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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목] 암 환자에 대한 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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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130

암 환자에 대한 사목

 

 

우리는 누구나, 민족과 나이와 인종에 상관없이 암에 걸릴 수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4분의 1이 어떤 종류이건 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백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암에 걸려 치료 중이다. 암은 여성들이 일에서 손을 놓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며, 남성들에게는 심장병, 사고에 이어 세 번째 이유이다. 암에 걸린 사람은 전문적인 의학적 치료 외에도 가족과 친구, 영적 지도자의 정서적 도움과 지지를 필요로 한다. 암에 걸린 환자들을 위한 아홉 가지 사목 방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함께 있으십시오

 

미국 암 협회 캘리포니아 지부에서 8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투병 시기 가운데 어떤 때가 가장 어려웠냐는 질문에 30%의 환자들이 병의 진단을 받고 난 직후라고 대답했으며, 16%는 입원 기간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바로 "누군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곧바로 그와 함께 있어라." 하는 것이다. 희망의 상실은 언제나 고립감에서 시작한다. 희망은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암 환자들은 현재의 고통 가운데 있더라도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을 때,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용기를 얻게 된다. 당신의 도움과 함께 있음에 대해 평가절하하지 말라. 환자에 대한 당신의 역할이 결정적 역할, 곧 그 사람을 치료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암 환자들을 위해 발행한 "친구는 훌륭한 치료제이다"라는 제목의 소책자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동료 또는 다른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환자에게 정서적 상태뿐 아니라 신체적 상태에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또 "인간관계와 건강 사이에는 일정한 상호관계가 있다."라고 덧붙인다.

 

 

2) 자연스럽게 행동하십시오

 

환자를 대할 때 최대한 발병 사실을 알기 전과 같이 행동하라. 암에 걸렸더라도 사람들은 책과 영화에 관해 토론하기, 최근 스포츠 소식, 뉴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여전히 즐긴다. 매사추세츠 주에서 발행되는 Dorchester Reporter의 칼럼니스트인 에드 메이든은 탁월한 통찰을 보여주었다. 메이든은 그의 척추와 갈비뼈에 해를 끼치는 희귀한 골수암을 앓고 있었다. 메이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물론 현재의 나는 과거보다 신체적으로 조금 더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는 결함을 지닌 존재들이다.

 

삶을 흥미롭게 만들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지성적으로, 감성적으로나 영성적으로 우리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는 매일의 싸움이다. 병은 단지 우리 자신이 극복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우리의 불완전함의 한 부분이다."

 

암에 걸린 친구를 방문할 때, 본연의 자신이 될 것을 명심하라. 암이라는 병 때문에 주저하지 말라. 암에 걸렸다는 것이 벌을 받았다거나 수치스러운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라. 암은 다른 병과 같은 하나의 질병일 뿐이다.

 

 

3) 단어 사용에 주의하십시오

 

암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병에 대한 오해에서 생긴 이야기들이 많다. 암에 걸린 사람들을 '암의 희생자'라 부르는 경우가 있으며, '가망 없는', '치명적인' 병에 걸린 것으로 쉽게 묘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들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말은 종종 부정확할뿐더러 환자의 투병 의지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희생자'라는 용어는 환자에게 가망이 없으며, 운명지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나 사실은 환자들이 전혀 가망 없는 것도 아니며, 시도해 볼 수 있는 여러 치료법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암의 치료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한 진보를 이루어왔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암에 걸려 살아남는 사람은 거의 드물었으나, 1930년대 말에는 발병 뒤 5년간 생존할 확률이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이 되었다. 그러다 10년이 지나자 이 수치는 네 명 가운데 한 명으로 올랐으며, 오늘날에는 암 환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살아남는다.

 

마찬가지로 '말기 암'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이 말은 암에 걸린 사람이 곧 죽을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암이 가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암을 이겨내고 생존해 왔다. 이와 같은 가혹하고도 부정적인 언어는 환자에게 파괴적 충격을 줄 수 있다.

 

쉐리의 경험을 눈여겨보자. "내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나의 가족과 친구들은 내가 가망 없는 병에 걸렸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어요." 매우 절망적 기분에 빠진 쉐리는 암 환자 지원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처음 쉐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는 자기 자신을 '암의 희생자', '가망 없는 병'에 걸린 사람으로 묘사했다. 그러자 모임의 사람들은 곧바로 쉐리에게 그런 극단적인 언어를 쓰지 말라고 제안하였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쉐리는 눈에 띠게 자신감을 회복하였다. 그는 가까운 친구에게 "나는 얼마나 내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믿을 수가 없어."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실 내 주치의 선생님은 나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는데, 내 스스로 나는 가망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거야. 단 한 번의 그룹 모임을 갖고 나서 나는 더 이상 가망 없다고 느끼지도, 희생당했다고 느끼지도 않게 되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4) 용기를 북돋워줄 만한 말을 건네십시오

 

암에 걸린 사람을 사목적으로 돌볼 때, 다음과 같이 격려하는 말들로 대화를 이끌어가자.

 

· 저는 당신을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 당신이 원하신다면 어느 때나 어느 방법으로든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 당신에게 매우 어려운 시간이겠군요.

· 제가 보기에 당신은 매우 용감하고 당당해 보입니다.

· 항상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또한 환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표현하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저는 가족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라고 얘기한다면, 당신은 "가족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데요?"라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응은 그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환자가 "저는 병원에서 생활하는 게 지긋지긋해요."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입원 생활 가운데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지요?" 하고 물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환자들은 마음의 문을 열어 암 때문에 생긴 부정적 심리를 찾아내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5) 벽을 만드는 말들을 피하십시오

 

대화의 벽을 만드는 흔한 예가 있다.

