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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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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8-10 ㅣ No.350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해설 (1)


사랑과 진리는 발전의 추진력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많은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는 21세기 인류에게 복음을 토대로 인간 발전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문헌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칙의 주요 내용과 정신에 대한 한홍순(토마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의 해설을 연재한다.

 

 

배경과 의의

 

7월 7일 반포된 회칙(回勅)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세 번째 회칙이자 첫 번째 사회회칙이다. 이 회칙은 원래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 반포 40주년을 기념해 2007년에 반포될 예정이었으나, 그 무렵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세계 경제위기 문제를 다루기 위해 더 폭넓고 심도 있는 준비 작업을 거친 끝에 이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회칙은 사회회칙으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1년에 반포한 “백주년” 이후 근 20년 만에 나온 것이며, 새 천년대의 첫 사회회칙이다.

 

사회회칙은 교회 사회교리를 유권적으로 제시한다. 교회 사회교리는 복음과 사회분석을 토대로 그리스도인과 양식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회 문제에 대한 성찰 원리와 판단 기준, 행동 지침을 제공한다. 이처럼 교회의 사회교리는 불변하는 부분(복음의 가르침)과 계속 변화하는 부분(사회 분석 내용)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사회회칙은 이전 사회회칙들이 제시한 가르침을 계승하면서 이를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대처해 발전시킨다. 그것은 말하자면 복음과 새로운 사회 문제들과의 만남이며,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을 삶의 현장에서 강생하는 수단이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백주년”이 반포된 이후 인간 사회는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제기되는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의 새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지난 20년 간 전개된 새로운 사회 문제들은 과연 어떠한 것인가?

 

첫째,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쇠퇴했지만 그 자리에 기술이 이데올로기가 돼 들어선 것이다. 기술이 인간 신원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성의 분별력마저 쇠퇴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이 기술에 예속돼 상대주의 문화와 더불어 기술의 독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둘째, 정치적 불목의 대결 구도가 오해되고 정보기술 네트워크가 확대돼 세계화가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그리하여 경제와 금융, 환경과 가정, 문화와 종교, 이주와 노동자 권리 보호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세계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셋째, 정치적 대결 구도의 와해와 더불어 종교가 다시 세계 무대의 전면에 나서게 됐는가 하면, 이에 맞서 공공 부분에서 종교를 배제시키려는 움직임 또한 강력하게 대두됐다. 이는 공동선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넷째, 신흥 대국들이 등장해 세계의 지정학적 균형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국제기구의 기능성, 에너지 자원 문제,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와 착취 등이 이러한 현상과 연계된다. 이런 현상은 긍정적인 면과 파괴적인 면을 아울러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국제적 관리 기구의 문제가 다시 제기된다.

 

새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바오로 6세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의 가르침을 계승, 발전시켜 인간 한 사람 한 사람과 온 인류가 ‘사랑과 진리 안에서 인간다운 완전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 이 회칙은 베네딕토 16세가 이미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서 다룬 주제인 사랑을, 진리와의 불가분의 관계 안에 투영시켜 조명한다.

 

 

서론

 

“사랑”과 “진리”는 베네딕토 16세 가르침의 중심 주제이다. “진리 안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지상 생활로써, 그리고 특히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써 증언하신 것으로 인간 한 사람 한 사람과 온 인류의 참다운 발전의 중요한 추진력이다”(1항). 교황은 여기서 사랑과 진리는 서로 결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진리 없는 사랑의 그리스도교는 사회적으로 함께 사는 데 도움은 되지만 대수롭지는 않은 좋은 감정들이 한 데 모여 있는 것으로 잘못 알아보기 쉽다”(4항). 사랑은 하느님께 받은 그 사랑을 이웃에게 주는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은 그 사랑의 주체로서 자기 자신의 은총의 도구가 되어 하느님의 사랑을 널리 퍼뜨리며 사랑의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불리었다”(5항). 교회의 사회교리는 사회에서 그리스도 사랑의 진리를 선포하는 것이다.

