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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농민사목] 농촌 교회 문제에 대한 사목적 제언: 원주, 춘천 교구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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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118

농촌 교회 문제에 대한 사목적 제언 - 원주, 춘천 교구를 중심으로

 

 

들어가는 말

 

제삼 천년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양한 문화와 현대적 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이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요청이다. 우리의 농촌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제 식량 생산뿐 아니라 다채로운 문화의 영향 아래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농업과 농촌, 농민의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1960년대 대외 의존적 수출 지향 정책이 시작되면서 농촌은 이 땅에서 설자리를 잃게 되었고, 1970년대 공업 위주의 정책은 이농 현상을 부채질하였으며,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수입 개방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개방 농정에 따라 농촌의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어 갔다. 현대의 농촌은 토지의 문제와 농가 부채, 농산물의 저가격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농촌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일은 농촌의 현실만큼이나 어두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형제적 사랑으로 도시와 농촌이 서로 협력하지 않는다면 농촌 사목은 어려움에 다다를 것이다. 농촌에 머물고자 하는 많은 사목자와 선교사들은 도시 본당의 지원 부족과 자립 능력의 상실로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해 있다. 또한 농촌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무속 신앙의 영향으로 농촌 지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문제 의식 속에서 본고에서 전개될 것은 농촌 문제에 대한 사목적 제언들이다. 본고에서는 농촌 지역의 통계를 원주교구와 춘천교구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본고에서는 먼저 농촌 교회의 현실을 알아보고 그 다음으로 농촌 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농촌 지역의 신자 현황을 농촌 지역에서 사목하고 있는 원주교구와 춘천교구의 교세 통계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또한 농촌에서 사목을 하고 있는 개신 교회의 사목 방법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몇 가지 사목적 제언들을 언급할 것이다. 이러한 사목적 제언은 농촌 문제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될 것이며,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인 농촌 교회를 살리는 한 길의 제시가 될 것이다.

 

 

1. 농촌 교회의 일반적 현실

 

한국 경제는 국내적인 산업간의 유기적 분업과 관련이 없는 수출 주도형 경제 개발로 농업과 공업의 상호 관련이 결여된 채 구조적 불균형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농업은 국내외 독점 자본의 일방적 수탈 대상으로만 한정되고 있으며 농업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경제 성장의 성과 배분이 독점 자본의 이익 실현으로만 귀착됨으로써 오늘 한국 농업은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의 위기 상황은 농촌 공소에서 시작된 한국 교회의 뿌리인 농촌 지역의 상황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농촌 교회는 도시 교회와는 다르게 면적은 넓고 인구의 수는 적다. 그리고 인구의 수에 비해 가톨릭 신자의 수는 더욱 적어서, 선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부분 농촌 교회는 토지 문제와 노동 문제, 이농 문제, 생산물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한층 더 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농촌 교회의 구성원인 신자들의 연령은 고령화되었으며 농촌 본당의 경우 60세 이상 노인의 수가 전체의 1/5에서 2/5까지 차지하기도 한다. 20대에서 40대까지의 젊은 층은 교적은 농촌에 있으나 대부분 농촌을 떠나 있기 때문에 실제 농촌은 약 60%가 60대 이상의 노인들로 구성되어 있다.1) 또한 개신교가 도시 교회의 도움으로 개척 교회를 세워 면소재지에도 하나 이상의 교회를 건립하고 있지만 한국 천주교회는 사목자의 부족으로 또는 경제적 문제 등으로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도시의 개신교 교회의 활동은 부러울 만큼 활발한 반면 교구와 본당 장벽을 넘지 못하는 천주교회의 상황은 그 정도가 비참하리 만큼 안타깝기도 하다. 예를 들어 2-3천만 원 정도인 농촌 성당의 일년 예산은 도시 본당의 1-2주일 예산과 같지 아니한가?

 

 

2. 농촌 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하느님 나라 건설은 도시와 농촌의 구별이 있을 수 없겠지만, 가장 정의가 침해되고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문화 사회적 혜택을 덜 받는 곳에서 더 절실하다고 본다.2) 그러므로 교회가 농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것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며 존재 이유이다. 이러한 교회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농촌 문제에 대한 관심과 농민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 것을 모두 버리시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듯이"(필립 2,7) 교회도 이들의 슬픔, 어려움과 고통에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마태 12,31)라는 것은 그리스도의 계명이다. 농민을 사랑하려면 그들의 희로애락의 삶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헐벗고 굶주린 형제에게 말로만 "편안히 가서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배부르게 먹어라."(야고 2,15-16)라고 할 수 없다.

