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3일 (일)
(녹) 연중 제12주일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교회문헌ㅣ메시지

2011년 환경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5-24 ㅣ No.419

2011년 환경의 날 담화문


인간의 오만함을 버리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비롯해 온 우주만물을 차례로 창조하시고는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창조 세계에 대해, 시편의 저자는 “주님, 당신의 업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모든 것을 당신 슬기로 이루시어 세상이 당신의 조물들로 가득합니다.”(시편 104,24) 하고 감탄해 마지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고 돌보는 존재입니다(창세 2,15). 다시 말해 인간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연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창조주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다른 피조물들과 창조 세계를 돌볼 책임이 있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UN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최대의 문제를 ‘기후 변화’로 보고 있습니다. 물과 식량 부족, 환경문제 모두가 기후 변화와 연관된 것으로서, 현재 상태로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5~6℃ 높아지고, 2130년에는 빙하가 모두 녹아 해수면이 75미터 상승해 20억 명이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상에 메탄가스가 많아지면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어 결국 대규모 지진과 홍수, 산사태로 전 세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측합니다.

 

실제로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 태평양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강진으로 14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발생해 2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한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방사능 피폭으로 많은 지역이 구 소련의 체르노빌과 같이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땅과 공기 그리고 물, 가축, 채소, 수산물 등 먹을거리를 오염시킨 방사능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였고, 미래 세대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환경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31% 수준으로 30%인 일본보다 높은 전 세계 5위의 원전국가입니다. 일본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삼척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 하고,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59%까지 높일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10년 말부터 시작된 구제역으로 인해 348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살처분 당했습니다. 구제역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한 가운데 획일적으로 진행된 가축들의 살처분으로 뭇 생명이 죽고, 아직도 많은 농민들이 고통 받고 있으며, 가축들이 매몰된 곳에서 나오는 침출수 오염 문제로 2차, 3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 속에서도 4대강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되면서, 공사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과로와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4대강 지천 살리기 공사 추진과 4대강 주변이 친수구역으로 활용될 예정이어서 또다시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지구적인 환경 위기의 원인은 바로 우리 인간에게 있습니다. 세상에 만연해 있는 경제 만능주의, 생명경시 풍조, 소유와 향락, 무절제한 자연 개발이 그것입니다. 인간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죄(罪)의 상황입니다. 이는 또 다른 바벨탑의 모습입니다. 하느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다른 피조물을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을 망각한 것에서 생겨난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땅과 물과 공기를 보호하고, 자연 황폐화에 따른 인류 자멸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책임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신앙인의 의무입니다”(201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12항).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생태 문명을 살아야 합니다. 생태 문명은 우리의 작고 소박한 실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과도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원자력 에너지 대신 지역 단위의 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나친 육식을 줄이고, 동물에게 좋은 환경이 우리 인간에게도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으로 가축을 돌보아야 합니다. 4대강을 인간의 힘으로 준설하고 직강화하기보다, 구비 구비 흐르는 강의 생명력을 유지시키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인간의 오만함을 버리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살아가는 생태문명의 방식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혜서의 저자는 말합니다.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지혜 11,26). 모든 생명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처럼, 흐르는 강과 그것에 기대어 살아가는 동식물들,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허락해 준 지구 자원들을 내 몸처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지구 생태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2011년 6월 5일 환경의 날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



파일첨부

1,51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