 

발전은 이러한 진리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은 도덕적 행동의 실천적 기준으로 정의와 공동선을 제시한다. 정의는 사랑의 본질적인 부분이며 사랑은 정의를 필요로 한다. 공동선을 원하고 그것을 위해 힘쓰는 것은 정의와 사랑의 요건이다.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사회 생활에서 이러한 사랑을 실천하도록 불리었다. “이것은 사랑의 제도적인 길”(7항)이다.

 

“진리 안의 사랑”은 세계적 차원의 발전 모델이 위기에 직면해, 새로운 규칙과 원리가 요구되고 있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비록 교회는 사회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지만 “진리 안의 사랑”을 통해 보다 인간다운 사회 건설에 기여할 사명을 수행한다. [평화신문, 2009년 8월 2일, 한홍순(토마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해설 (2)


생명 종교권, 인간 발전의 핵심

 

 

제1장 "민족들의 발전"의 메시지

 

「민족들의 발전」은 교회 사회교리의 지평을 전 세계 차원으로 확대한 획기적 문헌이다. 바오로 6세는 이 문헌을 중심으로 전인적(全人的) 발전관을 확립했다. 즉, 인간의 진정한 발전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비롯해 인간 생활의 모든 면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것은 개인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발전은 무엇보다 인간의 소명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인간적 발전은 절대자를 향한 초월적 차원을 지닌다. 발전은 개인과 민족들의 책임 있는 자유를 전제로 하며, 여기서 인간은 발전의 주체가 된다. 반면에 초월적 차원을 부정하면 인간은 한낱 발전의 수단으로 전락해 "결국 비인간화한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11항).

 

발전은 진리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즉, 발전을 통해 더 많이 소유하게 되면 그것을 통해 초월적 차원에서 더 나은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소명인 발전은 사랑이 그 중심이 된다. 저개발의 원인은 주로 물질적 차원의 것이 아니다. 첫째, 그것은 연대성을 무시하는 의지 때문이며, 둘째, 의지를 올바로 이끄는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고의 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간의 형제애 부족이다"(19항).

 

"민족들의 발전"은 개혁의 긴박성을 강조한다. 그것은 "「민족들의 발전」에서의 중대한 불의의 문제들에 직면해, 지체 없이 용감하게 행동할 것을 요청다"(20항).

 

 

제2장 우리 시대의 인간적 발전

 

새 회칙은 여기서 「민족들의 발전」 이후 전개된 사회경제 상황을 완전한 인간적 발전을 기준으로 분석, 평가한다.

 

교황은 우선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동력인 이윤이 공동선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무시한 채 배타적 목표로 추구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그 동안 채택돼온 발전 모델의 문제점들을 비판한다. "세계의 부는 절대 기준으로 증대하고 있지만 불평등도 증가하고 있다"(22항). 세계 경제는 부패와 불법, 경제와 기술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한편 투기적 금융거래, 대규모 이주 노동, 무분별한 자원 개발 등과 같이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 파행 현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위기가 극명히 보여준다.

 

오늘날 세계화는 국가 간에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경쟁을 강화시켰고, 이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이 축소되고 노동자들의 권리와 인간의 기본권과 전통적 형태의 사회보장이 중대한 위험에 놓이게 됐다.

 

세계화는 노동자의 국제적 이동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안정적 생활이 어려워지며 인간으로서의 품위가 손상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오늘날 실업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소외를 야기시키며, 현재의 위기는 그것을 악화시킬 따름이다." 교황은 여기서 "보호하고 가치를 높여야 할 첫째가는 자본은 바로 인간이다"(25항)라고 역설한다.

 

식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도국들의 합리적 농업개혁이 필요하며, "식량과 물 사용을 모든 인간의 보편 권리로 여기는 연대 의식이 성숙돼야 한다"(27항).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사회회칙으로는 처음으로 생명권과 종교 자유권을 인간적 발전과 본격적으로 연결시킨다. "생명 존중은 참된 발전의 핵심이다. 한 사회가 생명을 거부하거나 억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그 사회는 인간의 참된 유익을 위해 노력하는 데 필요한 동기와 활력을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고 만다"(28항).

