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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44: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포르체스코 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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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4)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포르체스코 성’ 미완의 완성을 하느님께 맡겨 드린 미켈란젤로
- 스포르체스코 성문 안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넓은 정원에 들어설 수 있다. 사진은 정원에서 바라본 중앙탑과 2층으로 지어진 성 건물의 일부 모습.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는 예술과 패션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밀라노 대성당과 유서 깊은 성당들, 브레라 미술관과 스칼라 극장 등을 보기 위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이나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Pieta Rondanini)를 보기 위해 밀라노를 찾기도 한다.
밀라노에는 뛰어난 건축가들이 힘을 모아 건축한 스포르체스코 성(Castello Sforzesco)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의 첫 번째 공작이었던 비스콘티(Galeazzo Il Visconti)가 1358년에 성을 건설하기 시작해 1368년에 공사를 마쳤다. 사각형으로 건립된 이 건물의 한쪽 길이는 180m에 이르며 네 귀퉁이에 원형탑이 자리 잡고 있다. 이후에 성은 내부수리를 통해 다목적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밀라노의 영주 프란체스코 스포르차(Francesco Sforza)가 성을 재건하면서 70m에 이르는 거대한 중앙탑을 세웠는데, 오늘날에는 그 아래에 난 문으로 사람들이 드나든다. 붉은 벽돌로 축조된 높은 탑은 적의 침입을 관찰하기 위한 파수대 기능을 했지만 지금은 이 성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성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면 넓은 정원이 있고 그 둘레를 2층으로 된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후에 브라만테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이 성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거주지로도 활용됐으나 나폴레옹 군인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파손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1893년부터 성의 재건 사업이 진행됐고 1900년부터 일반인에게 문화와 휴식 공간으로 개방되고 있다.
-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 상. 관람객들은 “미완이지만 작가의 완숙한 손길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또 다른 묵상에 빠져드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서울대교구 박정우 신부 제공.
스포르체스코 성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작품은 1층에 있는 미켈란젤로(1475~1564년)의 ‘론다니니 피에타’(1552~1564년)이다. 이 작품은 대리석으로 제작됐으며 높이는 1.95m이다.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슬픔에 젖어있는 피에타는 독일 등 북유럽에서 제작되기 시작해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전파됐다. 미켈란젤로는 생전에 세 점의 피에타를 만들었는데 모두 잘 보존돼 있다.
제일 먼저 제작한 것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소장된 피에타(1498~1499년)이다. 두 번째 작품은 피렌체 대성당 부속 박물관에 있는 피에타(1547~1555년)이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바로 이 성에 전시돼 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있는 피에타의 전통적인 도상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성모님이 예수님의 시신을 내리면서 업힌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얼굴은 고요하면서도 우수가 깊이 담겨 있다. 미켈란젤로는 이 피에타를 통해 바티칸의 피에타에서 볼 수 있는 완벽한 조화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모든 규범에서 자유로워진 내면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이 원래는 로마의 론다니니 성에 소장돼 있다가 여러 경로를 통해 스포르체스코 성에 왔기 때문에 ‘론다니니 피에타’라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오래 전부터 이 작품을 곁에 두고 죽기 6일 전까지 손을 댔지만 완성하지는 못했다. 이 피에타는 비록 미완의 작품이지만 작가의 완숙한 손길을 엿볼 수 있다.
-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스포르체스코 성에는 여러 박물관이 있는데 1층에는 이집트와 선사시대 유물과 석관들을 전시한 고고학 미술관이 있다. 2층에는 이탈리아 회화들이 전시된 미술관이 있다. 특히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년)의 ‘성인들과 함께 있는 성모자’ 그림이 유명하다. 또한 여러 박물관에서는 전통 악기와 다양한 장식 예술품 등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 교회에도 오래된 건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 건물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됐다. 스포르체스코 성은 우리의 고민에 대해 좋은 답변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 즉 실용성이 없어진 건물이라 하더라도 역사의 흔적이 담긴 건축물을 소중히 여겨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문화 공간이 마련되면 교회의 유물도 잘 보관해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성당이나 교회 기관에도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진 뛰어난 성물들이 내·외부에 자리 잡고 있다. 그 가운데서 특히 외부에 있는 성상이나 작품들은 산성비나 대기 오염 등으로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계절에 따른 온도차이가 큰 경우에 작품의 훼손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교회 예술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소중한 작품의 원형은 교회 내부나 박물관에 보존해 전시하고, 그 자리에 원형과 같은 모형을 만들어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1월 12일, 정웅모 신부] 0 2,033 0 |