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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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17) 로마 성모설지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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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4 ㅣ No.1673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17) 로마 성모설지전 성당


'8월의 흰눈' 기적의 자리… 천상모후의 성전

 

 

① 성모께 봉헌된 첫 성당인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쪼레 대성당은 성모 신심을 높일 수 있는 성지이다. 매년 8월 5일 하얀 꽃가루를 뿌리며, 성모설지전축제가 열린다.


② 50년마다 찾아오는 성년에만 열리는 성모설지전 성문. 다른 성당과는 달리 입구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사진 권정호 전 매일신문 사진부장)


③ 성모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으로 선포한 에페소 공의회(431년)가 열린 산타 마리아 마쪼레 대성당 안에 있는 ‘평화의 모후’ 성모상.(사진 권정호 전 매일신문 사진부장)


④ 8월에 하얗게 눈이 내린 언덕에 성전을 지어서 성모님께 봉헌한 전설을 담은 ‘눈의 전설’ 금색 부조.


⑤ 산타 마리아 마쪼레 대성당 중앙 제대 아래에 있는 말구유. 아기 예수가 태어났던 베들레헴 말구유의 일부이다.

 

 

성모성지는 가톨릭신자들이 가장 즐겨찾는 거룩한 땅 가운데 하나이다. 대구 남산동 성모당도 그렇지만, 성모성지에서는 간절히 빌면 한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고들 믿고 있기에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성모성지라면 대개 프랑스 루르드나 포르투갈 파티마, 벨기에 바늬처럼 성모발현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서양교회에서 처음으로 성모에게 봉헌된 로마의 성모설지전성당도 빠뜨릴 수 없는 성모성지이다. ‘산타 마리아 마쪼레’ 혹은 ‘성 마리아 대성당’이라고도 하는 ‘성모설지전성당’은 항상 성령께 열려있는 성모 마리아의 높은 신심을 상징하듯이 로마네스크식 높은 첨탑이 인상적인 여성적인 성당이다. 지난 1980년에 지정되고, 1990년에 확대지정된 로마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되어있기도 한 성모설지전성당은 이곳에서 에페소 공의회(431년)가 열렸고, 이 에페소 공의회를 통해 성모 마리아를 천주의 모후로 선포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팔월의 눈, 이해되세요?

 

여름철에 로마를 성지순례할 계획이 있다면 8월5일 성모설지전(聖母雪地殿) 축제에 꼭 참여해 볼 일이다. 이날은 눈처럼 하얀 꽃가루를 뿌리며 동정 마리아의 순결한 성모신심을 기리는 성모설지전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성모설지전은 콘스탄티누스대제 통치시기이자, 리베리오(352~366) 교황 때 일어난 기적과 세월과 함께 자라나고 다져진 성모신심을 기반으로 건립되었다. 당시 로마에 '요한'이라는 신자가 있었다. 요한의 가정은 평화로웠지만 자녀가 없었다. 하느님의 은총인 자녀가 왜 없을까? 하늘의 뜻을 알 수 없는 요한 내외는 "왜?"라는 불만 대신, 높은 곳의 뜻을 받들어 그들이 가진 막대한 재산을 성모님께 바치기로 결심하였다. 어느날 요한 부부는 꿈결에 나란히 성모님을 만났다. 꿈에 나타난 성모님은 "로마의 에스퀼리노 언덕에 나를 위한 성당을 세우라. 그곳은 하얗게 눈이 내린 곳이다."고 계시하였다. 부부는 같은 꿈을 꾼 것도 이상했지만, 성모님의 말씀은 더 이상하였다. “팔월 염천에 눈이라니?” 에스퀼리노 언덕에 갔던 요한 내외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성모를 하늘어머니로 선포한 현장

 

‘8월의 백설’. 성전을 지을 자리에 손으로 쏟아부었듯이 그렇게 눈이 덮여 있었다. 요한 부부의 신비한 체험을 들은 리베리오 교황이 사제들을 대동하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에스퀼리노 언덕에는 한여름 백설이 온천지를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거룩한 성모님의 순결’을 떠올린 리베리오 교황은 찬미를 드렸다. 이런 기적을 바탕으로 352년에 지어진 성당은 처음엔 교황 이름을 따서 '리베리오 성당'이라 불렸고, 그후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가 누웠던 그 말구유의 일부가 안치되었다고 해서 '말구유의 성모성당'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서기 431년에는 성모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으로 선포한 에페소 공의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교황 식스토 3세는 천주의 모친을 기리기 위하여 이 성당을 개축하고 '산타 마리아 마쪼레 대성당'(Basilica of Santa Maria Maggiore)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모신심을 8월에 내린 눈으로 확인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성모설지전'이라고 한다.

 

 

나그네의 지친 영혼 위로하는 성자의 손

 

성모설지전 성당의 입구에는 세속화된 영혼을 정화해주는 성수대인양 분수가 물을 뿜고 있다. 하부는 고딕식, 첨탑은 로마네스크식, 성당 내부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가득찬 성모설지전성당은 베드로 대성당, 라테란 대성당과 함께 로마의 4대 성당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2000년 은총의 대희년에 열렸던 성문(聖門)은 입구 왼쪽에 있다. 50년마다 찾아오는 성년에만 열리는 성문은 대부분 오른쪽에 있는데, 성모설지전성당의 성문은 왼쪽에 있어서 독특하다. 이 성문에는 성모(왼쪽)와 예수 그리스도(오른쪽)가 부조되어 있는데, 그리스도의 오른손은 먼길 마다않고 찾아온 나그네의 지친 손을 잡아주듯, 평화롭게 돌출되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성모설지전성당 성문의 성자와 손을 맞잡았는지 닳아서 반질반질하다.

 

 

천장 외부 장식은 콜럼부스의 금

 

성당 내부에는 성모상이 조각되어 있고, 천장 외부 금장식은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오면서 가져 왔던 금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이 교황 알렉산드로 6세에게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대개 서양에서는 성인이나 예언자의 무덤위에 성당을 건립하는데, 이곳 성모설지전의 입구 오른쪽 경당에는 '칠십인역 성서'를 번역하는데 일생을 바쳤던 예로니모 성인의 무덤이 있고, 중앙 제대 아래에는 아기 예수가 유다의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때 누웠다는 말구유 중 일부가 보존되어 있다. 그 앞에는 성모 신심이 각별했던 교황 비오 9세의 동상이 있다. 소성당에서 제단 위를 바라보면 '눈의 전설'이 금색 부조로 새겨져 있다. 성당에서 왼쪽 중간 부분을 보면, '평화의 모후(Ave Regina Pacis)'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평화의 모후'라는 이름은, 제1차 세계대전 동안 교회를 이끌었던 교황 베네딕도 15세가 성모님을 그렇게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 교황은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인류를 성모님께 의탁하면서 망명자, 포로, 부상자, 억류자들을 돕기 위해 여러 단체들을 조직하는 등, 그리스도의 박애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산타 마리아 마쪼레 성당을 나서면 누구나 이런 기도를 올린다.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매일신문, 2007년 5월 17일, 글·사진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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