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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대사회와 고독: 홀로 사는 이웃을 위한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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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3 ㅣ No.1044

[경향 돋보기 - 현대사회와 고독] 홀로 사는 이웃을 위한 교회의 역할


“가족의 상처가 낫지 않으면 사회의 상처가 낫지 않는다”(가족치료 전문가 존 브래드쇼).

“ 가족관계는 한 가족이라는 감정과 애정과 관심을 갖게 해주는데, 이는 특히 가족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생겨나는 것이다. 가정은 ‘부부의 화합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성실한 협력’(사목헌장, 52항)을 이루도록 부름 받은 탁월한 공동체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06항).

최근 우리 사회의 가정 현실은 어떠한가? 확실한 것은 가족이 점차 예전의 형태와 기능, 교회의 바람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해체 위기까지 거론된다. 불과 20-30년 사이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를 이뤘다. 일하는 여성이 점차 증가했고, 남·여 성의식과 역할도 급격히 변화했다. 물론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구조적 측면에서 결혼이 늦어지면서 가족 단위의 축소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족 크기의 감소는 그 구성원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그로 말미암아 이혼가족, 재혼가족, 분거가족(주말, 월말, 기러기), 새싹가족(소년소녀가장), 늦둥이가족, 무자녀가족(딩크족) 등 무수히 많은 형태의 새로운 가족 개념이 태어났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의 심리 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가정의 역할과 가족 구성원의 역할, 그리고 가치관 변화, 가족의 구조 변화, 사회의 역할 변화는 긍정적이라기보다는 꽤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요 가족원의 사망, 부부의 이혼, 가출과 자살은 편부나 편모가족,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홀로 사는 가족을 대량 양산했다. 결국 홀로 사는 가족은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가 됐다. 국가 차원의 사회복지, 지역사회, 종교기관 등에서 나서서 위기에 처한 가족이 일어설 수 있도록 배려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돌봄 대상이 제한적이거나 전문 지식과 인적 자원, 인식의 부족으로 사회의 한편으로 방치되는 실정이다.


가족해체 위기의 정의

* 가족의 정의 가족은 사회조직의 최소 기본 단위다. 또한 개인의 신체, 심리, 정서, 사회, 경제적 안전을 보장한다.

현행 민법 제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①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②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한다. 따라서 위기의 대상인 가족 구성원에는 부부, 그 자녀들, 부부의 노부모 등이 중심이 된다.

* 가족해체 위기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에서 도시화, 산업화, 정보화 사회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우리의 가족은 그 구조와 기능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경험했다. 우선 가족의 구조가 분화되어 핵가족이 일반화됐다. 가족의 기능도 경제적 생존에 비중을 많이 두는 쪽으로 변화했다.

그러면서 가족 간 대화가 줄고 응집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맞벌이 핵가족이 증가하면서 가족 형태에 아빠의 기능만 남고, 엄마의 기능은 부재한 양상을 띠게 됐다. 그 영향으로 자녀 양육과 훈육의 역할이 부모에서 시설이나 기관에 의존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또한 가족 구성원의 행동 성향도 실용주의,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다.

가족사회학자인 구드는 가족해체의 형태로 다음과 같은 보기들을 들었다.

① 비합법적인 동거와 같은 불완전한 가족, ② 이혼 또는 별거와 같은 배우자의 자발적 이탈, ③ 문화적 변화의 충격에서 생기는 불만. 예컨대 세대 간의 갈등과 여권운동에 따른 부부갈등, ④ 가족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이 거의 없고 정서적인 상호협력의 의무감을 상실한 빈껍질가족(empty shell family), ⑤ 배우자의 일시적 또는 (사망, 수감, 재난, 전쟁 등으로 인한) 장기적인 비자발적 부재와 같은 외재적 사건에 따른 가족의 위기, ⑥ 정신적, 신체적 병리에 따른 비자발적인 역할수행의 불능과 같은 내적 파멸 등이다.

