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농민사목] 우리농촌 살리기 운동의 성과와 과제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117

우리농촌 살리기 운동의 성과와 과제

 

 

함께 만드는 생명, 공동체 세상을 꿈꾸며 출범한 우리농촌살리기(이하 '우리농'으로 표기 - 필자 주) 운동이 7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농 운동의 창립, 그 이념과 목표, 그 동안의 성과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농 운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우리농 운동 본부의 창립

 

우리 교회 내에는 농민 운동뿐만 아니라 생명 운동, 자연 생태계를 창조 질서대로 보전하자는 운동, 생활 협동 조합 운동, 도농 연대 운동, 농산물 직거래 운동 등이 있어 왔으며 본당 차원과 교구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구체적 방안들이 실천되어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양한 활동들이 농촌 관련 단체만이 아니라 전 교회적 차원에서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자각이 가시화된 것은 1994년 3월에 열린 춘계 주교회의에서이다. 1993년부터 이들 단체들과 관심 있는 여러 사람들이 수차례 간담회와 회의를 가졌으며, 1994년 2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그 동안의 논의 결과를 주교회의에 건의하기로 하였다.

 

춘계 주교회의에서는 우리농 운동에 대한 박석희 주교의 설명을 청취하고, "주교단은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여 우리 농민과 농토 및 농업을 살리는 일을 적극 지원키로 하였으며, 지원 방안의 하나로 한국 가톨릭 농민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우리 농산물 직매장 설치에 교구별로 적극 협조"([주교회의 회보], 81호, 7면)하기로 하였다.

 

주교회의의 이러한 결정 이후 한국 가톨릭 농민회를 중심으로 '우리농 천주교 본부' 계획 시안이 마련되었고, 이에 따라 박석희 주교님을 준비 위원장으로 한 준비 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마침내 1994년 6월 29일 각 교구 대표와 관련 단체 및 여러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식 창립 대회가 열렸다.

 

 

2. 우리농 운동 개괄

 

1) 농촌 문제와 우리농 운동

 

우리농 운동은 안전하고 건강하며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 비싸게 팔자는 뜻을 가진 것이 아니듯이, 단순히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촌과 농민을 돕자는 시혜적이며 자선적인 차원의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수입 농산물 홍수 속에서 자신들의 밥상이 화학 비료나 농약, 방부제 등 화학 물질로 심각히 오염되어 죽어 가기 때문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좀더 값싸고 편리하게 구입하기 위해 농민을 생산 도구화하는 소비자들만의 이기적인 운동이어서도 안 된다.

 

우리농 운동은 생산 농민과 도시 소비자가 농업, 농촌, 농민 문제의 구조와 거기서 파급되는 모든 문제의 내부적 연관성을 깊이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는 다같이 손잡고 함께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각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우리농 운동의 요체는 도농 연대와 공생을 위한 도농 공동체 운동이다. 곧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체적 연대와 책임으로써 흙 살림, 밥상 살림, 농촌 살림,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해 실현해 나가는 운동이다.

 

2) 우리농 운동의 기본 원리

 

우리농 운동의 기본 원리로는 교회 공동체의 원리에 따라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을 들 수 있다.

 

첫째, 공동선의 원리는 농촌과 도시가 더 이상 불균형 속에서 살 것이 아니라, 공동 목표인 모두의 선익을 위해서 헌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곧 생명 가치 실현을 도농 공동체의 공동 목표로 삼는 것이다.

 

둘째, 연대성의 원리는 농촌의 아픔이 도시의 아픔이 되고, 도시의 기쁨이 농촌의 기쁨이 되도록 하는 점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도시와 농촌의 상호 연대를 통해서만 생명 공동체가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보조성의 원리는 도시와 농촌이 각기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통해 생명 가치를 실현하고 생명 공동체를 구현하는 점을 강조한다. 생산자 농민은 도시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생명의 양식을 생산하고, 도시 소비자는 생산자 농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것이 바로 상호 보조의 원리이다.