 

셋째, 교황 23세가 회칙 [어머니요 스승]에서 천명했듯이 교회는 만민의 어머니요 스승이다. 사실 어머니가 자식의 헐벗음과 굶주림과 고통에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면 어머니도 아니며, 이의 해결책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스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교회는 지상의 문제 특히 농촌과 농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 회칙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3)

 

1) 토지 문제

 

토지 문제에 대하여 교황 요한 23세는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토지와 인구 사이의 심한 불균형을 지적하여 "어떤 나라들에서는 인구는 적고 경작지는 많은데, 다른 나라들에서는 그와 반대로 인구는 엄청난데, 갈아먹을 땅은 적다."4)라고 하면서 하루빨리 모든 나라가 그리스도적 형제애를 통하여 단결하고 협동심을 발휘하여 이러한 불균형을 없애는 데 노력하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민족들의 발전]에서도 지적했듯이 하느님께서 몇 사람 또는 몇 나라를 위해 땅을 만드신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과 모든 나라를 위하여 만드셨으니 사랑과 정의에 의하여 나누어 써야 하기 때문이다.5)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부유한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들을 도울 의무가 있음을 선언하였으며6) 이러한 형제적 사랑을 심어 줄 교회는 국가간이나 한 국가 안에서 대토지 소유자가 땅이 없는 자에게 정의와 사랑의 원칙으로 나누어 줄 것을 권고하지만, 사유권을 거부하는 형태의 토지 소유 제도는 거부한다.7)

 

2) 노동 문제(농업 노동)

 

노동은 그 자체로 신성하다. 그러나 특별히 교회의 사회 회칙은 농업 노동의 중요성이 공장 노동보다 우월하다고 한다. 이는 농업 노동이 창조의 웅장한 자연과의 밀접한 조화 속에서의 노동이요, 노동을 통하여 자기 표현, 자기 창조, 영적 성장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8) 그러기에 농업 노동은 공장 노동과는 달리, 생명을 다루는 노동으로 생명을 창조하고 나누는 노동이다. 뿐만 아니라 농업 노동은 같은 동작을 기계적으로 되풀이하는 공장 노동과는 달리 마음과 정신과 온 몸을 골고루 움직이며 하는 노동으로 하느님의 창조 노동에 가장 걸맞은 생명 노동이며 다른 생명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노동이다.9)

 

3) 이농 문제

 

교회가 이농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농 자체보다도 이농에서 오는 농민들의 신앙과 도덕에 대한 위기 때문이다. 회칙 [어머니요 스승]에서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력은 줄어들며 그 반면에 공업과 서비스 부분에 종사하는 노동력의 비율은 증가되는 것이 사실이다."10)라고 하여 일단 이농 현상을 경제 발전에 따르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나, 문제가 되는 것은 도시의 환상에 사로잡혀 떠나는 무분별한 이농이다. 곧 산업 발전에 따른 생리적 이농이 아니라 사회의 불균형한 경제 발전을 통한 농업의 생태적 낙후성에서 오는 병리적 이농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원인을 사회 회칙에서는 다음 몇 가지로 든다.

 

첫째, 균형을 잃은 경제 발전 탓이다. 이는 공업이 자신의 발전만을 추구한 나머지 농업을 등한시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농촌 생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농촌은 학교, 주택, 의료, 통신, 휴식 등의 시설 부족은 물론 낮은 생활 수준 때문에 이농자가 속출한다."11)라고 하였다.

 

셋째, 농업 노동의 어려운 점과 소득의 불확실성 등이다. 육체적 노동에 의한 노동의 과로와 농산물 가격의 비탄력성에서 오는 풍년, 기근 등이 농업에 대한 희망을 잃게 한다.

 

넷째, [어머니요 스승]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심리적 요소이다. "현시대의 경향인 새로운 활동과 경험의 추구, 벼락 부자가 되려는 욕망, 흔히 인구 밀집 지역이나 도시가 가져다주는 편의를 누리며 사는 자유로운 생활에 대한 갈망 등"12) 때문이라는 것이다.13)

 

4) 생산비 문제(농산물 가격)

 

"농산물의 가격이란 자본에 대한 보수라기보다는 노동에 대한 보수"14)이기에 노동에 대한 보수는 다른 생산 요소에 대한 것보다 우선적으로 갚아줄 필요가 있다.