* 사별가족 우리나라의 총 사망자 수는 25만 7천396명(2011년 통계청 자료), 조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비율)은 513.6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0.8%, 0.3% 증가했다. 사망원인은 암(1위), 뇌혈관질환(2위), 심장질환(3위), 고의적 자살(4위), 사고(5위)등으로 1일 평균 705명의 사별가족이 발생하고 있다.

사별이란 죽음을 통해 누군가 의미 있는 사람을 상실한 것이다. 남은 사람은 홀로 된 외로움과 슬픔을 경험하게 되는, ‘남아있는 자’의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이 배우자를 상실한 경우에는 다른 어떤 경우보다 더 많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남성은 사별을 ‘분리’로 생각한다. 반면 여성은 ‘자포자기’의 느낌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어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데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과 같은 부부 중심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회생활이 부부 단위의 참여 중심으로 조직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여성에게 배우자 사별은 일생의 자연스러운 사건으로만 보기에 무리가 있다. 특히 중년여성이 경험하는 배우자 사별은 개인과 가족의 발달 단계에서 위기 상황으로 인식된다. 또한 결혼생활 주기에 따른 자녀 부양 의무와 구직의 압박 등 많은 발달과업과 맞물려 있어 노년기의 배우자 사별보다 중년기의 사별이 더 심각한 부적응을 초래한다.

* 이혼가족 “창조주께서 제정하시고 당신의 법칙으로 안배하신, 생명과 사랑의 내밀한 부부공동체는 인격적인 합의로 맺은 결코 철회할 수 없는 계약으로 세워진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1603항).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12만 4천6백 쌍, 2011년 11만 4천3백 쌍, 곧 200명당 1명꼴로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2004년부터 이혼율은 감소하고 있다. 이혼 기간 숙려제가 도입되고 IMF 외환위기, 카드 파동의 충격이 꽤 완화되면서 어느 정도는 이혼율이 감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바로 이혼가족이다.

문제는 이혼 사유가 점점 주관적 경향을 보이면서 기존에는 가족 간 불화, 성격 차이, 경제 문제가 주였다면, 이제는 배우자 부정, 정신과 육체 학대 등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근래에는 황혼 이혼, 다문화가족 이혼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홀로 사는 가족을 위한 심리적, 사회적 지원정책

2005년부터 각 지역마다 홀로 사는 가족의 심리, 사회적 지원을 위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설립되고 있다. 각 지역의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한 부모 가족을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자치 동아리 활동을 통해 그들의 지역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복지시설은 재정문제와 전문인력의 부족, 그리고 대부분 편모나 편부의 취업으로 인해 프로그램 실시에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보통은 아동을 위한 방과 후 보육과 학습 지원 프로그램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부산여성회에서는 편모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집단 프로그램, 자조집단, 법률상담, 가족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사별, 이혼의 아픔과 정보 등을 공유하는 인터넷 자조집단(보통 중산층이상의 한 부모 가족인 경우가 많다.)이 형성되는 것이다.


홀로 사는 가족에 대한 교회의 접근과 인식 변화의 필요성

무엇보다 홀로 사는 가족의 가장 큰 어려움은 복잡한 감정을 직면하고 그대로 표현하는 부분이다. 보통은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힘들고, 선입관이나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줄 사람이 많지 않다. 따라서 전문적인 상담사를 찾기보다 가족이나 종교 지도자와 의논하거나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교회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그들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교회 자체에서 지원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홀로 된 이들을 돌보려면 다음과 같은 이해가 필요하다.

첫 번째 단계 : 홀로 남겨진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상실의 아픔과 슬픔을 표현해야만 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이해와 준비 없이 도움을 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대상자가 상처를 받고 결국 교회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려움을 회복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곁에 함께 있어주고 그들의 아픔을 선입관이나 편견 없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두 번째 단계 :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끼리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교회는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지 못했고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 예수회 신부님이 배우자 사별가족과 자녀 사별가족을 위해(심리치료적 접근에 초점을 둔) ‘하늘사랑, 하늘마음’이라는 집단지지 프로그램을 분기별로 실시하고 있다.

