 농업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신자들이 39%인 반면에 농업에 불만이거나 그저 그렇다고 응답한 신자들이 60%에 해당하고 있다. 그리고 농촌을 떠나거나 떠나고 싶지만 농촌에 살 수 밖에 없다고 응답한 신자가 전체의 ⅔이었고 특히 젊은 층이 많았다. 이유는 자녀교육, 수지맞지 않는 농사, 힘든 농사일의 순서였다. 이미 농촌 신자의 ⅔가 마음은 농촌을 떠나있는 것이다. 이상의 결과를 볼 때 공소 신자 대다수가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농촌 농업 문제는 곧 농촌 공소의 문제, 농촌 신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심각한 농촌 문제 속에서 노동의 신성함, 땅에 대한 애정, 하느님 창조사업에 대한 협력자로서의 긍지 등을 상실 당하여 농민의 자포자기, 도시선망 등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이땅의 농민들의 농촌, 농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및 심각한 이농현상으로 농촌은 점점 피폐화,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농촌 공소를 위한 사목도 여러 가지 교회 밖의 원인과 교회 안의 원인 즉 이원론적 신학의 문제 및 농민에 걸맞는 교리서의 부재, 공소를 비정상적인 교회로 보는 문제, 거의 성서와 전례에 국한된 교회활동, 생활과 유리된 전례문제, 공소 신자들의 신앙자세 즉 현장 및 공동체 의식의 빈약, 현실문제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노력의 부족, 공소 재정의 빈약 그리고 도시교회와 농촌 교회간의 공동체 의식 결여 등으로 침체 상태에 빠져있음을 알 수 있다.

 

 

3. 농촌 공소의 문제점

 

지금까지 농촌 공소의 현실과 농촌 공소의 실태에 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것은 또한 농촌 공소의 어려운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크게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겠다.

 

첫째, 농촌 공소의 인재부족현상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모든 공소들이 겪고 있는 것이 인재부족현상이다. 특히 공소 회장 및 지도자들이 노령화되어 가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거의 다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재정문제이다.

 

농촌의 현실에 가구당 100만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기에 공소도 마찬가지의 실정이다. 자체예산을 세우지도 않고 있는 공소가 70%에 달한다는 것을 볼 때 농촌 본당의 어려움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농촌 공소 신자들의 교육문제이다.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본당도 어려운 실정에 있기에 지원이 극히 미비하고 본당과 접촉이 없는 공소 신자들의 현실은 교리에 대한 무지와 신앙 생활에 대한 무관심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곧 냉담을 야기시킨다. 교리지식의 부족은 결국 신앙의 기쁨을 체험하지 못하게 되고 특히 공소예절의 무미건조함은 이를 부채질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안다해도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인력과 재정이 필요한데 같은 어려움에 처해있다. 보통 농촌 교회는 1개 본당에 3-4개의 행정구역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 또한 매우 광대한 지역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넷째, 공소 신자들의 성사생활이다.

 

대다수 교구 및 본당에서 공소수 및 신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큼에도 불구하고 교구 및 본당의 관심이 거의 없거나 소극적인 편이다. 지역적인 어려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본당을 찾지 못하는 공소 신자들에게 있어서 교리교육에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이 성사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고작 1년에 2-3번정도 있는 판공에 성직자의 방문을 제외하고는 거의 성사생활이 중단되고 영성체나 고백성사가 하나의 연례적 행사가 되어버리고 교리지식의 미비로 인하여 성사의 참 기쁨을 체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 농촌 공소의 활성화를 위한 사목적 해결방안

 

1) 부분별 사목 방안

 

공소의 자율적인 면에서 보면 공소 전례는 공소현장에서 이루어져야하고 내용과 형식에서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할 것은 공소 신자들의 자발성 공동체성의 함양이다. 따라서 삶의 이야기, 예수님의 이야기, 자발적인 기도, 함께 부르는 노래 등 자신들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이다. 삶을 나누고 비치며 결단하는 전례는 삶과 삶의 자리를 변혁시킬 수 있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또한 공소 자체의 피정 및 교육의 자리를 적극 마련하여 다양한 규모 및 방식의 교육이 시도되어야 하며 교육의 내용과 형식은 참가자 스스로 그리고 함께 삶의 길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공소 일꾼의 빈곤에도 불구하고 공식 일꾼의 장기재임은 지양되어야 하며 우선 몇 신자부터라도 공동논의, 공동과제, 공동평가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신자가 일꾼으로 커 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공소 공식 일꾼의 선출 방식 역시 민주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본당 교구, 전국 차원의 사목지원은 공소 공동체 및 공소 신자들의 주체의식, 공동체 의식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목자가 농민들과 어울려서 무엇보다도 농민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 다양한 형식의 교육자 피정의 주선, 공소 자체의 예산 수립등을 돕는일, 정기적 공소 회장단의 모임 주선, 사목자금 나눔, 농촌공동체의 연대성 및 도 · 농 공동체의 연대 주선 등이 본당 주요 지원과제일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가능한 공소 하나를 원하는 몇 가정부터 작은 공동체 운동을 시작하도록 집중적인 사목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전국 및 교구 차원은 본당 차원에서 하기 힘든 일을 돕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연대 조직의 주선, 조사 연구 사업, 자료 나눔, 교육 지원등이다. 특히 전국 차원에서 농민 사목 연구소를 설치 운영함으로서 농민사목연구, 농민 교리서 및 공소 전례서 발간, 생활 공동체 운동사례 발표 및 나눔, 전국차원의 농촌 공동체 연대 및 도농 공동체 생활 연대 등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2) 공소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 사목 방안

 

(1) 교육

 

가) 교육의 목표 : 예수님, 자기, 이웃. 역사와 사회와의 만남을 통해 체험케 함으로써 공소 신자 스스로 함께 사는 힘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다.