 

종교적 광신주의는 테러리즘을 부추겨 평화를 위협하고 종교 자유의 권리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그리고 종교 무관심이나 실천적 무신론은 인간에게 정신적 자원을 박탈함으로써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다.

 

오늘날 「민족들의 발전」의 새로운 현실은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한다. 이에 교황은 문화적 쇄신과 근본적 가치의 재발견을 통해 "새로운 인본주의적 종합"을 이루며, 이를 토대로 새로운 규칙을 정하고 새로운 방도를 찾아 더욱 나은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게 할 때 "위기는 식별과 새로운 계획의 기회가 된다"(21항).

 

여기서 유념할 것은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를 억제하고, 모든 사람의 고용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존엄성과 정의뿐만 아니라 '경제의 논리'도 요구하는 것이다. 국내 사회집단 간에 있어서나 국가 간에 있어서나 불평등의 체계적 증가는 "사회 응집력을 침식하게 되며, 그리하여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을 점차 침식함으로써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32항). [평화신문, 2009년 8월 16일, 한홍순(토마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해설 (3)


이윤과 사회적 책임도 함께 가야

 

 

제3장 형제애, 경제 발전과 시민 단체

 

이 장은 새 회칙의 중심 사상을 집약해 설명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즉, 무엇을 '받는 것이 하는 것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지혜로 회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진리와 사랑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며,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인간은 이 선물을 받도록 돼 있으며, 이 선물은 인간의 초월적 차원을 나타내고 실현한다. 그러나 소비주의와 공리주의 인생관에 물든 현대인은 대가 없이 주어진 이 선물의 무상성(無償性)을 알아보지 못하고, 마치 자기가 자신과 자기 삶과 사회의 유일한 주재자라는 그릇된 확신을 갖고 있다. 이는 원죄의 결과이다.

 

이것은 경제 분야에서도 드러나 경제는 자율적이어야 하며, 어떠한 도덕적 영향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확신으로 이어져 인간으로 하여금 경제 수단을 남용하도록 한다.

 

그런데 우리 힘만으로는 완전히 형제적인 공동체를 건설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랑이신 하느님 말씀에 의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선물의 논리는 정의를 배제하지 않으며… 경제와 사회와 정치의 발전이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이 되려면 형제애의 표현인 무상성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34항).

 

이러한 맥락에서 새 회칙은 자본주의 체제의 토대인 시장에 대해 언급한다. 시장은 교환 정의의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그러나 바로 시장경제 그 자체를 위해 분배 정의와 사회 정의가 중요하다. "만일 시장이 재화의 등가교환의 원리에만 맡겨진다면, 그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사회적 응집을 이뤄내지 못한다. 내적 형태의 연대성과 상호신뢰가 없다면, 시장은 고유의 경제적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 그리고 오늘날 바로 이 신뢰가 결핍돼 있으며, 신뢰 상실은 중대한 상실이다"(35항).

 

"경제 활동은 상업적 논리의 적용만으로는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공동선을 추구하도록 지도돼야 한다… 경제 영역은 윤리적으로 중립적이지도 않고 본질적으로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인간 활동의 일부이며, 인간적인 것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윤리적으로 조직되고 제도화돼야 한다"(36항).

 

"우리 앞에 놓인 중대한 도전은… 생각과 행동으로 투명성, 정직과 책임 같은 전통적 사회 윤리의 원리들이 무시되거나 약화될 수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상업 관계에서 형제애의 표현인 무상성의 원리와 선물의 논리가 정상적 경제 활동 안에 자리 잡을 수 있고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도 보여 주는 것이다"(36항).

 

그러므로 "시장에는 경제 가치의 생산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자발적으로 극대 이윤의 원리와는 다른 원리에 따라 행동하기를 원하는 주체들이 벌이는 경제 활동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야 한다. 수도회와 평신도들이 시작한 사업에서 출발한 많은 경제단체들이 이러한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37항).