 

부정적 언어:"걱정할 필요 없어요.", "바보같은 일이에요.",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어요.", "지금 살아있는 것에 기뻐하세요.",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에요." 이러한 말들은 환자들의 걱정이 대수롭지 않으며,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한다.

 

상투적 언어:"모든 일이 잘 될거예요.", "괜찮아질 거예요." 등의 말들은 보통 불편한 상황이거나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이럴 때에는 오히려 환자의 손을 잡아주거나 조용히 침묵 가운데 마음으로 격려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

 

섣부른 추측:"저는 당신이 어떤 기분일지 알아요."라는 등의 말은 직접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저도 항암치료를 받아봐서 당신이 어떤지 잘 알아요."라고 할 때는 가능하다. 암과 싸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암 환자가 겪게 되는 두려움, 절망, 근심 등의 감정을 제대로 알기란 매우 어렵다.

 

지시적 언어:"~하도록 해.", "~은 하지마." 하는 등의 표현은 언제나 피하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환자들이 자유롭게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지 않고, 그들을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6) 긍정적 사고를 가지도록 독려하십시오

 

"치료법이 없는 암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걸려서 치유되지 않는 어떤 종류의 암도 없습니다." 희망과 낙관적 태도를 가지게 하고, 회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십시오. 암에 대한 책 Triumph:Getting Back To Normal When You Have Cancer 에서 저자는 암에 관한 긍정적 면들을 다음과 같이 밝히며, 암에 걸린 환자들이나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이를 명심할 것을 제안하였다.

 

·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암에서 회복되었다.

· 암은 만성병 가운데 치료될 확률이 가장 높다.

· 암 환자는 심장마비나 뇌졸중 환자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 병마와 싸워 이기려는 정신은 수동적 수용의 태도보다 건강에 도움을 준다.

· 병마와 싸워 이기려는 정신은 몸의 면역 체계를 강화시킨다.

· 긍정적 태도는 스트레스와 근심을 줄어들게 한다.

· 의사들이 어렵게 여기는 환자가 회복 가능성이 높은 환자이다.

· 암에 관한 모든 자세한 사항들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7) 암 환자 지원 모임을 주선하십시오

 

오늘날 암 환자들은 정교한 의학적 치료를 받지만, 기술적인 면을 넘어 자신의 상황과 문제에 대해서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나눌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임은 여러모로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준다. 환자들은 모임을 통해서 도움을 받던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학생에서 선생으로, 의존적 학습자에서 독립적 행위자로 옮아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룹 모임에서는 효과를 거둔 모든 사람의 지식과 정보가 교류된다. 메이든은 그룹 모임을 하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모든 모임을 싫어했어요. 또 내가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지요. 그런데 지원 모임은 달랐어요. 이 모임에서는 걱정거리와 느낌들을 저와 똑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어요. 제가 참석했던 첫 모임이 한참 진행되는 가운데 저는 무언가 강력한 느낌을 받았지요. 내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며, 그들 모두가 나를 돕고 있다는 깨달음이었죠."

 

성직자와 다른 영성 지도자들은 지역 사회에 두서너 개의 모임을 만들어 도울 수 있다. 모임 장소와 시간, 문의 전화번호를 적은 안내문을 만들어 관심 있는 환자들에게 전해주도록 한다.

 

 

8) 신앙의 힘에 의존하도록 독려하십시오

 

암 환자에게 신앙은 몇 배의 도움을 준다.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과 선하심에 대한 믿음은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게 하고, 병과 싸우는 데 도움을 준다. 알라바마 대학의 암 센터에서 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 중 80%가 종교가 투병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끼며, 절반 가량이 병의 진단을 받기 전보다 그들의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응답하였다.

 

환자들은 물질적인 것에 대해 덜 고민하게 되었으며, 친구와 가족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의 종교적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하였다. 암 환자들이 신앙의 힘을 가지도록 돕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규칙적으로 그 환자를 위해 기도한다.

· 헨리 나웬, 로버트 슐러, 빌리 그래험, 존 포엘 등이 쓴 영성 서적들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 성서를 읽고 공부하고 나눈다. 특별히 다음의 성서구절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사 43,1-3; 시편 31,2; 2디모 4,9-18.

 

 

9) 모든 주요 기념일을 축하하십시오

 

마지막으로 환자와 함께하는 동안 맞게 되는 모든 기념일을 축하해 주도록 한다. 암에 걸려 투병하는 동안은 큰 두려움과 걱정에 시달린다. 그러므로 축일이나 생일, 기념일, 어려운 치료를 잘 받은 후를 축하의 기회로 삼는다.

 

한 여성은 그의 생일에 경험했던 기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저는 항암 화학치료를 받는 중에 50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저의 친구들은 저에게 깜짝 생일 파티를 마련해 주었지요. 우리 신부님께서도 와주셨는데, 신부님께서는 제가 이루어낸 일들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간단하지만 감동적인 기도를 바치셨죠. 저는 너무나도 황홀했어요. 약물치료 때문에 외적으로는 볼품없었지만, 저는 매우 기쁘게 파티를 즐길 수 있었어요. 저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어요. 제가 사는 동안 결코 그날을 잊지 못할 거예요."

 

* 출처:Victor M. Parachin, "Ministry to People with Cancer", The Priest, 2001.11., 37-40면. 이준혜(본지 편집기자) 옮김.

 

[사목, 2003년 11월호, 빅터 페러친(미국 오클라호마 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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