 

회칙 [어머니요 스승]에서는 "농산물은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므로, 그 가격 또한 모든 사람이 구입할 수 있도록 책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여 국민의 한 계층이 바로 모든 농민들의 품위 있는 생활의 영위에 필요한 구매력을 지니지 못해 경제적 사회적 열등 상태로 빠져들게 하는 것은 명백한 불의다. 그것은 바로 국가의 공동선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다."(14항)라고 역설한다. 그러므로 농산물의 정당한 가격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회의 여러 문헌과 회칙을 통해 교회가 농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본 한국 농촌의 현실은 암담하다. 또한 그 현실에 나타난 문제들도 크다. 물론 여기서 그 많은 문제들을 살펴보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여기서는 현대의 농촌 교회의 현실과 몇 가지 제안을 살펴보고자 할 뿐이다.

 

 

3. 농촌 지역의 신자 현황

 

앞에서 살펴본 농촌 지역의 여러 문제들은 천주교 신자 현황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농촌 본당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강원도 지역의 교구들에 대한 1995년부터 1999년까지의 통계를 통해 농촌 본당의 신자 증가와 문제점을 함께 읽어 낼 수 있다. 도시 본당에서는 매년 새로 공동체에 초대하는 사람 수의 증가율이 10%가 넘는 반면 농촌 본당에서는 이농 현상과 앞에서 밝힌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그 증가가 극히 적거나 아예 감소하는 곳도 적지 않다.

 

아래의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원주교구에서는 농촌 본당의 신설이 하나도 없었으며, 춘천교구에서는 중앙 고속도로 등의 건설로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홍천군에 2개, 평창군에 1개의 성당이 신설되었다. 도시 본당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교구의 경우 매년 신도시의 설립과 도시의 확장으로 10여 개의 신설 본당이 세워지는 반면 농촌 교구의 발전은 인적, 재정적 어려움으로 그 성장이 멈추었거나 퇴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15) 또한 이농에 따른 지역 인구의 감소로 신자들의 수도 줄고 있다.

 

 

4. 농촌의 개신 교회의 선교 활동

 

다음은 본문의 통계 대상지로 설정한 원주교구의 관할지며 제천시 송학면에 있는 농촌 선교 교회인 송학 교회16)의 선교와 활동을 나타낸 것이다. 이 송학 교회의 영육(靈肉) 교육 사업과 마을 공동체와 함께하는 농촌 선교 활동은 매우 모범적인 모델로 제시되어 있으며 한국 천주교의 농촌 문제에 대한 대책의 시급함을 알려 주고 있다.

 

1) 송학 농촌 지역 사회와 송학 교회

 

송학 교회 선교 구역은 충북 제천시 송학면 사곡리와 무도리, 포전리이며, 이 지역은 해발 240m 이상의 중부 산간 지방 농촌으로 호당 평균 경지 면적이 0.9ha이다. 인구는 2,500명 600세대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소규모 영세 농민으로 최저 생활 유지, 자녀 교육, 문화 생활, 교회 생활은 벅찬 형편이다.

 

이 지역은 제천시에서 8km 지점에 있는 면소재지이기는 하나 공공 기관이 있을 뿐, 근무 직원의 생활 근거지가 모두 제천 시내에 있고, 개발도 발전도 안 된 곳이다.

 

영세농들은 매일 시내 쪽으로 드나들면서 식당이나 점포에서 잡부 일을 하며, 농사는 노년 층이 지으며 가계를 꾸려 나가고 있다.

 

이러한 곳에 세워진 송학 교회는 1950년부터 1953년 사이에 개척되어 1967년까지 4명의 교역자가 개척기의 어려운 사목을 하면서 대지 확보, 가건물 마련으로 유지해 오다가 1967년 8월 농촌 목회를 위해 소명을 받고 이 방면의 전문적 교육과 훈련 과정을 마친 엄태성 목사(신학교 졸업, 한국 기독교 농민 학원 졸업, 아시아 농촌 지도자 양성 전문 학교 졸업, 협동 교육 연구원 수료, 국립 사회 복지 연구원 수료)가 부임하여 본격적인 농촌 목회 계획을 세우고 교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 사회 개발을 추진하면서 농촌 교회의 자립과 선교의 기반을 조성하게 되었다.

 

송학 지역 농촌 선교를 위한 교회 자립 방안과 지역 개발 계획은 다음과 같다.

 

① 송학 지역 사회가 어떠한 곳인지 알기 위한 농촌 지역 사회 조사를 하고 이 지역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송학 교회를 갱신하여 지역 사회를 섬기고 봉사하며 선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장·단기 기본 계획을 수립하였다.

