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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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네 목에 쓴 칼은 영광스런 의상이 되리라(부탁 받아들이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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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40

[레지오와 마음읽기] "네 목에 쓴 칼은 영광스런 의상이 되리라"(부탁 받아들이게 하기)



B 자매는 여고시절 영세 받았으나 냉담 상태로 결혼하였다. 이후 자녀교육에 온 힘을 쏟았지만, 청소년기를 맞은 큰 아이와 갈등이 깊어지자 자기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세례 받은 것을 기억하여 혼배조당을 풀고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였고, 그 때 알게 된 구역장 부부와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구역장이 남편의 뇌출혈로 간호를 하게 되어 B자매에게 구역장을 부탁했다. 하지만 B자매는 구역장일은 너무 큰 짐이어서 두려움에 거절하였다. 그러면 반장이라도 해달라는 구역장의 부탁에 흔쾌히 반장을 맡게 되었고, 그 후 레지오 단원인 구역장을 통해 자연스레 단원이 되면서 지금은 자신이 버겁다고 생각하던 구역장 일도 잘 해내고 있다. 물론 어렵던 큰 아이와의 관계도 훨씬 나아졌다.

위 사례는 열심히 봉사하는 신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조그마한 봉사가 지금의 큰 봉사로 연결되었음을 보여준다.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은총이다. 하지만 봉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데도 그 맛을 알지 못하거나 감히 자신이 없어, 조용히 혼자만의 신앙생활로 만족하는 형제자매들도 많다. 더구나 힐링이나 웰빙이라는 건강개념과 맞물려, 스포츠 동호회나 맛집 순례, 여행, 취미활동 등이 인기가 있는 요즘 형제자매들을 봉사의 현장으로 불러들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예수님 다음으로 성모님을 사랑하고 성모님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은 우리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받는 가장 큰 축복이다.’(교본 298쪽)’라는 교본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그런 형제자매들을 봉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큰 부탁 후 작은 부탁을 하면 더 잘 들어줘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로버트 치알디니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승낙을 얻어내는 방법을 실험하였다. 즉 부탁의 크기와 제시 방법에 따른 승낙률의 변화를 보는 것인데 먼저 연구팀은 청소년 상담프로그램 요원인 것처럼 가장하여 대학생들에게 접근, 비행 청소년을 인솔하고 동물원에서 가서 놀아주는 일을 하루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부탁을 받은 학생 중 단지 20%만이 그 제안을 수락하였다.

다시 연구팀은 다른 대학생들에게 접근하여 큰 부담을 주는 부탁을 먼저 했다. 즉 2년 동안 매주 두 시간씩 비행 청소년들과 상담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한 것인데 이 제의를 받아들인 학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다시 그들에게 훨씬 작은 부탁을 했다. 비행청소년들과 하루만 동물원에 가서 봉사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놀랍게도 50% 이상이나 되는 대학생들이 수락했다. 즉 처음부터 하루 봉사를 부탁했을 때는 호응도가 20%였지만 큰 부탁을 하고 난 뒤 다시 작은 부탁을 하자 똑같은 부탁이었는데도 그 호응도는 50%를 넘었다는 것이다.

이런 설득의 기술은 우리 생활에 많이 쓰이고 있다.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재래시장에서 상인이 물건 값을 흥정할 때 처음에는 높은 가격을 불렀다가 그 다음에 가격을 내려 거래를 성사시키는 경우나, 월급이나 노동시간을 타협하는 노동조합의 협상에서 노사가 처음에는 각자 까다로운 조건을 들고 나오다가 나중에 극적인 타협을 보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 외에도 운동선수의 연봉이나 주택 매매의 경우, 가깝게는 이웃의 부탁을 받을 때나 할 때에도 자주 쓰이는 기술이다.

이를 ‘면전의 문 기법(door-in-the-face technique)’이라고 명명하는데, 이 기술은 먼저 큰 요구를 한 다음에 작은 요구를 하여 상대로 하여금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는 심리적 기법이다.


작은 봉사라도 시작하도록 도와야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방법에 자신도 모르게 넘어가는 것일까? 대체로 요구를 거절한 사람은 거절한데에 대한 미안함이 있는데다 상대가 요구를 줄이게 되면 이제 자기가 양보할 차례라는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게 된다. 그리고 요구가 줄어들면 실제로 요구량도 더 적게 느껴지는데다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내가 타협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보이게 되니 더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여기에 상대의 요구가 명분 있는 올바른 일이라면 더욱 그의 청을 거절한 것에 대한 불편함이 크고 그 불편한 감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요구라도 들어 주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큰 요구 다음에 바로 작은 요구가 따라 나와야 하며, 이 두 요구내용이 서로 관련이 있어야 하고, 요구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다 요구하는 사람이 친화적이라면 작은 요구를 들어줄 확률이 더욱 높다. 즉 B자매의 사례처럼 성당봉사라는 의미 있는 일을,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된 구역장이, 구역장보다 일이 작은 반장을, 구역장 일 다음으로 권면함으로써, B자매가 성당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면전의 문 기법은 혼자만의 신앙생활을 하는 형제자매들에게 작은 봉사라도 시작하게 하여 봉사의 맛을 알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개인적인 접촉으로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된 신자에게, 처음부터 협조단원을 권면하기보다 행동단원을 먼저 권면하고 매주 회합을 부담스러워 하면 협조단원을 권면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교본에 ‘레지오는 (이러한) 발굴되지 않은 숨은 인재들을 끌어들여, 그들 안에 잠재해 있는 사랑의 능력을 개발하여 교회의 사업에 봉사하도록 만드는 특별한 은총을 받았다.’(277쪽)고 하니 봉사에 형제자매들을 초대하기 위해 부탁을 해보는 용기를 내어 볼 만하다. 또한 교본에 ‘레지오 단원들은 허용되는 모든 방법을 다하여 사랑을 쏟고 봉사 활동에 열성을 다함으로써 그들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말이 진실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440쪽)’라고 되어 있으니, 내 요구를 들어 준 사람과 이후에도 관계를 지속하여, 그 형제자매가 봉사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느낌을 갖게 도와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네 정성을 다하여 마리아를 따르고, 네 전력을 기울여 마리아의 길을 지켜라. 그때 마리아의 족쇄는 너에게 견고한 방패가 되고, 네 목에 쓴 칼은 영광스런 의상이 되리라. 마리아의 멍에는 황금의 장식이 되고, 그 밧줄은 고귀한 옷술이 된다.”(교본 194쪽)

참고도서
1. 심리학과의 만남 - 시그마 프레스
2. 59초 - 웅진 지식하우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9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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