 

교황은 여기서 회칙 「백주년」을 인용하면서 시장과 국가와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한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민단체는 무상성과 형제애의 경제에 가장 적합하다. 세계화 시대의 경제 활동은 무상성과 따로 떼놓을 수 없다. 그러므로 상부상조적이며 사회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생산 조직이 민간 기업, 공공 기업과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시장에서 만남으로써 일종의 혼합형 기업 행태가 출현하고, 경제의 교화(敎化)에 대한 의식 계발이 가능하게 된다.

 

「진리 안의 사랑」은 이윤을 거부하지 않으면서 등가교환의 논리와 이윤 논리를 초월하는 그러한 경제 활동을 조직화할 것을 요구한다. 저개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 거래를 개선하고 공공 복지 제도를 도입할 뿐만 아니라 세계 차원에서 무상성과 친교에 일정 부분을 할당하는 그러한 형태의 경제 활동을 확립해야 한다.

 

국제 경제의 현재 상황은 기업관의 철저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 기업은 소유주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초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기업가 정신은 직업적 의미 이전에 인간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국가와 세계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경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이처럼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합된 경제는 국가의 역할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들 간의 더욱 강력한 상호 협력을 필요로 한다. "지역과 국가와 세계 차원에서 정치 권위가 제 구실을 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적 세계화의 방향을 잡아 주는 훌륭한 방법의 하나이다"(41항).

 

제3장은 마지막으로 세계화 현상을 평가한다. 세계화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것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세계화는 사회 경제적 과정만이 아니며, 다양한 문화적 풍조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세계 통합 과정의 인격존중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이면서 초월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풍조를 촉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42항). [평화신문, 2009년 8월 23일, 한홍순(토마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해설 (4)


경제에 인간 중심의 윤리 필요

 


제4장 민족들의 발전, 권리와 의무, 환경

 

새 회칙은 전 인류의 연대성은 하나의 의무임을 강조하고 권리가 방종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의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장을 시작한다.

 

오늘날 심각한 모순은 부유한 국가들에서 여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동안 개도국들에서는 무수한 사람들의 식량, 식수, 기초교육, 기초보건과 같은 기본권이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 연결된다. 과도한 권리 주장은 의무에 대한 망각에 이르게 된다. 정부들과 국제기구들은 권리의 객관성과 불가침성을 망각하면 안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은 인구 성장 문제를 발전의 권리와 의무와 관련지어 다룬다. "그것은 참된 발전의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명과 가정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인구 성장을 저개발의 주된 원인으로 여기는 것은 경제적 견지에서도 잘못된 것이다"(44항).

 

책임성 있는 출산은 완전한 인간 발전에 이바지한다. 도덕적으로 책임성 있게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풍요로운 사회적ㆍ경제적 자원이다. 한 사회가 현재의 인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구대체율(2.1명)에도 못 미치는 출산율 하락은 선진국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사회보장 부담을 가중시키고 유능한 인적자원을 감소시킨다. 소규모 가정은 사회관계를 빈약하게 하고, 효과적 형태의 연대성을 보장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가정의 중심성과 통합성을 촉진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44항).

 

한편 인간의 도덕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경제적인 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가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적 윤리가 필요하다"(45항). '윤리 금융', 곧 마이크로크레딧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와 같은 저소득층 소액창업대출은 적극 지원할만한 것이다.

 

교황은 또한 근년에 와서 이윤중심적 기업과 비영리 단체 사이의 중간 영역에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한다. 이것은 이른바 '시민 경제' 또는 '친교의 경제'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윤을 배제하지 않고 그것을 인간적ㆍ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46항).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적절한 법적ㆍ재정적 구조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도국의 개발 프로그램은 보조성의 원리를 토대로 인간 중심성의 원리를 지켜야 하며, 그것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에 수혜자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교황은 여기서 국제협력기구들은 자체의 관료적ㆍ행정적 구조의 효율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국제기구들과 비정부기구들은 철저하게 투명성을 지키도록 노력하며 공여자들과 대중에게 자신의 수입 중 협력 프로그램들에 배분되는 비율, 프로그램들의 내용, 그리고 끝으로 기관 자체의 지출 명세를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47항).