 

② 교회의 표어는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해 힘쓰는 송학 교회"로 하였다.

 

③ 기본 계획을 두 가지로 수립하였다.

 

첫째, 교회당 건축을 통하여 신앙을 바탕으로 한 농촌 선교를 실시하고자 했다.

둘째, 자체 지도자 양성 사업으로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여 선교, 교육, 봉사에 활용하였다. 국내에서는 겨울 농민 복음 학교 실시, 신협 지도자 과정 이수, 어린이 선교와 복지 교육을, 그리고 국외에서는 지역 개발을 위한 전문 기술 연수 과정 파견, 해외 협력 및 문화 교류를 실시하였다.

 

④ 실천 강령(주보 맨 앞에 언제나 게재)을 계속하여 강조하였다.

 

㉠ 그리스도를 닮는 신자가 된다.

㉡ 전 교인이 예수님의 제자로 양성된다.

㉢ 더불어 사는 신앙 공동체를 이룬다.

㉣ 농촌 선교의 사명을 다하는 교회가 된다.

 

⑤ 신앙 협동 공동체를 육성하고자 다음과 같은 사업을 실시했다.

 

㉠ 송학 유아원 설립, 운영(원아 80명)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송학 신용 협동 조합 설립, 운영(조합원 500명, 자산 4억 원), 여수신 사업(회전 자금 연간 12억 원), 장학 사업(5년간 303명에게 980만 원 지급함)을 하여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

㉢ 송학 농가 부업 단지를 조성(농가 부업 소득을 위한)하였다. 먼저, 기계 편물부는 부녀자들이 임가공으로 수출 제품을 생산하도록 했다. 둘째, 꽃 악세서리부는 들꽃을 건조시켜 각종 악세서리를 생산했다. 셋째, 통가죽 공예부는 국내 시장 조사와 기술 협력 교류를 도모하였다. 넷째, 자연란 양계부는 무공해 달걀을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다섯째, 앙고라 토끼부는 1986년 하반기부터 시작하여 수익을 얻고 있다.

 

송학 교회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사목자가 농촌 교회 공동체 운동에 보람과 사명을 가지고 장기간 사목을 한다는 점이다.

 

둘째, 사목자는 사목 신념에서 결코 기술과 재능을 앞세우지 않고 성서적이고 신앙적인 영적 생활의 기반 위에 각종 프로그램을 접목하여 영육 생활이 균형 있게 향상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셋째, 산업화에 따른 이농 현상, 구조악에 따른 농가 부채 및 농산물 가격 하락 등 제반 문제점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고 끊임없이 농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회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자리를 어느 정도 지켜 주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5. 몇 가지 제언들

 

산업화에 따른 이농 현상과 여기서 발생된 농촌 문제에 대한 사목적 제안들은 농촌 사목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농촌 교회의 신자들을 교육하고 그들 하느님의 모습을 가진 한 자녀로서 양육하는 교육 문제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도시와 농촌 교회의 자매 결연을 들 수 있겠다. 재정이 어렵고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농촌 교회와 도시 교회의 자매 결연으로 농촌 교회는 많은 부분 사목적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전교와 신자 재교육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1) 농촌의 교육

 

농촌의 교육 사업은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되며 선교와 농촌 사목을 하는 데 매우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신도 우선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의 평신도는 보통 농촌 지역에서 지도자이다. 교회에서 그들은 공동체 활동과 정신을 배우며 농촌의 환경을 개선하는 복지와 문화 활동에 대하여 많이 배웠기 때문이다. 평신도 교육의 주된 내용은 농촌 문제와 그 해결 방안, 농촌 평신도의 역할, 영농 기술 연구, 부채 해결 방안, 농협 연구 등이며 이러한 모임이 잘 이루어지도록 영성적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공동체 모임의 활성화가 필수적인데, 평신도의 육성은 나눔의 생활을 최대한으로 실현하고 조직화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기초 공동체 모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교육된 평신도와 함께 하는 소공동체 모임은 보편성을 지니며 지역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는 농촌의 경우 구성원 하나하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누구도 소외되거나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 소공동체 모임에서는 성서와 일상 생활과 그 안에서의 하느님 체험을 각자의 환경에 따라 진솔하게 나눔으로써 신앙이 성숙되고 신자의 올바른 정체성을 찾아간다. 또한 소공동체 모임의 지역 봉사는 많은 선교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소공동체 모임은 농번기 공동 탁아소를 운영하며 돌보아줌으로써 지역 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도 제공하고 있다.

