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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성모님을 닮아 좋은 땅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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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1 ㅣ No.293

[레지오 영성] 성모님을 닮아 ‘좋은 땅’이 됩시다



2013년은 레지오 마리애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53년 5월31일 목포 산정동 본당에서 3개 쁘레시디움으로 시작된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현재 3만개가 넘는 쁘레시디움을 지닐 정도로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작은 겨자씨가 자라나서 큰 나무가 된다는 예수님의 비유 말씀(마태 13,31-32)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 레지오 마리애에게 풍성한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이런 크나큰 은총에 대해 레지오 마리애 정신에 더욱더 충실하겠다는 다짐으로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그 응답은 ‘마리아의 군대’답게 마리아께 충성하면서 그분을 닮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모 마리아가 어떤 분인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신약성경에 따르면 성모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면서 누구보다도 믿음이 돈독한 분입니다. 그분은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잉태하리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을 받고 몹시 당황해 하시면서도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하십니다. 사실 마리아는 요셉과 정혼한 사이였지만 아직 함께 살기 전이었기 때문에 천사의 말을 납득하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천사는 성령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한 친척 엘리사벳을 예로 들고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성모님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고 응답하십니다. 성모님의 이런 믿음과 순종의 응답으로 구세주가 세상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구원계획에 인간의 응답과 순종 원해

하느님은 당신의 구원계획을 펼치실 때 항상 인간의 응답과 순종을 원하십니다. 좋은 씨는 좋은 땅을 만나야 싹트고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풍성한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의 응답과 순종이라는 좋은 땅을 필요로 합니다.

본래 하느님은 인류의 원조인 아담과 하와에게 이런 순종의 응답을 원하셨습니다. 그분은 넘치는 사랑에서 원조를 창조하시고 그들이 당신을 신뢰하고 순종하기를 원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아담과 하와에게 낙원을 선물로 주시면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라고 명하십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담과 하와는 그 열매를 따먹으면 ‘하느님처럼 된다.’(창세 3,5)는 뱀의 유혹에 빠져서 하느님 말씀을 어깁니다. 그 결과로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의 세력은 계속해서 인간들에게 고통과 불행을 안겨주었습니다. 

때가 찼을 때 하느님은 원조의 불신으로 인해 시작된 고통과 불행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구세주를 보내려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구원계획에도 인간의 응답과 순종이 필요했습니다. 바로 이런 응답과 순종을 성모 마리아가 드렸고, 그래서 아담과 하와 이래로 죄에 물든 인류를 구원하실 구세주가 세상에 오실 수 있었습니다. 리옹의 주교 이레네오 성인(202년경 순교)은 이런 성모 마리아를 하와와 대비시켜서 칭송합니다. “하와의 불순명이 묶어 놓은 매듭을 마리아의 순명이 풀어주었고, 처녀 하와가 불신으로 맺어 놓은 것을 동정 마리아가 믿음으로 풀었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마리아를 ‘새 하와’라고 표현했습니다.


일생 동안 하느님을 믿고 순종하는 삶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을 잉태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일생 동안 하느님을 믿고 순종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런 모습은 예수님과 관련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당할 때마다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셨다는 데에서 드러납니다. 성모님은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예수님을 낳으셨을 때 목자들의 방문을 받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셨습니다(루카 2,19).

또한 성모님은 예루살렘 순례 길에서 열두 살 된 예수님을 잃었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찾아내고서 ‘왜 그렇게 하였느냐?’고 나무라십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알아듣기 어려운 대답을 하십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예수님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이 가족의 유대보다 우선한다고 응답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모님은 아들을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습니다.”(루카 2,51)

성모님은 성자를 낳고 기르신 분이지만, 그분의 말과 행동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마음과 생각을 뛰어넘는 분, ‘우리 마음보다 더 크신 분’(1요한 3,20)이기 때문에 인간은 궁극적으로 그분의 뜻과 계획을 낱낱이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성모님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비록 성자의 말씀을 곧바로 이해하지는 못했더라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되새기십니다. 이로써 그분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좋은 땅, 즉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루카 8,15)이 되십니다.

레지오 마리애 한국 도입 60주년을 맞아, 또한 교황 베네딕토 16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우리도 성모님처럼 ‘좋은 땅’이 되면 좋겠습니다. 성모님을 닮아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과 순명 속에서 자주 그분의 말씀을 읽고 마음에 간직하는 사람, 그래서 풍성한 열매를 맺어 교회와 세상에 풍요롭게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2월호, 
손희송 베네딕토(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서울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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