 

제4장은 나머지 부분을 환경 문제에 할애한다. 이 문제는 요한 바오로 2세도 회칙 「사회적 관심」에서 다뤘지만 새 회칙은 여기서 그것을 인간 생태계 문제와 연결지어 보다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점이다.

 

"발전이라는 주제는 오늘날 인간의 자연 환경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의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주신 선물이며 그것을 사용할 때 우리는 가난한 이들, 미래 세대들, 전 인류에 대한 의무가 있다"(48항).

 

환경 보전 문제는 에너지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다. "국제 공동체는 재생불능 자원의 개발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가난한 나라들도 참여한 가운데 모색해 미래를 함께 계획해야 할 긴박한 의무가 있다"(49항). 이 분야에서도 개도국과 선진국 간에 연대성을 새로이 할 도덕적 필요성이 절박하다. 선진국은 생산 방법의 개선이나 생태적 시민 의식의 고양을 통해 국내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켜야 한다. 이것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대체 에너지 개발 연구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교황은 여기서 전 세계 에너지 자원의 재분배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류가 환경을 다루는 방식은 인류가 자신을 다루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51항). 이는 쾌락주의와 소비주의에 기울어져 있는 현대 사회에 새로운 생활 방식을 택하도록 권한다. 교황은 여기서 자연 생태계 문제를 인간 생태계 문제와 직결시킨다. 자연 파괴는 인간의 공존을 이룩하는 문화와 밀접히 연관된다. 인간 생태계가 존중되면 자연 생태계도 혜택을 본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유인이나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결정적 문제는 사회의 전반적 도덕 풍토이다. "생명과 자연사에 대한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수태와 임신과 출산을 인위적으로 하게 한다면, 인간 배아 연구 목적으로 희생시킨다면, 사회의 양심은 인간 생태계에 대한 생각을 잃어 버리고 이와 더불어 자연 생태계에 대한 생각도 잃어 버리고 만다"(51항). [평화신문, 2009년 8월 30일, 한홍순(토마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해설 (5)


선한 이들 모두와 한가족으로

 

 

제5장 인류 가족의 협력

 

인류 가족의 협력은 제5장의 제목이자 핵심 주제이다. 교황은 여기서 어떻게 "민족들의 발전이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한 가족임을 인식하는 데 달려 있는지"(53항)를 강조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와 그 밖의 종교들은 하느님이 공적 영역에서도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56항). 신자들은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들과 협력해 이 세상이 하느님 계획에 부합하도록 할, 곧 한 가족으로 살아가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협력의 지침이 바로 보조성의 원리이다. "보조성의 원리는 세계화를 관리해 참된 인간적 발전을 지향하도록 이끄는 데 매우 알맞은 원리이다"(57항). "보조성의 원리는 연대성의 원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야 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58항). 이러한 일반 원리는 국제개발 원조에도 적용돼야 한다. 경제 원조는 수혜국 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주체들과 지역교회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구성원들의 참여 하에 분배돼야 한다. 원조 프로그램은 민초들을 중심으로 더욱 참여적이고 통합적인 것이 돼야 한다.

 

"개발 협력은 단지 경제적 차원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적이며 인간적 만남의 중요한 기회가 돼야 한다"(59항). 모든 문화에는 윤리적으로 수렴하는 것들이 있으며, 그것은 같은 인간성이 표현된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 새겨진 법칙을 따르는 것은 모든 건설적 사회 협력의 선행 조건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문화들에 육화함과 아울러 그 문화들을 초월함으로써 그 문화들이 세계적이고 공동체적 발전을 위해 보편적 형제애와 연대성 안에서 성장하도록 도와준다"(59항).