 

농촌 교회의 소공동체 모임을 통하여 신자들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지역 교회에 대한 교육은 이미 개신 교회의 개척 교회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었으며 그로써 농촌 선교를 확장하고 있다.17)

 

그런데, 여기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바로 사목자에 대한 교육이다. 신학교 교육은 농촌 사목을 특수 사목의 한 분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일반 본당 사목 분야에서 다루어야 한다. 또한 특수 교육 행사로 농업 및 농촌의 문제에 관한 세미나, 연구 발표회, 농촌 사목자를 위한 간담회 등을 해마다 실시하여야 한다.

 

2) 선교사 파견 문제 - 도농의 자매 결연

 

교회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 병자와 노인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보살필 의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슬픔과 번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인 것이다."18)라고 언급하고 있다.

 

농촌 교회의 많은 문제에 대한 대안들은 모두 농촌 교회의 자립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농촌 교회들은 인적 자원의 문제와 재정적 자유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도시와 농촌의 직거래와 농촌 탁아소 운영, 교리 교육과 신앙 성숙의 장, 기복 신앙적 요소인 샤머니즘 요소의 탈피는 많은 인적 자원과 재정적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인적 자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평신도 선교사의 파견에 있다. 현재 서울 교리 신학원과 전국 가톨릭대학교의 부설인 교리 신학원에서 공부한 선교사들의 파견이 중요하다. 이들의 모임에서 선교사들이 적은 생활비를 받으며 농촌 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교회의 실정이다. 하지만 적은 생활비라도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농촌 본당에서 선교사를 모셔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상태이다. 선교사들은 본당 사목자를 도와주며 한국 교회의 모체인 농촌 본당의 회생과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도시 본당의 선교사 지원의 지속은 실질적인 농촌 사목에 협력하는 행위이며, 하느님 나라 건설에 동참하는 행위이다. 선교사 지원은 도시에 비해 선교율이 낮은 농촌 본당이 자립하게 도와주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아프리카 선교와 제3세계 선교에 여러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인 농촌 교회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관심은 적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많은 도시 본당은 농촌 본당과 자매 결연을 함으로써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하고 협력하여 한국 천주교회 전체의 성장을 꾀하여야 한다.

 

한국 가톨릭 농민회는 1994년 춘계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우리농촌살리기 운동 본부'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은 네 가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첫째 생명 가치관의 확립, 둘째 도농의 공생과 순환의 실현, 셋째 생태적 생활과 생산 양식의 창출, 넷째 공동체적 삶의 실천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리하여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조화 공존하는 생명 공동체를 '지금 그리고 여기'에 건설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19) 도농 공동체 운동은 단순한 직거래 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생력을 잃은 농촌 현실 속에서 도시 소비자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인격적, 공동체적 중심의 운동이며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도시와 농촌의 협력은 농촌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 자원인 선교사를 파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선교사 파견과 지속적인 선교사의 관리와 재정적 충당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교회의를 통한 지침과 도시 본당의 사목회 중심의 제도적 차원에서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렇게 하면, 도시 본당 사목자의 인사 이동이 때때로 농촌 본당과 모처럼 맺었던 자매 결연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3) 주교회의 전담 기구의 설립과 공동 기금 마련

 

아울러 주교회의에 농촌 문제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 농촌 문제 전담 기구의 설립은 교구적 차원의 협력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8항에서는 사제들의 서로 협력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형제적 사랑으로 선후배의 교구 사제를 가릴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사제들과의 일치와 사랑을 언급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시대 상황은 생활의 모든 면에서 협력과 조직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의 사목이 수직 관계(사목국→본당) 위주의 형태가 아니라 수평 관계(사제→사제, 본당→본당, 교구→교구)의 사목 곧 협동 사목의 길을 넓혀 공의회 정신을 잘 살리는 길일 것이다.20)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 23항에서는 "주교들끼리 협력하고 또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수평적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21항에서는 각 교구마다, 각 나라마다 공동 기금을 마련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부유한 교구가 가난한 교구를 도울 수 있는 이 방법의 언급은 한 쪽의 풍부함으로 다른 쪽의 가난함을 채우기 위함이며 이 모든 것이 형제적 사랑에서 나타나는 행위이다. 이러한 공동 기금의 마련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모체인 농촌 본당에 실질적 협조를 줄 수 있다.

