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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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8) 올리브산 겟세마니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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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64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8) 올리브산 겟세마니 대성당


예수의 마지막 밤 인류의 새로운 시작 이곳에서 시작되다

 

 

‘죽고 나면 그뿐’이라고 했는데 아니었다. 예루살렘 성의 동쪽, 올리브산 서쪽 기슭 겟세마니 동산에는 2천년 넘게 살아온 ‘호호백발 할머니’격 올리브 나무 여덟 그루가 있다. 수령은 2천년을 넘었지만 아직도 시퍼런 잎사귀에 올리브 열매를 풍성하게 맺고 있다. 결코 죽지 않는 나무임을 증명하듯 예수님 생전부터 있었을 이 올리브 나무들은 마치 겟세마니 동산을 찾는 순례객들에게 “지난 2천년 동안 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나는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 겟세마니 동산에는 예루살렘 성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성전으로 손꼽히는 ‘겟세마니 성당’이 있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교회이지만 생전 예수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밤을 고통스럽게 보낸 대표적인 수난 성지이기도 하다.

 

 

환한 빛이 들어오지 않는 예수님수난성당

 

겟세마니 성당에는 환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이 없다. 내부는 가라앉은 갈색과 자주빛 스테인드글라스와 어두운 남색 천장 그리고 희미한 촛불만이 있다. 다른 성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이다. 이곳이 바로 십자가형을 받기 하루전 날 밤, 예수님의 고통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성자의 성흔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은 제대 앞에 넓게 놓여진 바위이다. 밤새 잠못이루고 번민했을 바위 주변에는 가시관을 상징하는 철 가시가 무섭게 돋아있다. 찌를듯이 삐쭉삐쭉 솟아있는 가시 상징물 위에는 고통에 휩싸인 성자 예수를 보호하는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지키고 있다. 예수님은 제자 유다의 배반으로 붙잡혀 가기 전날 밤, 홀로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 울부짖으며 하느님 아버지께 절절한 기도를 바쳤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신다면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예수님 생애사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그 순간, 너무 괴로워서 죽을 지경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주변에 깨어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희는 여기 남아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고 했건만, 제자들은 슬픔에 지쳐 잠들어 버렸다. 다만, 겟세마니 동산의 올리브 나무들만 고통에 떨고 있는 예수님을 지켜보았다. 고뇌에 휩싸여 간절히 기도하는 예수님에게서 피땀이 흘러내렸다. 죽음의 잔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신다면, 이 잔을 거둬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수난의 길을 따랐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죄를 씻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다. 이때 유다는 예수를 배반하고, 대사제와 그 무리들은 예수를 끌고 갔다. 두려움에 빠진 제자들은 스승을 버리고 도망갔다. 가야파 관저로 끌려간 예수는 밤새 채찍질당하고, 조롱당하며 비참하게 못박혔다. 어둡게 가라앉아있는 겟세마니 성당에서는 인간을 사랑하여 죽음까지 불사한 예수님의 수난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 사랑을 깨닫은 순례객들은 여기소 본대로 똑바르게 새겨 하늘높은 곳의 뜻에 순종하는 새사람이 될 것을 다짐하며 묵상에 젖게 된다.

 

 

고통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붙잡혀간 현장

 

재림할 예수가 나팔을 불며 나타날 곳으로 알려져있는 키드론 계곡을 사이에 두고 예루살렘과 마주보고 있는 올리브산에 있는 겟세마니 동산의 ‘겟세마니’는 라는 희랍어는 ‘기름짜는 틀’이라는 뜻이다. 실제 올리브산에는 착유기가 있던 곳이자, 즈가리아(엘리사벳의 남편,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가 예수가 마지막을 보내는 곳이라고 예언했던 곳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히기 이전, 제자들과 함께 늘 이곳을 찾았고, 최후의 만찬 이후 이곳에서 고통스런 밤을 보내고, 제자 유다의 배반으로 붙잡혀간 곳이다. 그곳에 교회가 세워졌다. 성당 바닥의 모자이크로 보아서 이 교회가 비잔틴 시대부터 전해져내려오던 교회임을 증거하고 있으나 여러번 파괴가 거듭됐다. 지금부터 약 350년 전인 1666년 프란치스코 수도회(작은 형제회)에서 겟세마니 동산을 취득하였고, 현재의 대성전은 1919년에 짓기 시작하여 1924년에 축성하였다. 이탈리아 건축가 바루지(Barluzzi)가 설계했다.

 

교회 정면에는 나는 알파(시작)요 오메가(끝)이라고 쓰여진 판을 들고 있는 성부가 서있고, 그 아래에는 인류의 죄를 씻기위해 봉헌되는 성자 예수를 좌우 사람들이 경배하는 모자이크가 있다. 교회를 바치는 4개의 기둥에는 4대 복음사가인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 복음사가의 상이 새겨져있다. 겟세마니 성당은 예수님수난성당’(the Basilica of the Agony)이자 만국성당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이 성당을 짓는데 독일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멕시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영국 벨기에 캐나다 등 여러나라가 기여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겟세마니 성당의 지붕이 12개의 둥근 지붕으로 되어 있는 천주교회임을 나타냄과 동시에, 이 교회 건립에 동참했던 여러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른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성당 벽에는 예수님이 자신의 고통을 하느님께 바치는 모자이크화가 있고, 천정에는 이 성당을 짓는데 참여했던 나라의 문장이 새겨져있다.

 

[매일신문, 2007년 3월 15일, 글·사진 예루살렘에서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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