 

교황은 여기서 선진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에서 가능한 한 큰 몫을 개발 원조에 할당해 국제공동체가 정한 의무(GDP의 0.7%)를 지킬 것을 권고한다. 현재 이 기준을 지키는 나라는 스웨덴(0.98%)을 비롯해 5개 나라밖에 없다. 개발 원조의 한 방법인 '재정 연대성'은 시민들이 세금의 일정 부분을 배정하도록 하는 것으로, 아래로부터의 복지 연대성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 차원에서 연대성을 더욱 광범위하게 실천함으로써 교육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은 국제 협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교육은 특히 전인 교육을 말한다. 교황은 이와 관련해 인간 정체성을 상대주의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류의 상대주의를 따르면, 모든 사람이 더욱 가난하게 된다.

 

그 좋은 예가 이른바 섹스 관광이다. "이러한 일이 지역 정부들의 지원과 관광객들의 소속 국가 정부들의 침묵과 수많은 관광업자들의 공모 아래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서글픈 일이다. 이보다 덜한 경우에도 국제 관광은 종종 소비주의와 쾌락주의적 방식으로 흘러가… 사람들과 문화들 간의 진정한 만남에 이바지하지 못한다"(61항).

 

새 회칙은 이어서 이주 문제를 다룬다. "이주민은 누구나 하나의 인간이며, 그 자체로서 지니고 있는 신성한 기본권들은 모든 이에게,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존중돼야 한다"(62항). 이주민 문제는 과감하고 미래지향적 국제 협력 정책을 통해 다뤄야 한다.

 

발전 문제를 생각할 때 실업과 빈곤의 관계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경우, 빈곤은 인간 노동의 존엄성이 침해당한 결과이다"(63항). 교황은 여기서 요한 바오로 2세를 인용하면서, "품위 있는 노동을 위한 글로벌 연대"에 지지를 보낸다.

 

세계화 시대의 노동조합은 시야를 넓혀 노동계에 새로 등장하는 문제를 다뤄야 한다. "특히 국가 단위의 노동자 조합은 자기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머물지 말고 비조합원들, 특히 사회적 권리가 종종 침해당하는 개도국들의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64항).

 

새 회칙은 이어서 전체 금융 체제가 참다운 발전을 지속시키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인들은 자신들 활동의 진정한 윤리 기반을 재발견해야 한다… 올바른 지향과 투명성과 유익한 성과 추구는 서로 양립할 수 있으며 서로 떼어놓으면 안 된다"(65항). 교황은 여기서 투자자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금융 부문의 규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실험, 특히 마이크로파이낸스의 경험을 적극 권장한다.

 

한편 "세계의 상호 연결성은 새로운 정치 권력, 곧 소비자들과 그들 단체들의 정치 권력을 등장시켰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고유의 사회적 책임이 있으며, 그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구매 행위 고유의 경제적 합리성을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도덕적 원리들을 존중하는 그러한 역할을 매일 해나가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다"(66항).

 

마지막으로 이 장은 "세계의 상호 의존성이 걷잡을 수 없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국가들이 가족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UN과 국제 경제 및 금융 기구의 개혁이 시급히 필요하다"(67항)는 점을 강조한다. [평화신문, 2009년 9월 6일, 한홍순(토마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해설 (6)


하느님, 인간 발전의 토대

 

 

제6장 민족들의 발전과 기술

 

이 장은 새 회칙의 마지막 장이다. 새 회칙은 여기서 기술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요한 바오로 2세가 회칙 「노동하는 인간」에서 기술 문제를 인간학적 관점에서 구명한 이후 이 문제를 이렇듯 체계적으로 다룬 것은 이 회칙이 처음이다.

 

교황은 인간의 프로메테우스 같은 사고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만일 인간이 기술이 이룩하는 '기적적 성공'을 이용해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민족들의 발전은 퇴보하게 된다. 경제 발전도 이와 마찬가지로 금융의 '기적적 성공'에 의지해 부자연스럽고 소비주의적 성장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거짓이요 해로운 것이 되고 말 것이다"(68항).

 

그러므로 인간은 방종으로 흐르지 않는, 진정으로 인간다운 자유에 대한 사랑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하느님께서 마음에 새겨주신 자연적 도덕법의 기본 규범을 알아봐야 한다.