 

나) 내용 : 복음서와 공소 신자의 생활현장이다. 지식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의 길로서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확인, 생산자요 주체인 신자로서의 긍지,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 공동체적 삶과 조직운동에 대한 희망, 공동체 운동을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 확인 등을 신자 스스로 그리고 함께 터득해 가는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다) 종류 : 공소 현장에서 하는 현장 교육(1일), 본당 및 교구에서 마련하는 단기연수교육(3박4일), 그리고 이미 공동체 교육을 실시한 신자들을 위한 자기수련교육(10-15일)이다.

 

라) 교리서의 형식 : 신자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면서 해답을 찾는 방법이어야 한다. 따라서 쉽고 간략한 글, 만화, 괘도, 주제토론, 놀이 등이 중시되어야 한다.

 

(2) 공동체 활동

 

사람이 때맞추어 음식을 먹어야 살 수 있듯이 공동체는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야 살 수 있는 것이며 각종 협의회 모임, 도?농 공동체의 모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모임은 현장 생활 공동체의 모임이다. 공동체 모임 자체도 훌륭한 공동체 전례임을 인식해야 한다. 즉 어울려 기도하며 말씀과 삶을 나누고 공동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공동체 모임이 바로 삶의 전례일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 활동은 생명의 본질적, 필수적 표현이며,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쉽고 가능한 일부터 확장되어야 한다. 공동체 활동은 대결하면서 건설하는 이중활동이며 현장 공동체의 자체활동과 공동체의 연대 활동의 두 면을 지닌다.

 

(3) 문화활동

 

신자 및 농민 스스로가 그리고 함께 온갖 거짓 문화의 정체를 정확히 식별하여 이를 극복하면서 신자 및 농민의 생산적 노동 문화를 창조해 감으로써 농민다운 공동체를 건설하는 활동이다.

 

가) 생산적 농촌 및 농민문화 창조를 위한 활동 - 공동노동 과정에서 풍물과 노래와 춤, 마을 공동 놀이 등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나) 거짓 문화를 극복하는 활동 - 공동체 모임을 통한 거짓 문화의 식별습득, 대중매체의 반농민성과 반공동체성의 비판능력 고취, 양서보급과 독서좌담 등을 통하여 거짓문화 극복방안을 찾아 실현하는 활동이 있겠다.

 

3) 성직자의 역할

 

농촌 교회 및 공소의 어려운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성직자의 영향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먼저 농촌 교회에서 사목하는 사제는 농촌에 대한 현실을 올바로 직시하고 앞서 살펴본 어려움과 해결책에 대해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방안을 설정하여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농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교구내 또는 초교구적 입장에서 성직자들끼리의 유대관계를 이용하고 도?농 공동체와의 만남을 알선하고 주선하여 도시 공동체의 가족이나 농촌공소의 가족 모두가 도시와 농촌 문제를 하나의 과제로 인식하도록 하며 형제적 관계로 보다 순수하게 만나 서로의 삶의 체험과 생각과 생활을 지속적으로 나누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농촌 본당 및 공소의 사목에 있어서 성직자의 역할이 매우 지배적인 오늘날 우리 교회의 현실에서 볼 때 농촌 공소에 대한 자세는 어떤 해결책에 앞서 빨리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III. 결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오늘날 농촌 공소의 문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농촌 사회 현실과 함수 관계를 맺고 있는 농촌교회 역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농촌 교회 및 공소의 어려움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불공정한 정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체 교회 차원에서의 무관심도 큰 책임이 있으며 아울러 농촌 교회 신자들의 의타성 내지 체념의 철학이 빚은 소지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정책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전체 교회 차원에서의 도시교회와 농촌교회 간의 유기적인 협조와 친교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러나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농촌 공소 신자들 스스로 공동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교구 및 본당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구원에 이르는 길은 말이나 이론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사는 길 뿐이다. 시작은 반이다. “단 두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도 나도 함께 있다”(마태 18,20)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듯이 공소 신자들 모두가 그리스도의 한 지체인 교회의 구성원으로 활력을 갖고 생활하며 활성화 될 때 본당 공동체가 더욱 활력을 띠게 될 것이며, 한국 천주교회의 300년대를 향하는 농촌 공소는 복음 전파의 최첨단 기지가 될 것이라 굳게 믿는 바이다. 서로서로가 그리스도의 사랑안에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생활을 실천하자.

 

[참고문헌]

 

1. 배문한. “농민사목의 의의와 방향”, 신학전망 45호, 대건신학교, 1979.

2. 배문한, “농촌교회의 문제점”, 경향잡지, 1975, 9월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3. 변기영, “농촌교회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경향잡지, 1975년 9월호.

4. 한국천주교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9. 특수사목1, 1985.

5. 한국천주교 200주년 농촌공소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분도출판사, 1984.

6.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현대세계의 사목헌장.

7. 정호경,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 분도출판사.

8. 임인수, “농촌선교의 새로운 방향”, 장로교 신학대학, 1986.

 

[신학지문(창간호), 수원가톨릭대학교 1989년, 장용섭 / 인천교구 시노드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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