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강론자료

2015-0913.....연중 제24주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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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5-09-13 ㅣ No.1862

연중 24 주일 (나해)

이사야 50,5-9ㄱ       야고보 2,14-18      마르코 8,27-35

2015. 9. 13. (주일). 이태원

주제 : 내가 듣는 소리들에 대하여(!)

사람은 삶에서 저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그러한 순간은 언제입니까? 제가 하는 질문에 여러분이 대답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의 의미를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그 순간이나 기억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하고 다른 이들도 내가 행동하는 것과 같거나 비슷한 자세로 살게 할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중요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실은 소리라고 말해서 그 격()을 낮추는 것보다는 질문과 응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올바를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이렇게 묻는 질문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서 어떤 말을 하는지 묻는 내용이 있기는 합니다만, 오늘 들은 말씀의 초점은 다른 사람들의 대답이 아니라 예수님의 질문에 대한 제자들의 태도와 제자들이 준비한 마음자세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시간을 바꿔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여러분은 예수님을 누구라고 알고 있으며, 이웃에 사는 사람이 그 내용에 대해서 여러분에게 진지하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질문입니다.

 

제자들에게 질문하신 예수님은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자, 그 대답을 들으시고 함구령(緘口令)을 내립니다. 함구령은 방금 말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옮기지 말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질문에 대하여 제자들에게 대답을 하게 하신 다음, 베드로의 대답을 들으신 예수님은 그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왜 금지하셨느냐는 것입니다.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신 예수님의 명령에서 우리는 참된 의도를 읽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담은 의도를 우리는 어떻게 읽겠습니까? 함구령을 내리신 예수님은 당신의 함구령을 설명하는 뜻으로 당신의 삶에 다가올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시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베드로는 스승님에게서 사탄이라는 아주 모진 소리를 듣습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라고 말한 베드로의 대답이 정답이기는 했어도, 그 정답에 베드로의 정성이 담겨있지 않았음을 예수님은 미리 아셨기에, 말하지 말라고 명령하신 것일까요? 신앙고백에 이어 예수님께서 예고하신 수난과 부활에 관한 말씀에 베드로는 인류를 향한 스승님의 구원사업에 방해꾼으로 등장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그 소리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소음(騷音,=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이라서 우리가 신경을 쓸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이 같은 평가를 받지 않아야 세상에서 소음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채우는 소리들 가운데서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가리어 들을 줄 안다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세상의 여러 가지 일들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세상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들 가운데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고, 하느님의 은총을 입은 우리가 세상에서 만나는 것들의 위협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말에는 진실과 정성을 담아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담아야 그것들을 제대로 담지 않으면, 내 입에서 나가는 소리는 소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굉음(轟音,=크게 울리는 소리)이 될 수도 있는 법입니다. 진실과 정성이 담긴 소리는 세상에 여러 가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소음과 굉음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할 죽음이라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귀를 열고 들려주시는 소리, 하느님께서 내 삶에 힘을 주시는 의로움의 소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드러내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귀를 울리고 다가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그저 소음이나 굉음으로 여기지 말고, 진정한 자세로 실천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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