 

"기술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맡기신 '땅을 일구고 돌보라'(창세 2,15 참조)고 하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창조적 사랑을 드러내는 인간과 환경 간의 결연을 더욱 굳건히 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69항). "기술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인간의 지평을 넓혀 줌으로 인간에게 매우 매력적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는 도덕적 책임에서 우러나온 결단으로 기술의 매력에 대응할 때 비로소 진정한 것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윤리적으로 책임성 있는 기술 사용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70항).

 

"오늘날 기술 절대주의와 인간의 도덕적 책임 간에 벌어지고 있는 문화 투쟁의 가장 중요한 싸움터는 생명윤리 분야로, 여기서 완전한 인간 발전의 가능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의문의 대상이 된다… 근본적 질문은 인간은 과연 자기 자신의 노력의 산물인가, 아니면 하느님께 달려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개입 가능성은 대단한 진전을 이뤄 두 가지 유형의 합리성, 곧 초월성에 대해 열려 있는 이성의 그것과 내재성 안에 닫혀 있는 그것 간의 선택을 강요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극적 문제들 앞에 이성과 신앙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오로지 둘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인간을 구원할 것이다. 단지 기술에 의존하는 것에만 매료되면, 신앙 없는 이성은 자신이 전능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성 없는 신앙은 사람들의 구체적 생활과 단절될 위험이 있다"(74항).

 

사회 문제는 이제 근본적으로 인간학적 문제가 됐다고 교황은 지적한다. 즉, 그것은 생명공학에 의해 인간이 인간 생명이 잉태되는 방법뿐 아니라 인간 생명이 조작되는 방법을 더욱 더 좌지우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이제 생명의 근원을 파악해 모든 신비를 밝혀냈다고 믿는",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전적으로 환멸을 불러 일으키는 문화"(75항) 안에서 체외수정, 배아 연구, 인공적 방법으로 부모와 유전적으로 똑같은 아이를 만드는 클로닝 가능성 등이 촉진되고, 낙태 외에도 체계적 우생학적 출산계획이 은밀히 실행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안락사를 지지하는 사고 방식이 침투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인간 존엄성을 부인하는 문화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물질주의적이고 기계론적 인간 생명관을 촉진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누가 과연 측정할 수 있을까? 무엇이 인간적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구별하지 못하는 양심은 세계의 가난한 이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

 

교황은 여기서 "인간은 육체와 영혼의 일체이므로 발전은 물질적 성장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장도 포함해야 한다"(76항)는 점을 강조한다.

 

"기술 절대주의는 물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비물질적이고 정신적 차원의 삶을 많이 체험한다. 진정한 발전은 인간사에 대한 물질주의적 비전을 넘어 설 수 있는, 발전 안에서 기술이 줄 수 없는 '저 너머 그 무엇을' 직감할 수 있는 새로운 눈과 새로운 마음을 필요로 한다. 이 길을 걸어감으로써 진리 안의 사랑의 추진력을 근거로 방향을 잡아 나아가는 완전한 인간 발전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77항).

 

 

결론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하는 것은 사랑을 활활 타오르게 하고 진리의 지도를 따르며 이 둘을 모두 항구한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그리스도교적 휴머니즘이다"(78항). 하느님을 받아들이면 이웃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각자 삶을 연대 정신으로 기쁘게 살아가야 할 임무로 이해하게 된다. 반면에 무신론은 창조주를 망각하고 인간적 가치들조차 망각함으로써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비록 그것이 당장 이뤄질 수 없더라도, 비록 우리가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언제나 우리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하느님 사랑은 우리에게 모든 이의 유익을 추구하는 일을 해나갈 용기를 준다. [평화신문, 2009년 9월 13일, 한홍순(토마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해설 (7 · 끝)


진정한 인간 발전 소명 조명

 

 

「진리 안의 사랑」의 의의와 특징

 

