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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건축의 토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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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1-24 ㅣ No.21

한국교회 토착화와 부문별 성과와 과제 - 성당 건축의 토착화

 

 

성당 건축은 특히 장구한 세월이 요구되는 토착화에 있어서 비교적 그 목적과 기능이 뚜렷한 분야로서 적절한 관심과 지원이 동반될 때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데에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200년이 조금 넘은 역사 안에서 100여년 남짓한 짧은 성당 건축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급속한 교세 신장을 배경으로 나름대로 한국 교회 문화의 표상으로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보여 왔다.

 

 

역사

 

비밀리에 집회를 가져야 했던 박해기에는 교회 건축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병풍, 휘장, 족자 등의 내부 치장으로 전례 공간의 요구에 대응했다. 교회 건축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으며 100년간에 이르는 이 박해기는 서양 교회 건축사에 있어서 초기 300년간의 카타콤 시대에 비유될 수 있다.

 

한불 수호 조약(1886)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된 교회는 비로소 본격적인 성당 건축 양식을 추구하게 된다. 본당 창설과 이에 따른 성당 건축을 본격화한 한국교회의 개화기(1886~1910) 성당 건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주로 지방에서 평신도들의 자본으로 건축된 것으로 구조나 외관이 한국 전통 목조 건축 양식인 한옥 성당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도시에서 파리 외방전교회의 재정에 의존한 고딕 양식 지향적인 벽돌조 양식 성당들이다.

 

대표적 한옥성당으로는 전북 고산 되재 성당, 평양성당, 강원도 이천 성당, 옛 공세리 성당, 황해도 청계성당, 옛 대구 계산동 성당, 황해도 매화동 성당, 옛 제주성당, 옛 경기도 왕림성당, 옛 충북 장호원성당, 전북 화산성당, 수류성당 등이 있다. 중세 서양 교회 건축 양식을 수용한 명동성당을 비롯해 약현성당(현 중림동성당), 대구 계산동 성당, 원효로성당, 강원도 풍수원 성당, 전주 전동 성당 등이 대표적인 양식 성당이다.

 

일제시대에 이르러서 한국은 36년간 극도의 고통을 겪게 되지만 오히려 종교열은 더 높아지고 신자수 증가와 교구의 발전적 분할 등 교세가 확장되고 많은 성당이 지어졌다. 당시 성당 건축은 외국인 성직자들에 의해 주도되는데 이들은 주로 본국의 건축 양식을 피상적으로 재현하는데 주력했다. 초기 한옥 성당은 한.양 절충식으로 전개됐고 서양식 성당은 단순하고 소규모화됐다.

 

한.양 절충식 성당으로는 화산성당, 안성 구포동성당, 신의주성당, 서포성당 등이 있고 서양식 성당으로는 용소막성당, 공세리성당, 대전 목동성당, 옛 왜관성당, 옛 합덕성당, 장호원성당, 인천 답동성당, 광주 북동성당 등이 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1962년까지 격동기를 거치면서 교회 건축은 급속한 발전을 구가하는 교세에 힘입어 짧은 시간에 많은 건물들이 지어졌다. 당시 성당 건축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양식 변형의 양옥 성당, 탈양식의 근대주의적 성당, 그리고 형태의 토착화를 추구한 절충식 성당이 그것이다.

 

이 시대의 서양식 성당은 더욱 간략화되고 소규모화됐으며 내부 공간은 단순한 강당 형태가 됐다.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혜화동 성당을 비롯해 50년대말에 몇몇 근대 지향적인 성당 건축이 출현했고 일부에서는 나름대로의 토착화를 시도한 중국풍의 한?양 절충식 건물이 나타나기도 했다.

 

60년대 교계 제도의 설정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그리고 그에 따른 교회 쇄신과 발전은 교회 건축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왔다. 전례 쇄신과 토착화의 강조는 즉시 성당 건축에 반영됐다.

 

60, 70년대의 경제 성장과 건축 기술 발전, 전문 건축가의 활동, 교회의 사회화와 현대화 등으로 근대적인 성당 건축이 폭넓게 수용, 정착됐다. 아울러 양식주의에서 탈피해 기하학적 형태, 조소적 형태, 유기적 형태, 전통적 형태 등 다양한 형태의 성당 건축이 전개됐다.