또 같은 이름의 인터넷 카페 자조집단을 병행하며, 후속 프로그램으로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 가정복음화부에서도 사별가족을 대상으로 단기 집단지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지지 프로그램이므로 회상(play back)되는 상처(trauma)에 대해 치료적 접근의 후속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세 번째 단계 : 그들에게 마음껏 표현하고 마음껏 울 수 있는 시간과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상실감을 회복하는 데에는 애도(哀悼)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신적 문제가 아닌 ‘과정’으로 이해하고 그 과정을 잘 겪어내도록 인식을 변화하고 교회는 사회와 함께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회의 역할

* 새 복음화 차원 홀로 된 사람들은 신적 존재에 대한 회의, 신앙에 대한 회의, 신적 존재와의 관계에 대한 회의, 신적 존재에 대한 분노, 죄책감, 외로움(영적으로 혼자 된 느낌), 삶의 목적에 대한 혼란과 고통을 강하게 느낀다. 이에 각 교구에서 실시하는 교리교사 교육을 체계화하여 예비신자 교육은 물론 생애주기에 따른 부모교육, 의사소통, 특히 홀로 사는 이웃들에 대한 교육 매뉴얼을 강화해야 한다.

* 재복음화 차원 각 교구 가정사목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카나 혼인강좌, 순결교육, 자연적 가족계획, 예비부모교육, 아버지학교, 매리지 엔카운터(ME) 등의 프로그램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혼인성사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과 함께 실천적 측면의 사목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임상현장에서 내담자를 만나보면 사목자, 수도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가족문제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상식을 초월하는 가족문제가 있어 차라리 이혼을 하면 가족 모두가 편안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일부 사목자나 수도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다. 그로 인해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 같은 죄책감에 교회를 떠난다. 또 자신을 한없이 부족한 사람으로 느껴 심각한 우울증으로 2차, 3차 증상까지 안고 상담소를 찾는 경우도 있다. 교회는 신자의 욕구와 열망이 무엇인지 인간중심에 초점을 두고 교회 내에 잠재된 역량 있는 평신도 자원을 적극 발굴하여 활용의 장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 사회 복음화 차원 사회 복음화 측면에서 사회에 대한 교구의 관점은 복지 차원이 아니라 사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소외된 이웃에게 생활필수품이나 밑반찬을 전달하고 목욕 봉사를 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하고 있는 중복 지원 차원을 벗어나, 좀 더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정서적 지원을 동반한 균형 잡힌 사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각 본당에 노인대학이 있는 것으로 안다. 노인인구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노인대학에 나오는 어르신들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원인을 분석하고 일반 복지관에서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재구성하여 주변 어르신들과도 함께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해 한 종합복지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노후를 위한 집단 프로그램을 교육과 함께 심리극으로 접근한 적이 있는데, 참여한 13명의 어르신 중 6명이 신자였다.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흥미를 갖는 부분은 노인의 성 문제였다. 또 복지관에 온 이유를 여쭈었더니 “본당 노인대학은 재미없다. 해마다 프로그램이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각 본당의 사회복지분과는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연대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함께 가는 동반자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행복으로 부르신다. 이 소명에 각자가 개별적으로 부름 받고 있지만, ‘약속’을 받고 그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새로운 백성인 교회 전체도 같은 부름을 받고 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719항).

다양한 신자들의 욕구에 대한 적응과 쇄신의 문제는 이제 교회에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이해하고 바라봐야만 한다. 아직 한국의 문화와 정서 안에서는 배우자 또는 자녀의 상실, 이혼, 분거가족, 독신가족, 노인들을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죽음과 이혼의 문제를 다시 건드린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제 우리의 문화도 바뀌어가는 이 시점에서 교회가 홀로 된 이웃들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좀 더 다양한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찾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이은자 가브리엘라 - 서강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명대학교 복지상담대학원에서 가족상담, 치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가별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소장으로서 가족치료전문가, 드라마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4월호, 이은자 가브리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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