베네딕토 16세의 세 번째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교회의 사회교리 전통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이 회칙은 바오로 6세가 분명하게 제시한 그리스도교적 휴머니즘의 전통을 토대로, 급속히 세계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인간 발전의 소명에 대해 성찰한다. 즉, 이 문헌은 사랑과 진리는 서로 떼어 놓을 수 없으며 발전은 사랑의 진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세계 경제가 토대로 삼아야 할 도덕적 원리, 곧 정의와 공동선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문헌은 세계 경제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도덕의 위기임을 지적하면서 진리 안의 사랑에 바탕을 둔 올바른 발전관을 제시한다. 또 이 회칙은 현대 세계의 광범위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 기술적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그것은 교회 교도권의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다.

 

이 문헌은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을 수행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두 가지 문제, 곧 도덕적 상대주의와 사회와 인간의 생활에서 하느님을 배제하는 것에 대응하는 것을 기본적 문제 의식으로 삼는다. 진리 없는 사랑은 관계성이 결여된 협소한 영역으로 국한되는 것이다. 그러한 세상에는 하느님이 있을 자리가 없는 것이다.

 

교황은 지난 4년 동안 하느님을 이념적으로 거부하는 것, 그리고 창조주에게 무심한 나머지 인간적 가치들에 대해서도 무심하게 되고마는 무관심의 무신론은 오늘날 발전의 주요 장애 요인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새 회칙은 이 점을 분명히 밝힌다. "하느님을 배제한 휴머니즘은 비인간적 휴머니즘이다."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사회 회칙으로는 처음으로 생명권과 종교자유권을 인간적 발전과 본격적으로 연결시킨다. 이전의 회칙들이 이 문제들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회칙은 그 문제들을 발전이라는 주제와 체계적으로 연결짓고 있다. 새 회칙은 이러한 권리들이 존중되지 않을 때 경제적, 정치적으로 발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조한다.

 

새 회칙에서는 이른바 '인간학적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화'한다. 그리하여 출산과 성생활, 낙태와 안락사, 인간 정체성 조작과 우생학적 선택을 매우 중요한 사회 문제로 여기고 순전히 물리적 생산의 논리로만 다뤄질 경우 사회적 양식을 손상시키고 법의식을 파괴하며 가정을 해치고 약자 보호를 어렵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지적은 단지 권고의 성격을 지니는 것만이 아니라 생명과 인간 존엄성과 연관된 인간학적 주제들과 발전에 관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주제들을 체계적으로 연결지어 발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행동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의 존엄과 출산과 가정과 수태된 사람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단지 경제적, 생산적 유형의 발전 프로그램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 회칙은 그 밖에도 두 가지 새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하나는 요한 바오로 2세도 제기한 바 있는 환경 문제이다. 이 회칙은 이미 언급한 생명권과 종교자유권을 환경 생태론과 긴밀히 연결짓는다. 환경 생태론은 인간 존엄의 우월성을 무시하고, 자연을 단지 물질적으로 생성되는 것으로 여기는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경을 위한 활동은 자연 생태론의 의미를 규정짓는 인간 생태론의 제일 요소인 인간의 생명권과 체계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새 회칙이 다루고 있는 다른 하나의 새로운 주제는 바로 기술 문제이다. 사회 회칙이 이 문제를 이처럼 유기적으로 다루는 것은 요한 바오로 2세가 회칙 「노동하는 인간」을 통해 기술에 대해 인간학적 관점에서 다룬 이후 처음이다. 기술절대주의적 사고방식은 인간 존엄성을 부인하는 문화를 토대로 물질주의적이고 기계론적 인간 생명관을 촉진하게 되며, 허무주의와 상대주의 문화에 빠지게 된다.

 

새 회칙은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원만이 아니라 비물질적 문화적 자원, 사고방식과 의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진리요 사랑이신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새 회칙이 마지막 항(79항)을 기도와 회개의 필요성에 할애하고 있는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새롭게 해 사랑과 정의 안에 살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현대의 고발 문화에 오염된 채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거나 항의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회개해 하느님 안에서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9년 9월 20일, 한홍순(토마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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