 

3) 우리농 운동의 목표

 

우리농 운동이 지향하는 목표는 첫째 생명 가치관의 확립, 둘째 도농의 공생과 순환의 실현, 셋째 생태적 생활과 생산 양식의 창출, 넷째 공동체적 삶의 실천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조화 공존하는 생명 공동체, 곧 하느님 나라를 '지금 그리고 여기에' 건설하는 것을 궁극적 지향으로 삼는다. 따라서 우리농 운동은 UR과 WTO 체제 아래서 더욱 심각한 위기에 놓인 우리의 농촌과 농업을 생산자 농민과 도시 소비자들이 함께 손잡고 살려낸다는 일차적인 의미를 넘어,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인류의 생존과 지구 생태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반생명적인 물질 중심의 산업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 운동이라는 근본 지향성을 갖는다.

 

4) 소비자 공동체로서 우리농 생활 공동체 / 도농 협력 분과 매장

 

우리농 운동의 구체적 방법은 우선 본당 사목회 도농 협력 분과(또는 환경 분과, 사회 복지 분과)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농산물 주말 장터를 운영하고, 나아가 본당 상설 직매장(자매 결연 도농 통합형 매장)을 개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본당 우리농 생활 공동체 형태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생활 공동체는 우선 생산자와 제휴함으로써 안전한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건강한 소비 문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우리농 운동이 지향하는 목표와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특히 반,구역 중심의 소공동체 활동이 조직 활동과 일상 생활 속에서 생활 공동체를 이루어 낸다는 점에서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 형태와 운영 내용에서도 건강한 대안 사회를 위한 인류 경험의 소산인 협동 조합의 원리와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공동체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책임성을 드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형태이다.

 

따라서 우리는 도시의 각 본당 단위로 우리 농촌 살리기를 목적으로 하는 '우리 농촌 살리기 생활 공동체'를 도시 소비자 공동체 조직의 기본적 형태로 설정하고, 이의 조직화에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리농 공동체는 협동 조합 운동의 일반적 보편성과 우리농 운동을 그 목적으로 한다는 특수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소비자 공동체 조직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가진 실천적 대안 공동체인 것이다.

 

본당별로 우리농 생활 공동체가 결성될 때 생산자 위원회와 더불어 하나의 축이 될 소비자 위원회로서 교구 본부 단위에 본당 생활 공동체 대표자 회의(또는 교구 생활 공동체 위원회)를, 전국 본부 단위에 우리농 생활 공동체 위원회(우리농 생활 공동체 연합회)를 건설할 수 있게 된다.

 

우리농 생활 공동체는 우리 농촌 살리기를 목적으로 하는 도농 공동체 조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본당 공동체와 일체화하지 않고 별개의 조직으로 존재해서 신자들을 회원과 비회원으로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5) 생산자 공동체로서 우리농 마을

 

도시의 우리농 생협과 연대 제휴할 농촌 생산 공동체가 지향하는 구체적 형태로 '우리농 마을'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농 마을은 단순한 생산 공동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농 마을은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의 생산뿐 아니라 주변 농민들과 도시 소비자들에게 유기 순환적인 지역 농업의 대안적 모형 창출, 생태 마을, 녹색 체험, 자연 학습장, 도농 나눔터, 새로운 고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의미와 지향을 갖는다.

 

곧 우리농 마을은 도시의 우리농 생협과 연대 제휴하는 농촌의 공동체 조직으로서 우리농 운동을 통해 도농이 함께 건설해 내어야 하는 농촌 공동체의 구체적인 모습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농 마을 건설이야말로 우리농 운동의 구체적 내용으로 농촌 공동체가 지향하는 바이며 동시에 우리농 생협이 구체적으로 이루어 내야 할 일차적인 목표이다.

 

 

4. 우리농 운동의 현황

 

1) 교구별 우리농 생활 공동체

 

우리농 생활 공동체는 1999년 기준으로, 서울대교구(목동, 화곡본동, 창동, 발산동, 수색동, 미아 3동), 수원교구(매교, 율전, 군포), 인천교구(용현 5동, 주안 5동), 대전교구(변동, 전민동), 광주대교구(우산동, 임동, 월산동), 마산교구(마창, 진주, 사파동, 신안동, 여좌동), 대구대교구(상인, 범어, 지산), 부산교구(남산, 사상, 서대신, 영도, 김해, 방어진, 하단, 옥동, 반여, 망미) 등 34개가 있다. 여기에 더해 새로 광주대교구(운암동, 북동, 산수동, 순천 저전동), 부산교구(한빛, 무거, 성지, 복산, 전하, 송도) 등 10개가 생겨났다.