 

80년대 교회의 급속한 성장과 한국 사회의 물질주의 경향은 도시 성당 건축에 새로운 경향을 가져왔다. 이는 교회 건축의 비성역화, 민주화, 인간화, 다용도화 등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감각적인 표현에 몰두, 성당 건축의 이념과 실제, 기능, 구조, 형태의 불일치 등 부정적인 측면도 보였다.

 

 

과정

 

김정신 교수(스테파노, 단국대 건축학과)는 최초로 100년의 성당 건축 역사를 살펴본 「한국 가톨릭 성당 건축사」에서 한국 성당 건축의 토착화 과정을 「유형의 적응과 변형」의 분석을 통해 5단계로 나눠 고찰했다.

 

기존의 전통 한옥에 교회의 기능이 수용되는 제1단계는 1880년대와 1890년대 박해기를 지칭한다. 이 단계는 성당 건축의 토착화라고 보기에는 이르지만 토착화 작업의 시작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통 한옥 양식의 성당 건축이 이뤄지는 제2단계는 전통적인 건축 유형을 유지하면서 외래 형식을 수용할 수 있는 요소를 찾거나 재해석한 토착 문화화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전통 한옥 구조를 통해서도 전례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교회 건축에서 바람직한 토착화를 시작한 단계이다.

 

3단계는 전통과 외래적 요소들이 혼합되는 단계로 절충적인 서양식 성당과 한양 절충식 성당의 두 유형으로 나타나는 시기이다. 공의회 이후 나타나는 제4단계는 현실 적응에 의한 유형의 변혁기로 탈양식과 기능주의, 사회화, 민주화, 토착화의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유형이 전개됐다.

 

마지막 5단계는 전통적 형태를 단순히 외형적으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정신에 따라 내재적 질서를 표현하는 이상적 형태의 토착화 단계이다. 모방, 답습, 계승의 차원을 넘어서는 창조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늘날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난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의 과제와 토착화 방안

 

『토착화 작업이 요청되는 교회의 제 영역 가운데 교회 건축은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하고 실천적 적응이 용이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건축은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정신적 풍토를 표현하는 조형예술이기 때문이다』(김정신 교수, 「한국 가톨릭 성당건축사 중에서).

 

성당 건축은 특히 장구한 세월이 요구되는 토착화에 있어서 비교적 그 목적과 기능이 뚜렷한 분야로서 적절한 관심과 지원이 동반될 때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데에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수시로 신축되는 성당들은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그리스도교의 정신과 가르침을 표현하는데 적절하게 활용한 예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성당 건축의 토착화에 있어서 자주 지적되는 과제는 한국 전통 건축의 고유한 이념과 가치관을 파악하고 이를 가톨릭 안에서 재해석하거나 복음의 정신을 불어넣어서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성서와 전례, 성당 건축 전반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교구 성미술감독 정웅모 신부는 성당 건축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신부는 우선 『성당은 시대의 정신과 교회 정신을 담고 있어야 한다』며 교회 헌장, 전례 헌장 등 공의회 문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신부는 또 2000년에 걸친 유럽 각지의 성당 건축에 대한 공부와 20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교회 건축에 대한 공부를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단순히 성전 건물 뿐만 아니라 전례와 관련된 여러 성물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교회 미술, 서양 미술에 대한 교육도 적절하게 실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80년대 이후 한국교회 안에서는 신축 성당 건립이 매우 빈번하다. 그만큼 교회 건축의 경험은 이미 많이 축적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교회 건축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성당 건축 역시 문화의 한 분야이다. 성전다운 성전을 위해서는 교회 안에서 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통해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건축물이자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는 건축물로서의 성당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회 건축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보다 진지한 논의와 심사숙고, 폭넓은 고려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건축위원회가 요청되며 이는 교구 차원의 기구와 긴밀한 협의와 자문이 필요하다. 아울러 건축가 뿐만 아니라 종교학자, 신학자들과의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하며 이는 특별히 신학의 토착화 성과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가톨릭신문, 2003년 4월 13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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