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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광고의 영향력과 윤리적 책임: 광고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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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0 ㅣ No.553

[대중매체에 대한 교회의 시각] 광고의 영향력과 윤리적 책임


광고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이해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 때 까지 도대체 몇 개의 광고를 접하게 되는 것일까? 시각과 청각을 통해 전달되는 다양한 광고의 수를 잠시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음을 쉽게 깨닫게 된다. 어느 누구도 광고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살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광고의 영향력

 

광고(廣告)를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와 구입방법을 알리려는 목적을 가진 설득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광고는 예술의 한 형태, 연설의 자유, 선전, 건강한 자본주의, 필요악 그리고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무엇 등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 기원은 대단히 오랜 것이어서 거의 문자가 발생되었을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또한 동 · 서양을 막론하고 사회와 기술의 발달에 따른 다양한 광고활동을 찾아볼 수 있다.

 

광고는 주변 문화의 가치와 태도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왜곡의 과정을 거쳐 사실과 다른 거짓 정보와 이미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광고의 영향력은 많은 매체들이 광고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선택 방식, 행동방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광고가 사람들의 행동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 유럽의 한 작은 도시에서 이루어진 적이 있다. 광고 전문가들이 모여 허허벌판에 건물도 없이 현수막만 설치한 가상의 쇼핑몰을 설정하고 이곳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프로젝트였다.

 

이곳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가족과 함께 행복을 체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기본적인 광고 전략을 세워 이를 실행해 나갔다. 물론 여기에는 아이트래킹(Eye Tracking : 지면광고를 탐색할 때 소비자의 안구운동 연구)과 같은 각종 과학적인 광고기법이 동원되었고, 쇼핑몰 개시 전까지 시민들이 일정기간 여러 종류의 매체를 통해 이 광고를 접하도록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도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 황량한 벌판에 모였다. 그러나 쇼핑몰의 이름이 적혀있는 현수막만 덩그러니 있을 뿐, 광고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이 허구였음을 알게 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일부 시민들은 사기라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광고의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결국 이 실험을 통해 광고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과 많은 이가 광고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광고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

 

교회는 광고가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짓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고 그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음을 안다. 그래서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는 “광고윤리”(1997년)라는 문헌을 통하여 광고의 이점, 광고의 해악 그리고 몇 가지 윤리도덕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광고를 마케팅이나 선전활동과 동일시하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고 설득하는 기술이나 수단으로 이해한다. 광고 자체는 본질적으로 좋은 것도, 그렇다고 본질적으로 나쁜 것도 아니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쓰느냐에 달려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광고는 선을 실현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유익한 결과들을 가져올 수도 있고, 반대로 개인과 사회에 부정적이며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인간 존엄과 공동선에 반하는 광고의 해악은 심각한 것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의 사목훈령 “일치와 발전”은 이러한 문제점을 요약하여 언급한다. “백해무익한 물품을 대중에게 선전하거나, 물품을 팔고자 허위 선전을 일삼거나, 인간의 저급한 경향을 자극한다면, 이런 광고의 책임자들은 사회에 해독을 끼치고, 드디어는 자신들의 권위와 신용도 상실하게 된다. 사치품의 구매를 계속해서 요구하다 보면 필수품을 제쳐놓을 정도로 허영심을 자극하여 개인과 가정에 손해를 준다. 특히 돈벌이만을 위해서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고 성욕을 자극하거나, 인간의 자유를 위협할 정도로 인간의 잠재의식에 침투하는 광고는 절대로 피하여야 한다”(60항)

 

 

광고윤리

 

광고의 사회적 이점과 해악에 대한 논쟁은 광고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간단하게 정리될 문제가 아니며, 그 일치점을 찾기란 더욱 어렵다. 근래 들어 소비자 주권을 찾고자 하는 시민운동과 광고 관련 교육의 영향으로 광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광고주 또는 광고회사 역시 자체 규범에 따라 책임 있는 광고를 제작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광고윤리는 여전히 이윤추구와 마케팅 목표에 가려져 형식적인 것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첨단 마케팅의 기술 변화는 소비자와 우리 사회의 건강에 위협이 될 정도로 아무런 윤리도덕적 원칙도 없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전적인 광고 모델 중 하나인 AIDA(Attention, Interest, Desire and Action)는 순차적인 광고 정보처리를 가정하며 ‘주의 - 관심 - 욕구 그리고 구매’의 단계를 거치는 기대결과를 논리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주의(Attention)’는 정보처리의 시작점이며, 결국 ‘주의’가 없으면 광고 메시지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논리에서 광고인들은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고자 강한 광고 자극과 다양한 기술들을 고안하기에 급급하여 광고의 사회적 가치 또는 공동선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성과 폭력을 다룬 선정적 광고가 범람하게 되었고, 좀 더 강렬한 색과 이미지, 비윤리적인 허위광고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 사회에 만연된 ‘비윤리적인 광고’의 근저에는 광고주들이 소비자들의 주의를 얻는 것이 광고의 성공을 가져온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치열한 광고 시장의 경쟁은 결국 건전한 미디어 환경, 편안한 생활환경을 파괴하는 길이 된다.

 

그래서 교회는 광고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책임질 것을 촉구하며 광고와 관련된 몇 가지 도덕 원칙들을 제시한다.

 

1. 광고의 진실성

 

광고가 말하는 내용은 언제나 정직해야 하며 어떤 이유로든 진리를 조금이라도 조작하여서는 안 될 의무이다(“광고윤리”, 15항).

 

2. 인간의 존엄

 

광고는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의 내적 자유인 책임 있는 선택을 할 권리와 의무를 존중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인간의 저급한 본능을 이용한다든지,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능력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노인, 가난한 이들,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한 취약한 집단이나 계층의 사람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광고윤리”, 16항).

 

3. 광고와 사회적 책임

 

생태학적 차원에서 광고는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사치스런 생활습관을 조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광고에 종사하는 이들은 다른 미디어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물질적, 문화적, 정신적 차원에서 진정한 인간 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증진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광고는 진정한 연대의식의 표현이 된다(“광고윤리”, 17항).

 

 

맺으며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미디어 환경이 되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교묘해지고 치밀해지는 광고의 힘은 지속적으로 강력해질 것이며, 때론 그 부작용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협하거나 신앙을 파괴하는 가치관을 낳을 수도 있다.

 

신앙인들은 이러한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광고문화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지 않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아울러 광고산업에 종사하는 신앙인들은 소비자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하고 지원하며 공동선에 이바지할 의무를 느끼는 양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사목자들은 교회가 권고하고 있듯이 미디어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광고를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 최기홍 바르톨로메오 - 춘천교구 신부. 영국 레스터 대학에서 미디어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교구 홍보실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0년 10월호, 최기홍 바로톨로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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