 

 

나오는 말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가난한 이의 우선적 선택'을 자신의 모토로 삼아 항상 약자와 억압받는 자의 보호자가 되어 왔다. 또한 함께 부유함을 나누는 형제적 사랑으로 한마음 한 몸이 되는 나눔과 섬김의 초기 공동체 생활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여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의 소외되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농촌에 대한 사목적 제언을 교회의 문헌과 현실의 요구에 따라 살펴보았다. 하느님 나라 건설은 도시나 농촌의 구별이 있을 수 없겠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모든 것이 농촌에 더 절실하다. 본고는 이러한 농촌의 절실한 문제를 교회의 회칙과 문헌을 통해 관심을 가지고 언급하였으며 사목적 제언을 하였다.

 

사목적 제언에서 농촌의 교육과 도농의 자매 결연을 통한 농촌 지역 선교사 파견, 주교회의의 농촌 문제 전담 기구의 설립과 형제적 사랑으로 협력할 것을 요구하는 공의회의 정신에 따른 공동 기금 마련을 언급하였다. 여기서 농촌 지역의 경제적 자립과 신앙의 성숙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직접적인 도움은 도농의 자매 결연을 통한 선교사 파견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제3세계 선교를 나가는 한국의 실정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인 농촌 교회에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는, 도시 본당은 농촌 본당에 노력 봉사, 인적 자원 충원, 경제적 자립을 위한 도움을 주도록 하고 농촌 본당은 도시 본당에 무공해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자연을 통한 현장 학습 기회를 마련하게 함으로써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장려하여야 할 것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특히 농민들에게 관심을 가져 그들도 하느님의 참 백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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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주교구의 전형적인 농촌 본당인 백운 본당의 경우 교적상 신자 수가 1999년 말 현재 417명이다. 여기서 60세 이상의 노인 수는 95명에 달한다. 곧 총 신자 수의 22.7%가 노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춘천교구의 전형적인 농촌 본당인 양덕원 본당은 1999년 말 현재 전체 신자 수는 501명인데 비해 60세 이상의 노인 수는 172명에 달하여 총 신자 수의 34%가 된다. 그러나 이들 본당의 주일 미사 참석자 중 60대 이상 신자 수가 60% 이상에 달한다.

2) 장동섭, "도농간의 격차 문제와 그 해소책에 관한 연구", [농업 정책 연구] 15권(1988.2.), 한국농업정책협회.

3) 배문한, "농촌 문제와 교회의 가르침", [갓등] 창간호(1988), 수원가톨릭대학, 170면.

4) 요한 23세, 회칙 [어머니요 스승], 153항.

5) 바오로 6세, 회칙 [민족들의 발전], 22항 참조.

6) 사목헌장, 5항 참조.

7) 배문한, "농업 문제와 교회의 가르침", [사목] 42호(1975.11.), 5-6면.

8) 배문한, "교회가 본 농업 노동의 실태와 그 의미", [신학전망] 50호(1980.9.), 148면.

9) 정호경, "노동하는 농민", [가톨릭 신학과 사상] 4호(1990.12.), 94면 참조.

10) [어머니요 스승], 124항.

11) 비오 12세, "제39차 이탈리아 사회주간에 보낸 편지", AAS 49(1957), 830.

12) [어머니요 스승], 124항.

13) 배문한, "농민의 의식 구조의 변천과 이농", [신학전망] 46호(1979.9.), 150-153면 참조.

14) [어머니요 스승], 138항.

15) 아래의 통계는 원주교구와 춘천교구의 1995년부터 1999년까지의 교세 통계표를 이용하였음을 밝힌다.

16) 엄태성, "농촌 선교와 교회 발전-송학 교회 사례를 중심으로", [목회자 세미나 강의집] 6집, 연신원, 1990년, 440-443면 참조.

17) 박영순, [농촌 선교를 위한 전략`-`교회와 지역 사회와의 공동 사업을 중심으로], 아세아연합신학대학 연구원, 1992년, 77-106면; 박용래, "농촌 현실과 농촌 교회의 실상", [풀빛 목회] 제41호(1985), 28-33면 참조.

18) 사목헌장, 1항.

19) [함께 만드는 생명·공동체 세상-우리농 살리기] 4권, (사)우리농촌살리기 운동 전국본부, 1998년, 148-149면.

20) 박영근, "사제들 상호간의 관계에 대한 소고", [이성과 신앙] 14호(1997), 수원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7년, 60-261면 참조.

 

[사목, 2001년 4월호, 김영진(원주교구 남천동 천주교회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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