 

이 밖에 상설 직판장의 수는 서울대교구 21개소, 수원교구 1개소, 인천교구 7개소, 대전교구 10개소, 대구대교구 12개소, 마산교구 1개소 등이며, 주말 장터의 형태를 띠고 있는 곳은 서울대교구 56개소, 인천교구 6개소, 전주교구 6개소, 안동교구 27개소, 마산교구 10개소, 부산교구 3개소 등 108개소에 이르고 있다.

 

2) 교구별 우리농 마을

 

교구별 우리농 마을은, 원주교구(횡성 공근), 수원교구(안성 고삼, 화성 마도), 청주교구(괴산 청천, 음성, 진천), 인천교구(강화 장정), 대전교구(당진 매산, 서천 원산), 전주교구(완주 천호, 정읍 동막), 광주대교구(함평 월호, 진도 신동), 안동교구(예천 풍양, 의성 쌍호, 봉화 장수), 마산교구(함안 맷돌), 부산교구(한울, 구천) 등 19개가 있다. 여기에 원주교구 5개, 전주교구 2개, 부산교구 1개가 1999년 기준으로 추가 선정되었다. 이 밖에 생산 공동체와 분회 등이 자리잡고 있다.

 

3) 교구별 교육

 

교구별 특성과 여건에 맞게 소비자와 생산자 교육이 교회 내에서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녹색 학교, 전주교구의 창조·생명 대학, 청주교구의 창조 질서 보전 학교, 광주대교구 환경 대학 및 귀농 학교, 부산교구 생활 신앙 학교 등에서 교육이 진행중이며 이를 통하여 많은 이들이 우리농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5. 우리농 운동의 과제

 

첫째, 본당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생활 공동체와 상설 매장의 경우 주임 신부의 의지에 따라 그 존폐가 결정되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도농 교류의 한 측면인 물품 나눔이 증가하는 반면에 인적 교류 등의 생활 나눔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동량의 증가도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인적 교류 등을 통한 정서적 연대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생산 물품에 대한 소비량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유기 농산물의 경우 우리농 조직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산량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주어야 한다. 이는 특히 계약 재배의 경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생산이 안정되고 생산 기반이 확대되어 우리농의 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다.

 

셋째, 생산 공동체의 경우에는 개인의 경험과 기술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작목별 모임 등을 통한 농법 개발과 품질의 향상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초기에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였으나 그 동안의 도농 직거래 등을 통한 경험 축적과 교우들의 도움에 힘입어 현재 우리농 조직 내에서 움직이는 물동량이 연간 1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물류가 커지고 교구 물류 단위의 재정이 안정화되는 등의 사업적인 발전이 있어 왔다.

이러한 사업적 발전을 토대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한 계약 재배나 직접 수매 물량이 증가하고 있고, 이를 계기로 한 도농간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농민은 소비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더욱 열심히 농사짓고, 소비자는 밥상에 오른 먹을거리를 보며 농민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 노고에 깊이 감사하는 일은 도농간의 만남을 통하여 정을 나눔으로써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다.

 

도농 교류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안동교구 쌍호 공동체와 서울대교구 목동 성당의 경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교류는 1997년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목동 성당의 경우 성당 사목 부서 안에 도농 협력부를 설치하여 농산물을 직거래할 뿐 아니라 도농 생활 나눔, 오리 넣기 행사, 일손 돕기, 청소년 농촌 체험, 농민 주일 공동 행사 등의 도농 교류 행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는 우리농 운동이 단순한 물품 나눔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생산 공동체와 생활 공동체의 유기적인 관계를 강화해 가는 우리농 운동이 농촌의 피폐를 초래할 정부의 개방 농정으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의 공세 속에서도 우리 농촌을 지키는 하나의 작은 불씨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사목, 2001년 4월호, 양정우(우리농촌살리기 운동 본부 협동사업부장)]



39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